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1.05.01 07:10

잔인한 4월

조회 수 1343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 “황무지”를 가르쳐 주셨는데 
4월이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잔디를 보게 되면 죽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지난해 4월 코비드를 겪으며 세상의 전쟁터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남긴 메모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더니
올해는 참혹하기만 하다. 

부모 앞서 자식이 떠나고
그 사실도 모른 체 부모가 따른다.
 
한평생 살아도 아쉬움만 가득한데
이별의 인사도 없이 헤어진 영혼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세상에 이런 법이 있었는지 
소리 없는 전쟁터도 처음 본다 
 
4월은 아직도 먼데
텅 빈 세상에 
남은 사람들은 
휴지와 먹을 것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닌다.   ( BRUTAR APR, 2020) "

 

1년이 지났는데도 세상은 여전히 바이러스와 전쟁이 한창이다.
작년 4월 뉴욕 시내가 마주 보이는 섬에 코로나로 죽은 연고 없는 시신들을 묻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올 4월 브라질에는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시신들을 빼내어 그 자리에 죽어간 사람들을 묻는 사진을 보았다. 
인도에서는 공동으로 화장을 하는 모습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일반 환자들의 방문을 금하여 죽어가는 사람들은 외롭게 홀로 떠나고 
이번 죽음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이 맞이하고 있다. 
신생아는 어머니의 가슴에 한 번 안겨 보지도 못 한 체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아까운 젊은 사람들도 수 없이 떠나는 것을 보기만 한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를 드려야 함에도 부끄러움에 견디기 힘든 것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기사: https://www.nytimes.com/2020/04/10/nyregion/coronavirus-deaths-hart-island-burial.html

 

< 시> 황무지

 

I.The Burial of the Dead, 死者의 埋葬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을;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상큼한 바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어디쯤 계시나요?

‘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
‘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
-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명성 자자한 천리안, ‘소소트리스’부인은
독감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 영특한 카드 한 벌로
유럽에서 제일 현명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의 카드가 나왔어요,
물에 빠져죽은 페니키아 뱃사람이에요,
(보세요!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잖아요.)

이 카드는 미녀 벨라도나, 암굴의 여인인데, 중요할 때면 등장하지요.
이것은 세 지팡이와 함께 있는 사나이, 이것은 수레바퀴,
그리고 이것은 외눈박이 장사꾼, 또 이것은
텅 빈 카드, 그가 무언가 등에 짊어지고 가지만
나는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매달린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을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혹시 ‘에퀴톤’ 부인을 만나거든
천궁도[天宮圖]는 내가 직접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
요즈음은 세상이 하도 험악하니까요.

허황한 도시,
겨울 새벽녘 누런 안개 속에,
런던 다리 위 흘러가는 사람들, 많기도 해라,
죽음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망친 줄 나는 생각도 못했다.
어쩌다 짧은 한숨들 내쉬며
저마다 제 발끝만 내려다보며 간다.
언덕길을 올라 ‘윌리엄’왕 거리로 내려서면
‘성 메어리 울로스’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홉 시의 마지막 아홉 점 죽어가는 소리.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그를 붙잡고 소리쳤다, ‘스테트슨’!
‘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한 배 탔던 자네!
지난 해 자네가 뜰에 심었던 그 시체 말일세,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피겠나?
혹시 서리가 느닷없이 묘상[苗床, Bed]을 뒤흔들진 않았었나?
아, 그 인간의 친구라는 개를 멀리하게,
그렇지 않으면 그놈이 발톱으로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들 위선의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4031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 ?
    김균 2021.05.01 07:45
    여든 두해를 살면서
    저는 올해 4월 더 좁게 말하자면
    지난 한 주가 잔인한 달이었어요
    쳇기가 있어 시키는대로(?)단식을 했는데
    10년 이상 늙은 기분입니다
    안 그래도 소식하는데 사흘을 굶었으니요
    힘이 하나도 없고 오늘도 교회가서 찬미도 못 불렀어요
    우리 교회에서 제가 제일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데요
    4월 그놈들 진짜 잔인하네요
    그래 평생 이 시를 끼고 살았다가 된통 당하네요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 ?
    김주영 2021.05.02 11:46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의 노래가 생각나서 불렀는데
    서울에서 음대 나온 조카는 그 노래를 모른다네요.
    '아니, 요즘은 음악 교과서에 그런 노래 안나와?'
    경악을 했었습니다. ㅎㅎㅎ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1206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41401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7557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8760
1728 광야의 만나도 거듭나야 한다고? fallbaram. 2025.01.14 15
1727 행함의 예배에서 믿음의 예배로 거듭나야 fallbaram. 2025.01.13 26
1726 거듭나야 할 예배 (남자의 예배에서 여자의 예배로) 1 fallbaram. 2025.01.12 28
1725 니고데모에게 설명한 그날밤의 "거듭남"이란 2 fallbaram. 2025.01.11 49
1724 전에 중국관련 글 하나 썼는데 김균 2025.01.09 59
1723 먼저 온 것은 절대로 "마침"이 아니다 6 fallbaram. 2025.01.06 117
1722 유한한 것과 영원한 것의 차이 fallbaram. 2025.01.06 44
1721 먼저 태어난 자와 나중 태어난 자의 성서적 운명? fallbaram. 2025.01.04 70
1720 사도요한과 사도바울의 간곡한 부탁? 1 fallbaram. 2025.01.04 82
1719 겸손하기 위하여 겸손할 필요가 있을까? 2 fallbaram. 2025.01.03 66
1718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fallbaram. 2024.12.31 51
1717 과정책 겉 표지 2 들꽃 2024.12.28 137
1716 이 땅이 어디라고 감히 2 김균 2024.12.25 112
1715 공정과 상식이 춤 추는 곳 3 김균 2024.12.25 91
1714 민초의 사랑방이 되려나 2 fallbaram. 2024.12.22 124
1713 소갈증 3 김균 2024.12.20 109
1712 우격다짐 7 fallbaram. 2024.12.20 158
1711 우리교회의 선지자 김균 2024.12.19 54
1710 성경 전반에 걸쳐서 이렇게 훌륭한 관점이 흐를수 있다면 알마나 좋을까 2 fallbaram. 2024.12.15 177
1709 김대성 목사 -- 최삼경 목사 70이레 지상 논쟁-2 (수정 추가) 달타냥 2024.12.14 137
1708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의 의미 2 fallbaram. 2024.12.13 159
1707 김대성 목사---최삼경 목사 70이레 해석 지상논쟁 달타냥 2024.12.12 123
1706 겨울 그리움의 끝에서 2 file 다알리아 2024.12.09 175
1705 예수는 길이요 ( 요 14:6) 1 들꽃 2024.12.05 156
1704 지옥의 자식 2 김균 2024.12.01 224
1703 다촛점 교회 3 fallbaram. 2024.11.29 225
1702 재림의 징조 1 김균 2024.11.28 158
1701 예수님은 왜 사팔이를 낫게하는 이적을 행하지 않으셨을까? 2 fallbaram. 2024.11.27 170
1700 등록이란 두 글자 3 김균 2024.11.22 185
1699 울고싶다는 영감님을 생각하며 fallbaram. 2024.11.21 123
1698 교회에 퍼 질고 앉아 1 김균 2024.11.21 166
1697 막달라 마리아 2 김균 2024.11.18 201
1696 우리 교회는 선지자가 계십니다 2 fallbaram. 2024.11.17 172
1695 이산가족을 만난 것 같은 fallbaram. 2024.11.14 123
1694 설교가 지겨우면 6 김균 2024.11.09 266
1693 다 늙은 몸! 3 fallbaram. 2024.11.07 224
1692 장가를 가더니 6 김균 2024.11.03 249
1691 오래된 기억 2 file 막내민초 2024.09.03 444
1690 지옥 가다가 돌아오다 2 김균 2024.06.23 1266
1689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2 김균 2024.06.23 594
1688 안식일 준수 3 들꽃 2024.06.22 681
1687 성경은 누구를 아들이라고 하는가 (1) fallbaram. 2024.06.19 509
1686 재림교인 되기 5 들꽃 2024.06.19 1145
1685 중세기의 신 이야기 7 김균 2024.06.18 817
1684 성경이 말하는 죄의 변천사 fallbaram. 2024.06.18 646
1683 계시록 13:11-18의 두 뿔의 양같은 짐승은 거짓 선지자인가, 소아시아의 고유 제국 숭배 현실인가, 미국인가 3 들꽃 2024.06.17 1582
1682 성경이 시작하고 성경이 끌고가는  살아있는 안식일의 변천사 1 fallbaram. 2024.06.16 641
1681 문자로 읽고 싶은 것은 문자로 읽고 해석이 필요한 것은 또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3 fallbaram. 2024.06.16 684
1680 자유 2 fallbaram. 2024.06.16 555
1679 들을 귀 있는자는 들으라 fallbaram. 2024.06.07 1076
1678 삼십팔년된 병자가 누구인가? 1 fallbaram. 2024.06.05 1099
1677 아주 간단한 질문 16 fallbaram. 2024.06.05 1587
1676 왜 오늘은 이리도 쓸쓸한가 7 fallbaram. 2024.06.04 1267
1675 "어깨넘어"로를 넘어야 할 우리 5 fallbaram. 2024.05.27 1119
1674 의학상식 fallbaram. 2024.05.27 937
1673 오늘은 야외예배를 가는 날 3 fallbaram. 2024.05.17 1171
1672 한국남자 서양남자 그리고 그 남자 3 fallbaram. 2024.05.05 973
1671 감리교단의 동성애 목회자 허용 2 들꽃 2024.05.03 1126
1670 교단 사역역자에 대한 비난 들꽃 2024.04.30 672
1669 길이란 fallbaram. 2024.04.26 694
1668 독서의 불편 3 들꽃 2024.04.24 1093
1667 안식일의 완성 fallbaram. 2024.04.24 943
1666 배려와 권리 사이 2 fallbaram. 2024.04.18 647
1665 먼저 준 계명과 나중에 준 계명 fallbaram. 2024.04.17 1506
1664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 1 fallbaram. 2024.04.07 1009
1663 소문 3 fallbaram. 2024.03.31 1297
1662 일요일 쉼 법안 1 들꽃 2024.03.17 733
1661 행여 이 봄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fallbaram. 2024.03.16 650
1660 "O" 목사 2 fallbaram. 2024.03.15 1718
1659 부전자전 fallbaram. 2024.03.14 809
1658 그리움 3 fallbaram. 2024.03.10 930
1657 아! 여기 숨어 있었군요 fallbaram. 2024.03.07 1558
1656 홍매화 2 fallbaram. 2024.03.04 1023
1655 한마리 유기견의 기억 1 fallbaram. 2024.03.03 806
1654 먼저 온 것과 나중 온것이 하나가 되는 fallbaram. 2024.03.02 70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4 Next
/ 24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