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

by 무실 posted May 01, 2021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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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 “황무지”를 가르쳐 주셨는데 
4월이면 파릇파릇 돋아나는 잔디를 보게 되면 죽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지난해 4월 코비드를 겪으며 세상의 전쟁터가 바로 이런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남긴 메모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더니
올해는 참혹하기만 하다. 

부모 앞서 자식이 떠나고
그 사실도 모른 체 부모가 따른다.
 
한평생 살아도 아쉬움만 가득한데
이별의 인사도 없이 헤어진 영혼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세상에 이런 법이 있었는지 
소리 없는 전쟁터도 처음 본다 
 
4월은 아직도 먼데
텅 빈 세상에 
남은 사람들은 
휴지와 먹을 것을 구하러 이리저리 다닌다.   ( BRUTAR APR, 2020) "

 

1년이 지났는데도 세상은 여전히 바이러스와 전쟁이 한창이다.
작년 4월 뉴욕 시내가 마주 보이는 섬에 코로나로 죽은 연고 없는 시신들을 묻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올 4월 브라질에는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는 시신들을 빼내어 그 자리에 죽어간 사람들을 묻는 사진을 보았다. 
인도에서는 공동으로 화장을 하는 모습들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일반 환자들의 방문을 금하여 죽어가는 사람들은 외롭게 홀로 떠나고 
이번 죽음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이 맞이하고 있다. 
신생아는 어머니의 가슴에 한 번 안겨 보지도 못 한 체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아까운 젊은 사람들도 수 없이 떠나는 것을 보기만 한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를 드려야 함에도 부끄러움에 견디기 힘든 것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기사: https://www.nytimes.com/2020/04/10/nyregion/coronavirus-deaths-hart-island-burial.html

 

< 시> 황무지

 

I.The Burial of the Dead, 死者의 埋葬

 

4월은 더없이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써 잠든 뿌리를 뒤흔드노라.

겨울은 차라리 따뜻했노라,
망각의 눈은 대지를 뒤덮고,
메마른 구근[球根]들로 가냘픈 목숨 이어주었노라.

여름은 소나기를 몰고 ‘슈타른버거’호수를 건너와,
우리를 놀래주었지, 그래서 우리는 회랑[回廊]에 머물렀다가,
다시 햇빛 속을 걸어 공원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을 이야기했지.

나는 러시아 사람 아니에요, 리투아니아 출생이지만, 나는 순수 독일인이에요.
우리가 어린 시절, 사촌 태공의 집에 머물 때,
사촌이 썰매를 태워주었는데, 나는 겁이 났어요,
‘마리, 마리 꼭 잡아’ 라고 말하며 그는 쏜살같이 내려갔어요.
산속에선 자유로워요.
밤이면 책 읽으며 보내고, 겨울이면 남쪽으로 가지요.

저 얽힌 뿌리들은 무엇이며, 이 돌무더기에서
무슨 가지들이 자라난단 말인가? 인간의 아들이여,
너는 알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이란
망가진 우상들 무더기뿐, 거기 해가 내리쬐어도
죽은 나무엔 그늘이 없고, 귀뚜리도 위안 주지 못하며,
메마른 돌 틈엔 물소리조차 없노라. 오로지
이 붉은 바위 아래에만 그늘 있노라,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라)
그리하면 나는 네게 보여주리라,
아침에 너를 뒤따르는 네 그림자와 다르고
저녁에 너를 마중 나온 네 그림자와 다른 것을;
한 줌 먼지 속 두려움을 네게 보여주리라.

상큼한 바람
고향으로 부는데
아일랜드의 내 님이시여
어디쯤 계시나요?

‘일 년 전 당신은 내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주셨어요,’
‘사람들은 나를 히야신스 아가씨라고 불렀어요.’
- 하지만 우리가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돌아왔을 때,
한 아름 꽃을 안은 너, 머리칼도 젖어있었지,
나는 말도 못하고 내 두 눈은 보이지도 않았지,
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채, 아무 것도 모른 채,
빛의 핵심을, 그 고요를 들여다보았지.
바다는 텅 비었고 쓸쓸합니다.

명성 자자한 천리안, ‘소소트리스’부인은
독감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 영특한 카드 한 벌로
유럽에서 제일 현명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의 카드가 나왔어요,
물에 빠져죽은 페니키아 뱃사람이에요,
(보세요! 그의 두 눈은 진주로 변했잖아요.)

이 카드는 미녀 벨라도나, 암굴의 여인인데, 중요할 때면 등장하지요.
이것은 세 지팡이와 함께 있는 사나이, 이것은 수레바퀴,
그리고 이것은 외눈박이 장사꾼, 또 이것은
텅 빈 카드, 그가 무언가 등에 짊어지고 가지만
나는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매달린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군요. 물을 조심하세요.
수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혹시 ‘에퀴톤’ 부인을 만나거든
천궁도[天宮圖]는 내가 직접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
요즈음은 세상이 하도 험악하니까요.

허황한 도시,
겨울 새벽녘 누런 안개 속에,
런던 다리 위 흘러가는 사람들, 많기도 해라,
죽음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 망친 줄 나는 생각도 못했다.
어쩌다 짧은 한숨들 내쉬며
저마다 제 발끝만 내려다보며 간다.
언덕길을 올라 ‘윌리엄’왕 거리로 내려서면
‘성 메어리 울로스’ 성당에서 들려오는
아홉 시의 마지막 아홉 점 죽어가는 소리.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그를 붙잡고 소리쳤다, ‘스테트슨’!
‘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한 배 탔던 자네!
지난 해 자네가 뜰에 심었던 그 시체 말일세,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피겠나?
혹시 서리가 느닷없이 묘상[苗床, Bed]을 뒤흔들진 않았었나?
아, 그 인간의 친구라는 개를 멀리하게,
그렇지 않으면 그놈이 발톱으로 다시 파헤칠 걸세!
그대들 위선의 독자여! 나의 동류, 나의 형제여!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4031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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