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를 버틴 명장과 나

by 김균 posted Apr 01, 202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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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를 버틴 명장과 나

 

 

그는 1924년 생입니다

인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 시대 이름 있는 이화여전을 다녔다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유학을 마친 황해도 부유한 집에 시집을 갔습니다

 

 

이런 평범한 삶도

해방과 함께 온 남북분단으로 남편을 잃게 되고

신앙 때문에 정치범 수용소로 전전했습니다

20세기가 저물어 갈 무렵 그녀는 탈북을 합니다

나는 그녀를 어느 추운 겨울 안식일 오후

조선족 자치주 용정교회의 뒷방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 때가 그녀의 80세된 해라고 하니

오늘 내 나이와 같습니다

처음 만난 날 그녀는 평생을 고생하며 산 노인의 80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를 않았습니다

그 날 돌아가신 신 계훈 목사님이 나를 용정 교회 가자해서 따라 갔는데

그 추운 뒷방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 날 서서 기도하면서 나는 엄청 울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 온 어느 날 시조사 식당에서 신 목사님이 날더러

그녀를 한국으로 모셔오면 좋겠다 곧 전국 안식일학교대회가 있을 건데

거기서 간증하면 좋겠다

요즘 한국교회가 안식일 지킴이 영 마음이 아픈데

귀감이 되는 분의 간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장로님더러 그 일을 해 달라고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몇 달 후 그 일을 추진하다가 신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그 할머니 꼭 모셔올까요?”

그랬더니 나는 모릅니다 장로님이 알아서 하세요 하시는데

내가 추진하다가 사고가 나서 문제가 생기면 교단이 어려워질까 겁이 나는 모양 같아서

일만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한국으로 모셔왔습니다

그날 인천공항에서 나를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서 하시는 말

장로님은 꼭 천국 갈 거야라고 하시데요

여러 경로에 부탁을 해도 해만 가고 길이 보여지지 않았는데

여권 만들고 비행기로 모셔왔으니 할머니가 생각해도 그런 기분이 들었나 봐요

그 뒤의 이야기는 여러분들도 교회지남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아시는 것과 같습니다

 

 

그녀가 그리던 자유는 찾았지만

마음의 자유 육신의 자유 신앙의 자유는 찾았지만

북에 두고 온 준교라는 딸은 잊지 못했습니다

가슴에 안고 산 세월 그녀는 그를 사랑하던 모든 가족을 두고

세월을 이길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우리들과 맺어진 이 아름다운 우정을 우리는 하늘에서 다시 이을 겁니다

부름의 상을 같이 찾다가 먼저 간 것 이상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저는 대련에서 인천으로 모시고 나올 때 인천공항 밖에서 나를 꼭 껴안으시고

장로님은 천국 갈 거야 하시던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와 그리고 8월에 보령 천북의 요양원을 찾았을 때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시던 그 모습에서 하나님은 이런 망각까지도 사랑하시면서

그가 사랑하던 예수와 천국만 간직하게 하시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연의 긴 줄을 날리면서 우리는 모두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장소가 어디냐 하는 것은 필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그날을 기다리는 백성입니다

같은 나라에 살았듯이 같은 하늘에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우린 안식일의 거장 당신을 알게 된 것 모두가

하나님의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이 순옥 할머니

평안히 영면하십시오.

 

 

20191129

로산 올림

 

 

 

 

위 글은 이 순옥 할머니의 영결식이 있던 날

삼육서울병원 장례식에서 드린 글입니다

먼저 그의 아들을 탈북시켰는데 그 아들이 가족을 많이 데리고 왔습니다

그 손자가 가지고 있던 할머니의 그 성경을 삼육대학교에 기증했습니다

중국에서 날 보고 이 성경 김 장로 줄까? 하시는데

할머니 난 필요 없으니 가지고 계시다가 꼭 필요한 곳에 기증하세요 했는데

박 인경 집사님의 배려로 갈 곳을 찾은 겁니다

15여 년을 그 뒷수발 하느라고 고생한 박 인경 집사님께

하나님께서 노년에 은혜를 베푸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모시고만 왔지만 그 뒤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태능교회에도

감사를 잊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귀한 안식일 지킴이가 온 교회를 울렸습니다

이런 것 못 보고 돌아가신 신 계훈 목사님이 오늘 밤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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