우리 손녀
이 녀석이 이젠 제법 컸어요
지난해 태권도 1단 땄어요
"할아버지 난 돈 냄새가 그리도 좋아요" 한다
"임마 돈 냄새가 역하고 그렇지 좋기는?"
난 돈 냄새가 좋다면서
지폐를 코에 대고 맡는 녀석
첨 봤다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지만
돌고 돈 돈에 붙은 냄새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누라는 헌금에 대하여 신권에 의지하는 물신주의자(?)다
새 것으로 바꿔서 낸다
헌금은 마음이지 종이 새 것 헌 것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런데 이 꼬마 손녀는
돈 냄새가 좋다 한다
시장에 가면 바닷물 생선물 묻은 손으로
거침없이 잔돈 추스러 주는 아줌마들의 손에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가 묻어 있을까 하지만
그런 돈조차 좋아하는 나 역시 물신주의자 같다
돈 냄새가 좋다고?
이 녀석 할아버지 낚시대 사 줄거라고 돈 모우는 걸 보면
귀엽다 못해 무섭다
먹고 싶은 거 안 사먹고
하고 싶은 거 안 하고 ....
이번에 딸 집에 갔더니 이런다
할아버지 올 생일에는 낚시대 못 사드려요
내년에 사 드릴께요
왜?
모운 거 아빠 생일 선물로 드렸어요
돈이 하나도 없어요
손톱 발톱 메니큐 칠 하고서
우리부부가 2만원을 상납했다
"너 이리 모아서 어떻게 낚시대 사 주냐?"
"엄마가 보테 줄거예요"
이놈도 믿는 구석이 있구나
돈냄새는 기 막히게 잘 맡는구나
그러니 돈냄새가 좋다 하지
내 평생 돈 냄새가 좋다는 녀석
첨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