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녀

by 김균 posted Jul 13, 202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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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녀

 

이 녀석이 이젠 제법 컸어요

지난해 태권도 1단 땄어요

"할아버지 난 돈 냄새가 그리도 좋아요" 한다

"임마 돈 냄새가 역하고 그렇지 좋기는?"

난 돈 냄새가 좋다면서

지폐를 코에 대고 맡는 녀석

첨 봤다

사람들은 돈을 좋아하지만

돌고 돈 돈에 붙은 냄새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누라는 헌금에 대하여 신권에 의지하는 물신주의자(?)다

새 것으로 바꿔서 낸다

헌금은 마음이지 종이 새 것 헌 것 가리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런데 이 꼬마 손녀는

돈 냄새가 좋다 한다

시장에 가면 바닷물 생선물 묻은 손으로

거침없이 잔돈 추스러 주는 아줌마들의 손에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가 묻어 있을까 하지만

그런 돈조차 좋아하는 나 역시 물신주의자 같다

돈 냄새가 좋다고?

이 녀석 할아버지 낚시대 사 줄거라고 돈 모우는 걸 보면

귀엽다 못해 무섭다

먹고 싶은 거 안 사먹고

하고 싶은 거 안 하고 ....

이번에 딸 집에 갔더니 이런다

할아버지 올 생일에는 낚시대 못 사드려요

내년에 사 드릴께요

왜?

모운 거 아빠 생일 선물로 드렸어요

돈이 하나도 없어요

손톱 발톱 메니큐 칠 하고서

우리부부가 2만원을 상납했다

"너 이리 모아서 어떻게 낚시대 사 주냐?"

"엄마가 보테 줄거예요"

이놈도 믿는 구석이 있구나

돈냄새는 기 막히게 잘 맡는구나

그러니 돈냄새가 좋다 하지

내 평생 돈 냄새가 좋다는 녀석

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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