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1.12.01 01:11

한국, 왜 우경화하나?

조회 수 1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늘 느끼지만, 역시 박노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한국, 왜 우경화하나?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훨씬 더 급진적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의 여론 주도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심화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진보 정권’ 탓이나 ‘귀족 노조’ 탓으로 성공적으로 돌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시작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세제 특혜도 폐지하지 못하는 현 정권이 과연 ‘진보’인가?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박노자 |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

 

나는 요즘 흥미로운 현상 하나를 보게 된다. 내가 잘 아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사회주의’가 한창 긍정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18~24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주의’ 지지율은 50~55% 정도로, ‘자본주의’ 지지를 앞지르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노르웨이 같은 사민주의적 국가 정도를 의미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의 아성이었던 미국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미 사민주의 사회가 존재하는 노르웨이에서는 급진 좌파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금 오슬로대학교 같으면, 전체의 3분의 1이나 되는 학생들이 급진 사회주의 정당인 적색당이나 사회주의좌파당을 지지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가장 주시하는 외국이라면 독일일 텐데,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서는 최근 대형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 20만여채를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과반이 이에 찬성했다. ‘몰수’와 ‘공유화’는 다시 인기 있는 표어가 되어가는 추세다. 권위주의 정권인 러시아에서도 지금 독재의 대항마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세력은 바로 최근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린 연방공산당이다. 내가 아는 어느 사회를 둘러보아도, 팬데믹과 경제, 환경 위기 속에서 좌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 같다.

 

두개의 예외를 이야기하자면 바로 일본과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는 4년 전에 촛불항쟁으로 물러난 강경 보수 세력들이 부활하여 대선 정국의 ‘강자’로 부상했다. 구미권으로 가면 갈수록 ‘희망’을 의미하게 된 ‘사회주의’는 이들 세력에게는 욕 중의 욕이다. 이들은, 객관적으로 보면 중도의 사회적 자유주의 정도로 규정될 수 있는 현 집권 세력을 공격할 때에도 늘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식의 비난을 퍼붓는다. 정작 ‘사회주의’로 불릴 만한 그 어떤 정책도 지난 4년 동안 전혀 시행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강경 보수의 ‘힘’이 과시되는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 극우의 행동대는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망동도 종종 벌인다. 몇주 전에,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집회에 ‘자유연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극우 단체 회원들이 나타나서 “위안부 강제 동원은 거짓말”과 같은 표어를 들고 일장기를 흔드는 광경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면서 믿을까 말까 한 적이 있었다. 몇년 전만 해도 극우들이 일장기를 들고나와서 피해자들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모독하지는 못했을 터인데, 이제 이런 공개적 행동이 가능해질 정도로 이 사회의 제재력이 약해진 것이다. 일장기를 흔들면서 전쟁 피해자들을 모욕해도 이 망동을 막을 만한 시민들의 ‘공분’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구미의 다수 국가에서 급진 좌파의 인기가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크게 오르는 이유들은 쉽게 이해된다. 첫째, 기후위기와 같은 지구적 재앙들을 이윤추구 시스템을 통해선 해결할 수 없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십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가면 갈수록 젊은 세대로 하여금 안정된 직장이나 내 집을 마련하여 가정을 이룰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날 평균적인 영미권 20대는 플랫폼 노동을 하거나 불안한 직장에 다니며 계속 비싸지는 주택 임대료를 내고 대출받은 학자금을 상환하느라고 거의 저축을 할 수 없는 ‘현대판 무산자’다. 재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일수록 사회적 자원의 공유를 지지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은가? 셋째, 역사적 기억들은 좌파 부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구미에서는 1950~60년대에 재분배 정책의 대대적인 실시와 함께 대중의 삶이 크게 좋아진 경험이 있으며, 역사 교육이나 언론 등은 이 경험에 대한 집단 기억을 유지시키고 있다. 사민주의자들의 장기 집권을 경험한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이 급진 좌파가 집권해 ‘덜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서 다수의 삶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러시아에서의 괄목할 만한 좌파의 부활 역시, 모두가 안정된 직장을 영위했으며 국가로부터 무료로 주택을 배분받을 수 있었던 소련 시절에 대한 기억에 기대는 편이다.

 

한국의 상황은 이와 꽤나 다르다. 첫째,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애써 외면한다. 죽도록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친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미래 걱정’ 자체는 ‘사치’로 보일 수 있다. 현 정권의 그린뉴딜은 결국 탈성장이 아닌, 단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 집약적 성장인데, 이처럼 전혀 급진적이지 않은 기후 정책에 다수의 한국 젊은이들은 그다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둘째, 젊은이들의 박탈감은 구미권보다 한국에서 더 심한데, 문제는 박탈이라는 상황을 언론 등 여론 주도세력이 어떻게 포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20대의 자가 주택 보유율을 보면 한국은 24%에 그친다. 반면 미국 20대는 34%나 자신이 사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20대 근로자들 중에 무려 40%가 비정규직인 데 비해, 노르웨이의 경우는 15~24살 근로자의 27%, 그리고 24~29살 근로자의 15%만이 비정규직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젊은이들이 훨씬 더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의 여론 주도세력들이 부동산 문제의 심화나 비정규직 양산 등을 ‘진보 정권’ 탓이나 ‘귀족 노조’ 탓으로 성공적으로 돌려왔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시작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세제 특혜도 폐지하지 못하는 현 정권이 과연 ‘진보’인가? 유럽과 달리 경영 참여도 못 하는 노조는 과연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와 같은 물음들은, 이미 보수적 여론 주도세력의 프레이밍에 익숙해진 많은 이들에게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셋째, 이미 유권자들을 많이 실망시킨, 진정한 의미의 ‘진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현 정권보다 더 급진적인 정치세력들은 구미권과 달리 한국에선 집권한 적이 없다. 그들은 승리의 기억에 의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하는데,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쉽게도 한국인의 표심은 강경 보수 대 사회적 자유주의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진자처럼 왔다 갔다 하곤 한다. 강경 보수의 적폐에 대한 분노가 쌓이면 자유주의 세력들을 택하고, 자유주의 세력이 집권해 부동산과 불안 노동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다시 강경 보수의 인기가 오른다. 이 폐쇄회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1439.html#csidx3a19c5fe4bbf2ccba72988fbe1ce37f 


  1.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Date2014.12.01 By김원일 Views8509
    read more
  2.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Date2013.04.07 Byadmin Views38557
    read more
  3.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Date2013.04.07 Byadmin Views54323
    read more
  4. 필명에 관한 안내

    Date2010.12.05 Byadmin Views86184
    read more
  5. 교단 사역역자에 대한 비난

    Date2024.04.30 By들꽃 Views24
    Read More
  6. 길이란

    Date2024.04.26 Byfallbaram. Views62
    Read More
  7. 독서의 불편

    Date2024.04.24 By들꽃 Views187
    Read More
  8. 안식일의 완성

    Date2024.04.24 Byfallbaram. Views72
    Read More
  9. 배려와 권리 사이

    Date2024.04.18 Byfallbaram. Views120
    Read More
  10. 먼저 준 계명과 나중에 준 계명

    Date2024.04.17 Byfallbaram. Views108
    Read More
  11.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

    Date2024.04.07 Byfallbaram. Views189
    Read More
  12. 소문

    Date2024.03.31 Byfallbaram. Views207
    Read More
  13. 일요일 쉼 법안

    Date2024.03.17 By들꽃 Views170
    Read More
  14. 행여 이 봄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Date2024.03.16 Byfallbaram. Views190
    Read More
  15. "O" 목사

    Date2024.03.15 Byfallbaram. Views287
    Read More
  16. 부전자전

    Date2024.03.14 Byfallbaram. Views224
    Read More
  17. 그리움

    Date2024.03.10 Byfallbaram. Views214
    Read More
  18. 아! 여기 숨어 있었군요

    Date2024.03.07 Byfallbaram. Views188
    Read More
  19. 홍매화

    Date2024.03.04 Byfallbaram. Views190
    Read More
  20. 한마리 유기견의 기억

    Date2024.03.03 Byfallbaram. Views187
    Read More
  21. 먼저 온 것과 나중 온것이 하나가 되는

    Date2024.03.02 Byfallbaram. Views162
    Read More
  22. 산자와 죽은자 사이에 드려진 제사

    Date2024.03.01 Byfallbaram. Views172
    Read More
  23. 산자와 죽은자

    Date2024.02.29 Byfallbaram. Views271
    Read More
  24. 김운혁님의 글들을 다른 장소로 옮겼습니다.

    Date2024.02.20 By기술담당자 Views171
    Read More
  25. 만남

    Date2024.02.19 Byfallbaram. Views376
    Read More
  26. 대총회 10일 기도회 (1월 10 일 -20일, 2024) 낭독문 열째날

    Date2024.01.11 By무실 Views129
    Read More
  27. 대총회 10일 기도회 (1월 10 일 -20일, 2024) 낭독문

    Date2024.01.10 By무실 Views114
    Read More
  28. 제야의 기도_김교신

    Date2023.12.31 By무실 Views133
    Read More
  29. 일년의 계획_김교신

    Date2023.12.31 By무실 Views178
    Read More
  30. Sharon Kim 집사님의 체험간증 - 하나님의 능력으로 10여년간 걷지못하든 환우가 걷게된 Story !

    Date2023.11.25 By반달 Views147
    Read More
  31. 황당한 Kasda

    Date2023.11.19 By들꽃 Views194
    Read More
  32. [반달]이 게시판에 아직도 살아있는지? 올려봄니다.

    Date2023.11.18 By반달 Views251
    Read More
  33. 의식주

    Date2023.09.22 By김균 Views235
    Read More
  34. 사랑의 등수 매기기

    Date2023.07.06 By다알리아 Views291
    Read More
  35. 치매99%는 절대 못 찾는 다른 그림찾기

    Date2023.07.02 By다알리아 Views239
    Read More
  36. 삼나무 뿌리의 지혜

    Date2023.06.27 By다알리아 Views404
    Read More
  37. 미국 대형교회 목사가 홈리스가된 사건

    Date2023.06.24 By다알리아 Views154
    Read More
  38. 여름 편지

    Date2023.06.07 By다알리아 Views248
    Read More
  39. 어머니 덕분이다

    Date2023.05.18 By다알리아 Views181
    Read More
  40. 도전한 사람들이 이룰 것이다

    Date2023.05.15 By다알리아 Views112
    Read More
  41. 오늘도 감사

    Date2023.05.05 By다알리아 Views406
    Read More
  42. 2023 새해의 바램

    Date2023.01.02 By무실 Views193
    Read More
  43. 갈릴레오의 출현

    Date2022.12.31 By들꽃 Views192
    Read More
  44. 모든 것이 은혜였소

    Date2022.08.17 By다알리아 Views519
    Read More
  45.  이것이 행복이라오 

    Date2022.07.21 By다알리아 Views413
    Read More
  46. 우리 손녀

    Date2022.07.13 By김균 Views180
    Read More
  47. 천국 있냐?

    Date2022.07.13 By김균 Views171
    Read More
  48. 무좀 이야기

    Date2022.07.13 By김균 Views114
    Read More
  49. 나는 한번씩 환상을 본다

    Date2022.07.13 By김균 Views125
    Read More
  50. 요즘 내가 왜 이리 됐을까?

    Date2022.04.30 By김균 Views570
    Read More
  51. 믿을 놈 없었다

    Date2022.04.29 By김균 Views417
    Read More
  52. 이 세상은

    Date2022.04.29 By김균 Views164
    Read More
  53. 우크라이나 합창단의 성가와 민요

    Date2022.04.02 By무실 Views245
    Read More
  54. 성경은 완전한가?

    Date2022.02.26 By김균 Views351
    Read More
  55. 우크라이나 대통령 근황

    Date2022.02.26 By무실 Views301
    Read More
  56. 왜 미주 재림교회 협회의 장로부부 세미나가 필요한가

    Date2022.02.25 By들꽃 Views346
    Read More
  57. 우울증에 좋은 것들

    Date2022.02.15 By무실 Views138
    Read More
  58. 축복_The Blessing (민수기 6:24-26)

    Date2022.02.05 By무실 Views172
    Read More
  59. 김운혁 님께 드리는 정중한 부탁 (몇 번째 "정중한 부탁"인지는 모르겠으나)

    Date2022.01.18 By김원일 Views244
    Read More
  60. Free Self Covid-19 Test Kit(수정)

    Date2022.01.17 By1.5세 Views349
    Read More
  61. 북한 감옥에서의 949일은 축복과 같은 시간이었어요ㅣ캐나다큰빛교회 원로목사 임현수

    Date2022.01.13 By알아보자 Views115
    Read More
  62. 오 거룩한 밤!

    Date2021.12.17 By무실 Views165
    Read More
  63. 내 영혼이 은총입어

    Date2021.12.16 By무실 Views126
    Read More
  64. @@@ 2010.11.12 @@@ 그 때 가 그 리 워 서 & & &

    Date2021.12.04 By둥근달 Views320
    Read More
  65. 한국, 왜 우경화하나?

    Date2021.12.01 By김원일 Views189
    Read More
  66. 만유내재신론 "Panentheism (not Pantheism) 이야기 04

    Date2021.12.01 By김원일 Views162
    Read More
  67. 만유내재신론 "Panentheism (not Pantheism) 이야기 03

    Date2021.11.30 By김원일 Views149
    Read More
  68. 만유내재신론 "Panentheism (not Pantheism) 이야기 02

    Date2021.11.28 By김원일 Views183
    Read More
  69. 만유내재신론 "Panentheism (not Pantheism) 이야기 01

    Date2021.11.28 By김원일 Views158
    Read More
  70. 김무식 님에게 미루다가 드리는 부탁 

    Date2021.11.28 By김원일 Views222
    Read More
  71. 조사심판

    Date2021.11.25 By못난쟁이 Views1274
    Read More
  72. 바이든의 외교와 중국: 놈 촘스키

    Date2021.11.24 By김원일 Views128
    Read More
  73. 이재명의 부상과 대선

    Date2021.11.22 By김원일 Views248
    Read More
  74. 식습관이 유래된 이야기

    Date2021.11.15 By김균 Views136
    Read More
  75. 오징어게임이 말하는 드라마의 핵심

    Date2021.10.27 By김원일 Views176
    Read More
  76. 오늘의 유머

    Date2021.10.12 By1.5세 Views231
    Read More
  77. ‘속지 않는 자’가 가장 잘 속는다

    Date2021.10.03 By김원일 Views120
    Read More
  78. 우리 셋째 이모 박영애

    Date2021.10.01 By김원일 Views163
    Read More
  79. 왜 일까

    Date2021.09.20 By들꽃 Views13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