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라"
칼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한 말이다
제2차 포에니 전투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를 넘어가서
로마의 허를 찌른 후에 무적의 로마를 거의 멸망의 수준으로 몰고 갔던 한니발의
전략은 도저히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길을 만드는 것이 전략이었다
그런 이유로 한니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사 전략가 중 하나로 남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한니발이 알프스와 피레네 산맥에는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한 길을
만들어 로마를 침공했던 시기로부터 약 2세기가 지난후에 로마의 옥타비아누스는
세계의 모든 곳을 로마로 통하게 만드는 도로혁명을 일으키고 로마의 원로원은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여 아우구스투스(존귀한 사람)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의 업적은 마침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역사적 배경과
격언을 남기게 되었다
1968년 2월 1일 대한민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의 직선에 가까운 고속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였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의 한국은 도로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국가중 하나로
우뚝 섰다
사십여년을 가장 선진국인 미국에서 살다가 조국으로 돌아와서 유년의 추억을
즐기는 나는 미국의 그 교통망과 별반 다르지 않는 거미줄처럼 잘 발달된 한국의
도로를 즐감하며 살고 있다
인체로 말하면 이상의 이야기에서 말한 길과 도로는 동맥과 정맥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인체는 아무리 대동맥이나 정맥이 건강하다 하여도 말초에 속하는
모세혈관같은 미세혈관이 막혀있거나 건강하지 못하면 인체의 건강은 어떤
보장도 하지 못하는 절대절명에 해당하는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도로망에서 모세혈관이나 미세혈관은 무엇일까?
골목길이다 골목의 사전적 의미는 "동네 사이사이를 가로지르는 좁은 길"이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난 좁은 길"이라고 한다
한국에 와서 하동군 화개면이라고 하는 아름다운 곳에 집을 하나 빌려서 살고 있는
나는 산길을 따라서 등산도 하고 골목길을 지나 다니면서 식당도 가고 화개장터에
들러서 필요한 것을 사기도 하고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을 들러기도
한다
탑리라고도 하고 원탑이라고도 하는 화개장터가 있는 곳은 화개 주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살고 또 주민들의 생활의 중심지이다
농협과 우체국, 경찰서와 면사무소등 모든 공공기관이 모여서 있는 곳이다
그러나 화개의 여러 골목은 지날때 마다 불쾌하고 불결한 느낌을 항상 느끼에 하는
곳이다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늘려 있고 담배 꽁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흩어러져 있다
그나마 하수구가 있는 곳에는 담배꽁초가 별로 없어 보이는데 그 이유를 알고보면
기가 막힌다
주로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운후에는 땅에다가 탁 던지고는
발로 밟아서 불을 끈다. 불을 끈 후에는 꽁초를 마치 족구를 하듯이 발로 차면서
하수구로 빠뜨린다. 그리고는 그 위에 침을 "탁" 뱉는다
거의 모든 흡연자들이 보여주는 동일한 행동이다
나는 그 하수구가 어디로 흘러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잘 모른다
그러나 나의 눈에는 화개의 뒷골목에서 예사롭게 일어나는 불결한 행동들이
마음에 심한 고통을 전달한다
인천국제공항의 화장실이나 서울시내의 전철에 있는 화장실을 보면서 우리는
국뽕에 젖어있고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이 지나칠때가 참 많이 있다
인체의 대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는 청결이 유지될 수 있다
한국의 청결은 버리거나 더럽히지 않아서 얻어내는 청결이 절대로 아니다
적어도 나의 관찰력으로는 한국의 청결은 청소를 자주 하거나 청결을 위한
청소부의 노력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에서 "꽁초를 버리면 벌금을 내게하는 나라"를 치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꽁초를 바깥으로 던지면 1000 달러 (일백 삼십오만원 상당)의
벌금 또는 6개월 징역에 처한다.
호주에선 최대 1만1000 달러 (일천사백팔십오만원 상당)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싱가포르에선 내-외국인 상관없이 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법정에 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5만원 벌금이 전부이고 이마저도 잘 단속하지 않는다"
이렇게 엄격한 법의 원칙은 나라를 깨끗하게 하고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더 청결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5만원의 벌금 그리고 그나마도 잘 단속하지 않음"이 국도의 모세혈관이라고
믿어지는 골목길을 불결하게 만들고 단속을 무시하여 아무렇게나 주차해 놓은
무질서한 주차들과 합세하여 한국의 골목길은 이미 심한 병에 찌들어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
무소유를 설파한 대한민국의 정신적 지도자 법정 스님의 말은 비록 다른 방향에서
들어야 할 깨우침이지만 나는 "어떤길도 막거나 더럽히지 말라" 고 호소하고 싶다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면소재지 단위의 소도시를
관장하는 지도자들은 비록 한니발이나 박정희처럼 역사적 개척은 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이 골목길의 청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섬진강과 화개의 십리길등 자연이 아름다워서 둥지를 틀어 보려고 했던 나는
이제 일년의 전세계약이 끝나면 여기를 떠나서 도시로 옮겨 갈 궁리를 하고 있다
만약에 화개의 주민들이 자신들의 집이나 업소에 접한 최소한의 길이나 골목에서
청결을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인다면 점점 기울어가는 화개의 관광사업은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무질서한 주차나 무질서한 쓰레기 투척은 골목길을 병들게 하는 질병의
원인이다
깨끗한 것이 싫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천공항의 청결때문에 국뽕에 취한 사람들아!
화개의 골목길이 그와 똑같이 깨끗하게 빛나는 그 날까지 아직은 좀 기다리자
한국인으로의 귀화가 꿈인 나는 아직도 이 곳에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