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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는 공부도 할 수 있고 사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화개장터에 홀로 살아가는 나에게 좋은 기회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제도 이쁘고 젊은 강사님의 강의를 하나 들어 보았다

 

"유기견의 기억" 이라고 하는 내용으로 어린시절 상처받은

동물이 또 누구의 집으로 초대되었을 때 여전히 나타내는

불안과 초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음악과 미술

두 예술가들이 합작하여 생산한 세 아들 중에서 유난히

왜소하던 나는 가장 촉망받던 형의 죽음으로 그만

유기견이 되었었다

 

가장 사랑하던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그나마 죽은 형을 많이 닮았던 막내의 손을 잡고

둘째인 나를 남겨두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아버지에게

둘째가 당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면서 나는 그만 나도 모르게 모견과

이별한 유기견이 되었다

 

어머니가 없었던

초등학교 이학년부터 사학년까지의 기억은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아예 거의 아무런 기억이 없는 시간들이다

 

남해의 어느 외딴 섬에서 음악선생을 하고 있던

어머니를 찾게 된 아버지가 나의 손을 잡고 당시

"경복호"라고 하는 배를 타고 남해로 가면서 나의

기억은 다시 이어진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노오란 기름이 솥에 낭자한

방어 (yellow tail)찌개를 끓여 오셨는데 그 기억 또한'

선명하다

 

남해군 창선면 욕지에서 시작하던 기억의 연결고리

 

유치원부터 삼육을 다녔던 나는 대학원까지 삼육을 다닌

삼육이 생산한 삼육인이다

아직도 삼육두유를 날마다 마시고 동네 어귀에 있는 삼육식품을

기웃거리는 삼육이 기르는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시절

삼사년에 걸친 유기견 시절은 나를 어리지만 난폭한 남자아이로

만들어 버렸고 또래보다 두세살 위의 선배라도 다 친구로 만드는

내공(?)이 존재했었다

 

초등학교를 마쳐갈때 까지도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고

누가 시간을 물으면 열시 구십오분이라고 말하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오학년 시절 나의 담임이시던 (지금은 미국에 살고 계시는)

안목사님에게 거의 날마다 걸상을 들고 무릎을 꿀면서 벌을 서는

기억이 서려있는 곳으로 찾아와 보았다

지금은 팔려서 "게스트 하우스"로 바껴있는 옛 통영교회

내가 벌을 서던 바로 그 자리는 301호실이 되어 있었고 거기로 나는 

벌써 세번을 찾아가서 추억의 단잠을 잤었다

 

우여곡절끝에 삼육에서 시작하여 삼육으로 대학원도 졸업했지만

나를 품어주신 몇몇 스승님들 외에는 나를 늘 문제아로

취급하고 심지어 내가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아버지에게 "그놈은 안돼!"라고 하는 언어폭력도 행사했다

 

삼육만 아니면 (아니  SDA 만 벗어나면) 펄펄 날았던 나는

군복무시절 뛰어난 행정병이었으며 숱한 표창장을 받기도 했었다

삼육대학 교수요원에서 다시 유기견으로 버려진 나는 

소공동 외국인 회사속에서 가장 빠른 승진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후배 하나를 무시험으로 데려와서 사무실을 삼육으로 도배하는

시절도 있었다

 

안식일을 지키며 안식교인과 결혼도 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반봉급 받으며 시작된 삼육학교의 영어선생시절은 또 한번 나에게

달아나야 한다는 강한 충동을 주었었다

 

결국 달아난 곳이 미국이며

미국의 언어와 문화를 사랑했던 아내의 품이었었다

 

미국도 나에게 너무나 신사적이었고

나도 그런 나라를 향해서 모든 의무를 행사하는 신사적 시민이었다

 

나의 여자도 나를 언제나 뜨겁게 사랑했고

나 또한 그렇게 뜨겁게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런 아내가 죽은 후에

삼년반을 혼자 지내면서 나는 두개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추억이 깃든 곳에서 멀리 떠나있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 고향 남쪽바다"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이다 

 

오개월전에 통영으로 돌아왔다

통영으로 돌아와서 골목골목을 뒤져가며 미친듯이 옛날의

유기견 시절의 냄새를 맡으려 킁킁거렸었다

안식일에 낚시를 갔다가 어머니에게 잡혀서 하루종일 방안에 갇히던

그 죽림의 바닷가는 신도시가 되어있었고

물방울이 줄줄 흐르던 산양면의 해저터널은 방수 공사로 터널이 좁아져서

소리가 예전처럼 울리지가 않는다

 

언제든지 통영으로 입성하려는 마음으로 임시거처를 만든 화개에서

나는 전통 5일장인 하동장과 구례장을 자주 기웃거린다

나의 유기견시절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들이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되어 할머니의 어머니들이 앉았던 장소에 앉아

봄나물을 팔고 있다

 

이제는 은퇴를 했으니 교회안에서 직장을 가질 염려는 없다

쫒겨날 일도 없다

그러나 친구로던지 아내로던지 여자가 한분 필요하다고

욱박지르는 주변의 압력 때문에 

그리고 받드시 그 대상은 재림교인이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유기견은 고민에 빠져있다

 

나는 지금 미주 kasda에서 아무런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설명도 없이

출입이 금지된 유기견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토록 서러운 기억을 간직한 유기견이 아직도 그 아픈 상처의 기억으로

점철된 장소로 돌아와서 따뜻한 대화의 주인공 한분 만나려 하는

나는 누구인가?

 

또 나의 글 여기저기 캪쳐해서

여기서 이말 저기서 저말하고 다닌다고

큰소리를 지르며 비난하는 세천사들이 나타날까봐

걱정은 된다

 

감히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profile
    fallbaram. 2024.03.04 22:52
    유기견의 추억도 엄청 질기고 아름답다
    철밥통들이여!
    유기견 삼백마리 모아서 밥을 준다는 어느 여자의 글 읽어 보았는가?
    생전에 "선한 사마리아인" 비슷한 셜교는 한번쯤 해 보았는가?

    누가 여우고 누가 포도밭이란 말이냐?
    여우는 포도밭에 관심이 없다
    포도밭 구멍사이로 왔다갔다 하는 쥐새끼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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