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0.06.24 03:01

목구멍을 넓혀라

조회 수 5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구멍을 넓혀라

 

나이를 먹으니 전도서가 수시로 생각난다

그런 날에는 집을 지키는 자들이 떨 것이며

힘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 맷돌질 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

창들로 내어다 보는 자가 어두워질 것이며

길거리 문들이 닫혀질 것이며 맷돌 소리가 적어질 것이며

새의 소리를 인하여 일어날 것이며 음악하는 여자들은 다 쇠하여질 것이며

그런 자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길에서는 놀랄 것이며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원욕이 그치리니

이는 사람이 자기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자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라

은줄이 풀리고 금 그릇이 깨어지고 항아리가 샘 곁에서 깨어지고

바퀴가 우물 위에서 깨어지고“(123-6)

 

얼마 전부터인지는 몰라도

1000mg의 알약이 목구멍에 걸리더니 요즘은 500mg도 걸린다

지난번에는 밥 먹는데 전화가 와서 다 씹지도 않은 소고기 한 점을 삼켰는데

기도에 딱 걸렸다

교회에서는 내가 제일 큰 소리로 열심히 찬미를 부르는데

요즘은 목구멍이 아파서 큰 소리로 못 부르겠다

물도 마음대로 꿀컥거리며 못 마신다

내가 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친구가 하루는 병원에 입원했다기에 병문안을 갔더니

목의 울대를 수술해서 목소리가 모기날개 소리를 냈다

이건 쇳소리도 아니고 몇 년을 고생하더니 10여년이 지난 후 만나보니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었다

그건 젊었으니 가능했지 요즘 같은 나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8개의 이빨 가운데 반 이상이 남의 쇠로 만든 것이니 맷돌질도 어렵고

근시 원시 사시 노안까지 곁들이고 눈까풀까지 쳐지니 창틀도 닫힌다

나도 눈까풀이 쳐져서 수술하려 했는데 그리고 백내장이 좀 있어서 수술하려 했는데

그 흔해빠진 구충제 먹고서 대강해결되었다

그놈의 구충제 참 용한 의약품이었다

 

메뚜기도 짐이 되는 계절이다

살구나무에 꽃 피는 계절이다

고목에 꽃이 피니 그 나무가 곧 죽을 것을 예견하듯이

인간도 얼굴에 저승꽃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 표시나지 않게 살려고 전기로 지지고 약을 발라 저승꽃을 지운다

 

혼자서 간도 크게 백두대간을 걸었다

남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처음에는 대단하지 않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죽는 줄 알았다

서울서 출발하는 팀을 따라 다니다가 너무 느리게 걷는다고 축출 당했다

어르신 늦게 걸어도 됩니다 어르신 같이 갑시다 하더니

오대산 주차장에서 노인봉 소황병산 양떼 목장을 걷는 눈길에서

1시간 반쯤 쳐졌다고 매몰차게 날 버렸다

그 길로 홧김에 혼자서 걸었다

1200km의 산을 탄 것 같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겪었고

눈덮힌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해는 졌고 목숨을 포기하고 나니 참 평화로웠다

평화로우니 한 시간쯤 지나서 길이 보였다

 

은줄이 풀리고 금 그릇이 깨어지고 항아리가 샘 곁에서 깨어지고

바퀴가 우물 위에서 깨어지고

인생길 하직한다고 좋은 것들이 다 풀리고 깨지는 날이 다가올 때

나는 주님 앞에서 뭐라고 변명할까?

전도자는 이렇게 결론 짓는다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신은 그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기억하라”(127)

 

우리는 주님 앞에서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야 할까?

이 땅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된 것뿐이라는 것부터 기억하라 하신다

여기서 글쓰기 시합하는 한심한 것부터 헛되다

페이스북은 잊혀질 권리를 달라는 페북 글쓰기 자들의 죽음 앞에서

지우고 갈 수 있는 권리를 줬다

그냥 둬도 아무도 찾지 않는 것 같은데

요즘 정치권이 하는 꼬라지나 종교적인 반대자들이 하는 꼬라지 보니

지우기는 지워야겠지만

남의 글까지 모두 저장해 놓은 인간들 앞에서는 페북의 마크 주커버그도 속수무책일 거다

 

목구멍을 넓혀서 뭣할건가?

살아 있을 때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할 말 많이 하고

그리고 큰 소리로 찬미하고 싶은 거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64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617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69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234
98 은밀하게 꼼꼼하게 각하의 비밀부대 (그것이 알고 싶다 1094회 20170923 ) 붕붕 2017.09.26 79
97 승리의 함성 천사 2016.12.02 79
96 박근혜 "정권이 역사를 재단해선 안 된다" 1 친일청산 2016.11.16 79
95 생중계- 범 국민행동 / 민중 총궐기 하야하라 2016.11.12 79
94 [36.5도] 민간인 사찰과 '최순실 게이트' 슬픈열대 2016.10.28 79
93 박인수- 가고파(testings) 백향목 2016.09.24 79
92 2021년을 이런 해로 만들어 봅시다. 곽건용 목사 설교 01 김원일 2021.01.26 78
91 비유 김균 2020.07.09 78
90 우리 살아남은 자도 1 김균 2020.04.09 78
89 제 22회 미주 재림 연수회 (동부) file 새벽별 2017.09.03 78
88 미국이 우리민족을 세 번 배신한 역사적 사실 (2) 2 의열 2017.06.25 78
87 미국이 우리민족을 세 번 배신한 역사적 사실 (1) 의열 2017.06.25 78
86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피해액 35조…정부예산 9% ‘꿀꺽’” 의사 2016.12.12 78
85 이게 청문회지! 유시민, 김경진 의원의 정보를 뽑아내는 질의 거문도 2016.12.08 78
84 [3분 Talk] '말하는대로', 시국이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다 백성 2016.12.06 78
83 눈 뜨서 감을때 까지 멀피 2016.12.01 78
82 박대통령, 대선 앞 개헌 추진 노무현엔 “참 나쁜 대통령” 다카키마사오 2016.10.23 78
81 아담에게 드리는 노래. 바이블 2020.08.03 77
80 빈민가 천사(한 여인). 범어사 2017.09.23 77
79 유시민이 살면서 가장 분노한 두가지 "이명박과 세월호" 크리스찬 2017.06.10 77
78 유시민 전 장관 발언 풀영상 (국정교과서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박근혜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 통박 2016.12.05 77
77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 아리아 <브라질풍의 바하 5번> Bachianas Brasileiras No.5 ' 빌라 로보스 Heitor Villa-Lobos 전용근 2016.09.10 77
76 볼지어다 내가 속히 오리라 김균 2020.03.25 76
75 그림자를 판 사나이 2 단편 2017.06.11 76
74 블랙리스트 문예인 2017.06.07 76
73 서울대학교 학생 시국 선언문 -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권에 퇴진을 명한다- 퇴진을명한다 2016.10.26 76
72 제21회 미주 재림 연수회 file 새벽별 2016.12.23 76
71 따끈따끈한 이야기 file 김균 2020.04.29 74
70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황교안 총리 대국민 담화 (황교안 국무총리) "올바른 역사관 갖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되어야" 시대의징조 2017.01.04 74
69 ■ [평화의 연찬] 정치와 종교 (김한영 - 평화교류협의회 상생공동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05 73
68 서문시장 전격방문한 대텅 . 쪽박 2016.12.01 72
67 "아베에게 10억 엔 돌려주자" 주장 확산 1 국채보상운동 2017.01.09 71
66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읍시다 곽건용 목사 설교 02 김원일 2021.02.16 70
65 그의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무실 2020.07.25 70
64 그릇 이야기 5 fallbaram. 2020.05.10 70
6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청와대, 법조계 압력·종교인 사찰 추진” 유린 2016.12.14 70
62 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친일청산 2016.12.02 70
61 "낡은 정치, 부패 정치하는 정부는 볼 것없이 무등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옛날엔 왕이 똑똑해야 나라가 편했습니다. 지금은 주권자(국민)가 똑똑해야 나라가 편하지 않겠습니까 " 참예언 2016.12.24 70
60 노영보 변호사의 "석궁 맞아보셨습니까?" (20120131) 성경 2017.05.16 69
59 사울 : 다윗 = 김기춘 : 세월호 유가족 . '대통령 7시간' 보도에 김기춘 "응징, 추적, 처단" 나쁜권력자 2016.12.02 69
58 예루살렘 무실 2020.06.16 68
57 남자들은 왜 TV/스포츠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배달부 2017.09.27 68
56 명진 스님 ③ 깨달음에 대하여.........."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에르미 2017.06.23 68
55 2017년 5월 3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잘한다 2017.06.05 68
54 그림자를 판 사나이-4 단편 2017.06.18 67
53 [JTBC 뉴스룸]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 새로움 2017.01.04 67
52 애국자와 아닌자들 애국자 2016.10.07 67
51 성령은 또 다른 개체로 존재하시는가? 청지기 2016.09.10 67
50 교회 소 그룹 성공과 실패의 원인? 들꽃 2020.09.05 66
49 명진스님(2)ㅡ"소머리 대신 스님 머리 삶을까요?" 에르미 2017.06.19 66
48 [소셜라이브 스페셜] 유승민 이재명 전원책 유시민 X 강지영 아나운서 새로움 2017.01.04 66
47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친일청산 2016.09.19 66
46 곽건용의 책 이야기-성서의 뜨락을 거닐다 6 " The Nathan Narratives" by Gwilym H. Jones 김원일 2021.03.14 65
45 [표지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 (정치 2014.12.16ㅣ주간경향 1105호) 12년전 2016.12.11 65
44 이재명 "국민 총구, 탄핵 거부세력에게 옮겨갈 것" 방향 2016.12.01 65
43 죽고 사는 문제- 흑사병-페스트 김균 2020.03.27 64
42 개헌론자들에 대해 유시민 작가의 일침 한국 2017.05.07 64
41 현대미술의 정치혁명 (21) 곰솔 2017.01.25 64
40 시대적인 표적을 분별하자. 광야소리 2017.01.09 64
39 돌발영상 최순실 사건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 당시 웃는 모습 12년전 2016.12.11 64
38 돼지 머리 맞추기 김균 2020.04.14 63
37 나라 사랑 김균 2020.03.27 63
36 포도원과 교회 여우 2017.09.03 63
35 똥통과 물통 김균 2020.04.13 62
34 정중지와 부지대해 김균 2020.03.25 62
33 열폭(열등감 폭발) = 냉소주의와 소비주의 (7) 곰솔 2017.01.11 62
32 KBS 양대노조 총파업 "부끄럽고 참담... 박근혜 부역자 뿌리 뽑겠다" KBS 2016.12.08 62
31 침례 요한이 되고 싶은 분들 김균 2020.04.15 61
30 우리나라에 온 말세의 역사 김균 2020.03.26 61
29 명진스님(1) 에르미 2017.06.19 61
28 이제부터 시작 로망 2017.05.14 61
27 조선일보가 바로 '적폐'다 적폐 2017.05.08 61
26 사드 논란, ‘선무당’이 너무 많다 [정치토크 돌직구 44회] sad 2017.01.04 61
25 세월호 참사 당시 지시사항 미담자료 모아 제출하라 빛과 어둠 2016.10.04 60
» 목구멍을 넓혀라 김균 2020.06.24 58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