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형님!
보고 싶었습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지만 반가운 목소리였다
"아이고 O 목사!
나도 보고 싶었지.
지금 어디 계시나?"
그래놓고 속으로는 다 함께 늙어 가는 지금
학번도 군번도 기억속에 희미하고 아득한 것인데 무슨
형님이야? 라고 생각했다
"O" 목사는 학번과 군번은 나보다 늦지만
조강지처를 먼 나라로 보낸 기수로는 나보다 선배이다
아내의 오랜 투병생활을 돕느라고 어지간히 고생도
했을것이다
굵은 목젖에서 울려 나오는 두꺼운 저음의 목소리는
그의 기질을 잘 대변하는 남자다움의 상징이다
"어떻게 지내느냐?" 고 묻는 나의 질문에는
절반은 미국에서 또 절반은 한국에서 철새처럼 산다고 한다
겨울에는 겨울이 성수기인 그의 동네로 돌아가서
한국에서 보낸 육개월의 노자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한국에 와서는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하면서 신나게
놀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 말해 주었다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고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라고"
그러니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하는 그가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넌지시 부러워하기도 했다
은퇴를 하고나면 삼삼오오 모여살면서 골프나 치고
어느 교회이던지 어디선가 불러 주면 이따금씩 단상에 서는 재미로
살아가는 친구들에 비해서 그는 "어딘가에서 불러 주는
소리?" 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다
아직도 할일이 있고 아직도 그 나름의 놀일도 많은 것이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할일과 놀일을 번갈아 가며 찾아 다니는
그야 말로 최상의 은퇴를 누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꽤나 오래 통화를 하는중에 한번쯤은 서로의 "빈자리"
이야기가 나올뻔한데 끝내 그런 이야기는 없이 통화가
끝이 났다
아직까지는 나도 그렇다
홀로서기를 우리는 꽤나 씩씩하게 하고 있는듯 하다
서로 불러 주면 언제든지 달려 가겠다는 각서를 구두로
주고 받고 통화를 끝내고 난 후에 나는 "가까운 친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친구같은 선배도 있고
친구같은 후배도 있다
다 늙어가면서 그래야 친구가 늘어난다
언젠가 치매예방에 글쓰기가 으뜸이라는 글을 읽고 부터
나는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쓰다가 어느순간 고개를 숙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민초로 들어와서 글을 쓰는 이유는 이곳에서
글쓰기 친구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들꽃님과
그리고
LBURTRA님이
벌써부터 친구가 되어 주어서 감사함을 느낀다
평소에도 우리는
무심코 지나가면서도 서로 "Hi!" 또는 "Hello!"
하지 않는가?
친구가 그리운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