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머리 맞추기
1964년도인가 65년도인가 기억이 아물거린다
갑자기 발령이 났다
아마 내가 목회를 많이 잘못한 것 같다
그래서 간 곳이 경남 안의라는 곳이다
거기는 재일 동포이신 홍 집사님이 사재를 털어서 만든 교회다
그 당시 목회자는 한정 되어 있고 외국에 가서 돈을 벌어서
고향 교회를 도운다는 분들이 합회로 돈을 보내니
목회자 파송한다고 나 같은 조무래기를 뺑뺑이 돌렸다-
교회가 시장에 붙어 있었는데
장날 되면 멀리 지곡면에 사는 일가들이 장 보러 왔다가 교회에 들였다
그러면서 자기네 일가가 산 집이니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교회 마루에 앉아서 담배도 피웠다 못하라고 말리다가 싸울 뻔했다
거기 처음 봉사하신 장로님이 지금도 교회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는 우리 아버지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라했다
중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났는데 우리 아버지의 제자였다
얼마나 반갑게 해 주시는지 참 고마웠다
지곡으로 심방을 갔다
버스를 타고서 시골길을 갔다
물론 거기에는 홍 집사님의 고향이고 집성촌이다
그 당시 도로 포장은 거의가 안 된 시절이니
매년 때가 되면 부역을 나가서 돌맹이를 깔고 풀을 뽑고 했다
심방 예배를 마치고 홍시를 먹다가 화장실을 찾아 갔는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밑을 보니 돼지가 내 대변을 받아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난 똥돼지는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장난끼가 발동했다
대변으로 돼지머리를 맞히려고 벼렸다
뿌지직.... 두어 번 실패한 후 정통으로 맞혔다
아 그 쾌감
이놈의 똥 돼지 내 똥이나 먹어봐라
돼지 머리는 내가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싼 물렁한 대변을 둘러썼다
노란 대변으로 왕관을 쓴 돼지
집으로 오면서 같이 간 장로님께 이 이야기를 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 총각 전도사 정말 짓궂구나 했나 보다
세월이 많이 흘러 몇 년 전에 지나가다가 들렸다
참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내가 한 성질 해도 교인들하고는 절대로 싸우지 않았다
교인들과 싸우는 목사님들 정말 이해가 안 됐다
그러면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