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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05:58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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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산을 참 좋아하셨다

일본에서 미술을 전공하기 전에

오산고보와 광주고보를 다니셨는데

짬짬히 등산을 즐기셨고 설악산은 물론

금강산도 두번이나 올랐다가 죽을뻔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Someday!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산이 높은 서부와 동부를 비워놓고

사과나무 꼭대기가 가장 높다는 미시간과

옥수수 나무의 꼭대기가 또 가장 높다고 하는

오하이오에서 반평생을 보냈었다

 

사랑하는 가족

아내와 아들들이 나의 산이라 생각했기 때문일까?

 

초등학교 오학년시절 

형의 돌연한 죽음의 충격으로 행방이 묘연해진 어머니

대문에 나는 아버지와 단 둘이서 통영에서 살았었다

 

하루는 일어나보니 내 머리맡에 쌀 한바가지가 있었고

천환짜리 지폐가 한장 그리고 "꿈에 소백산을 보았는데

갔다 올테니 혼자서 잘 지내라"는 쪽지가 한장

쌀바가지 속에 꽃혀 있었다

 

그렇게 소백산을 다녀 오신 아버지는 그 후에

기어이 흙벽돌로 소백산 정글 어디메쯤 집을 지었고

농사도 지으셨다

 

훗날 바로 그 흙벽돌 집에서

내 어머니의 절친이던 정운 이 영도선생과

청마 유 치환이 머물면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노래한 불륜(?)의 장소가 되었었고 그 이야기는 두 사람의

어떤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 영원한 비밀이 되어 있다

 

아버지는 그래서인지

지리산의 줄기이면서 경사가 가파른 곳에서 과수원을

하셨고 적어도 그 곳에서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하던 것처럼 나의 등록금은

과수원의 열매를 따서 모은 돈들이었다

 

"아버지! 이북에 한번 갖다 오세요"

"고향도 가 보시고 금강산도 한번 더 구경하시고..."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금강산보다 더 높은 것이었을까?

아버지는 더 이상 산에 관심을 두지 않고

미국에서 이십년 이상을 사시다가

산이 하늘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산으로 가셨다

 

산도 좋아하고 물도 좋아하는 아들을 남겨두고.

 

아버지가 살았던 비슷한 곳 비슷한 높이의 산쪽에서 나도

지금 살고 있다

지리산에서 백운산을 바라보는 장소에서 살고 있다

 

오늘은 그 백운산을 가까이 보려고 버스를 타고 

하동에서 옥곡으로 옥곡에서 다시 광양으로 갔었다

버스길에 백운산이라고 하는 표시를 세번이나 

보았어도 나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끝내 등산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 깊숙히 들어가서 자연인으로 살거나

외딴섬에서 바다속의 흥미로운 이것저것을

건지며 살고 싶다

 

남의 기분도 모르는 어떤 아낙은

조그마한 텃밭 가꾸고 짬짬이 여행도 하고

서로 쭈그러지는 얼굴바가지를 맞대고 부비며

살자한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곳은 끝내 깊은 산속이거나 외딴 섬이기를

나는 철없이 갈망하고 있다

 

지리산의 허리쯤에서 살아 보니 지리산의 어깨쪽으로

옮겨 간다고 해도 그리 못살 일은 아닌듯 하다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지만

염기서열에 나타나지 않는 유전자의 발현은 

부모의 것과 자식의 것이 다를 수 있다는데...

 

아버지!

어디로 갈까요?

 

바다로 갈까요? 

산으로 갈까요?

 

오늘은 아버지 생각 참 많이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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