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여년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일이 하나 있었다
키가 육칠척은 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겨우 걷기를 시작하는
엄마의 젖냄새가 폴폴나는 가장 어린 아이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 어린것과 대화를 나누는데 어린아이가 질문하는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대화를 이어가는 광경이었다
서양의 기사도 (knight)는 강한자에게는 목숨을 걸고 약한자에게는 무릎을
끓는 것이어서 "lady first"는 그런 기사도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동양의 남자됨은 그와는 반대여서 아이들에게나 여자들에게 군림하는 것이
남자의 권위이고 약자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것 보다는 침묵하는 쪽이
그 권위에 어울리는 관습이었다
그래서 의사들은 질병에 대하여 자신들보다 무식한 환자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잘 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과묵한 것이 남자의 미덕이고 "노오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남자의
매력이었다
이러한 동양적 남성상을 간직한 내가 미국에 가서 받은 문화적 충격중에 하나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느낀 것이다
경상도 남자들이 하루 세마디밖에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미국적 문화에서
보면 정신적 장애인으로 분류되어야 할 판이다
동양의 신사들보다 서양의 신사들이 말을 더 많이 한다
말은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푸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의 신사들 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존재가 있다
하나님이다
아예 자신의 이름을 "말씀"이라고 선언하고 그것으로 세상을 지었다
라고도 선언하신다
그것도 모자라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라고 발전하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놀라운 표현이고 놀라운 기별이다
식물은 말이 없다 아니 말을 하지 못한다
동물은 소리를 낸다 그러나 소리가 말은 아니다
사람은 말을 한다 동물보다 뛰어난 기능을 가진 덕분이다
하나님은 말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말"이라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말을 더 많이 하는 서양남자들이 말을 더 적게하는 동양남자 보다
우월한가?
동양과 서양을 고루 살아 본 나는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기 싫다
각자가 알아서 판단 하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logos 라고 하는 언어이고 "말"이다
육척이 넘는 키를 꺾어 무릎을 끓고 아이가 아이의 수준으로 다 이해할 때 까지
구푸려 있던 그 서양남자 못지않게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푸려 다가 오셨다
엄청난 양의 글로서 "말"을 기록하더니 그 기록들이 "곧 나에게 대하여 말하는도다"
라고 했다
그리고 글로써 못다한 표현을 완성하기 위해서 발가벗고 피를 흘리면서
가장 쳐다보기 좋은 높이에서 자신의 발가벗은 몸을 달아 놓았다
아마도 거기서 "다 이루었다"고 한 말은 "다 보여 주었다" 일 것이다
그가 하나님의 사랑 즉 아가페라고 하는 것을 다 표현한 후에
"그래도 나에게로 오지 않을래?" 라고 묻는 것이 하나님의 마지막 물음이다
식물은 그 앞에서 말이 없고 동물은 소리만 지를 뿐이다
그러나 믿는자들은 반드시 감사와 찬양으로 떠들썩한 표현을 마땅히 해야
할 것이다
"주 예수여! 속히 오시옵소서!"
바람님 덕분에, 민초에 다시 방문합니다.
Have a happy and great day, (you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