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죄를 위해서 밤을 새면서 기도해 본 일이 없다
내 친구가 전에 그랬다
교회 다니기 전에 건드린 여자문제 때문에
하룻밤을 통성 기도하려했는데
30분 지나니 할 말이 없어서 그만 뒀다더라
나 역시 여러 가지 문제로 밤샘 기도를 시작했는데
11시도 안 되어서 할 말이 없어서 그만 뒀다
중언부언도 한 두 번이지 더 이상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기도할 염치가 없었다
교회가 100일 새벽 기도한다기에
100일 채울 자신 없으면 시작하지도 말아라 하니
100일 채운다기에 나도 시작했다
한 달도 안 되어서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나
셋만 남았다
그리고 계속했는데
90일 째 3사람이 합의해서 그만 두기로 했다
목사님과 사모님은 교회 사택에서 살지만
우리 교회에서 내가 제일 먼 곳에 사니
새벽마다 그 추운데 다니기도 엄청 힘들었다
그래서 쉽게 합의했다
그 이후로 교회가 100일이니 50일니 하는 새벽기도회는 안한다
아침 예배를 드린다
참 할 말 없다
매일 같은 말에 매일 바뀌는 교인들 이름만 다를 뿐이다
감사 찬송 성도들이 복 받게 해 달라는 말
요즘은 코로나19덕분에 우리 교인들 건강하게 해 달라는 말
요즘은 사회활동을 잘 안 하니까 특별히 죄를 짓는 게 없어서인지
용서해 달라는 말이 잘 안 나온다
교회가면 우리 교인들 무슨 죄를 그리도 많이 지었는지
지난 7일간 지은 죄를 모두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가만 듣고 있으면 나만 죄를 안 짓나?
또는 나만 영적으로 무디어졌나?
나만 건성으로 예수 믿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다 늙은 나를
지금까지 살게 해 주신 분이 감사하고
돈벌이가 시원찮아도 굶지 않게 해 주신 것에 감사하고
내 마음대로 낚시에 등산에 캠핑으로 놀러 다닐 수 있도록 건강을 주신 것도 감사하고
그러고 보니 그제는 벵에돔 낚을 거라고 왕복 300km를 운전했는데
막상 거제까지 가니 온 바다가 적조로 진간장처럼 되었다
비가 많이 와서 염류가 희석되어 적조가 바다를 덮었다
낚싯대도 못 담그고 돌와왔다
늙으니 몸에서 멜라티온이 적게 생성되니 잠이 부족하다
실컷 잤다고 일어나니 1-2시간 잤다
아하 사람은 이래서 늙고 병들고 죽는구나 하고 느낀다
삶에 대한 걱정은 없다 죽으면 죽는 거지 별 것 있냐?
안 늙어도 병들어 죽는 사람이 널려있는데
늙어서 병들어 죽는 것은 천수 아닌가?
-이리 생각하니 그냥 즐겁다-
회개하기 위해서 죄를 지어 볼까?
그런데 어떻게 하면 죄를 지을까?
미워하는 마음에 소리 없는 총이라도 구해달라고 해 볼까?
아니면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벼락이라도 쳐 대라고 기도할까?
이것부터 걱정이다
그런데 오늘부터 장마가 끝났다 해서 낚시 가려고 준비 중인데
지금 밖에는 천둥치고 번개치고 곧 비가 쏟아질 듯이 바람 불고 난리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