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검찰의 간첩조작사건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감독 최승호)을 검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치 검찰에 묻힌 다수의 정직한 검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의정부지방검찰청 소속 임은정 검사는 17일 자정 무렵 ‘자백’을 본 후 ‘참담하고 죄스럽다’는 요지의 글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시사회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자백’을 봤다고 밝힌 임 검사는 2001년 임관 직후 들었던 ‘자백’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초임 검사로서 뼈대를 세우고 멧집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 선배 검사들이 “정치 검사들보다 훨씬 더 많다”면서도 “아시다시피 나쁜 검사들도 좀 있긴 하니까요”라며 운을 뗐다.
그는 “(자백을 보고) 나오는 길… 그 말이 다시 귓가를 울린다”며 “고문을 당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말하게 되지…”라는 ‘나쁜 검사’의 말을 소개했다.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 간첩 사건을 조작했으면서도 그 자백을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비뚤어진 인식을 자랑삼아 말한 선배의 말을 떠올린 것이다.
임 검사는 “그 망발을 조언이랍시고 초임검사 앉혀놓고 한 황당한 선배가 누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을 들으며 설마설마했다”며 “2003년인가 서울지검에서 사람이 죽어나갔을 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구나 싶어서 한편 광분하고 한편 참담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참담한 일들이 역사책이나, 과거 신문 스크랩이 아니라 이 땅 어딘가에서 아직도 벌어지고 있고, 그 가해자의 일원이, 주된 가해자가 우리 검찰이라는 데 참담하고 죄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임 검사는 글 말미에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검찰이 바로서야 한다”며 “제 힘이 비록 미약하지만 발버둥쳐볼 각오입니다”라고 썼다.
임 검사는 2007년 3월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력 사건(일명 ‘도가니 사건’)의 공판검사를 맡았다. 2012년 2월 검사 인사에서 ‘우수 여성 검사’로 선정된 뒤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됐다.
검찰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2012년 9월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해 검찰 상부와 마찰을 빚었다. 당시 임 검사는 논고(최종진술)에서 “피고인이 위반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인 법령이므로 무죄이고, 내란선동죄는 관련 사건들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관련 증거는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정권교체를 넘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폭동을 선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조작된 증거로 간첩 혐의를 인정한 과거 검찰의 잘못된 구형을 바로 잡은 것이다. 영화 ‘자백’의 배경을 그 만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자백은 ‘뉴스타파’의 최승호PD가 한국, 중국, 일본, 태국 4개국을 넘나들며 40개월간의 추적 끝에 파헤친 간첩조작사건의 실체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개봉 전 멀티플렉스 진입을 위해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1만7261명의 후원을 받았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넷팩상 2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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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임은정검사 같이 바른 검찰이 많이있을거라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