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65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삶의 창] 김소민|자유기고가

 

우리 셋째 이모 박영애(65)는 어릴 때 춤을 췄다.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돈이 없어 대학 입시를 치르지 못했다. 이모는 그 이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적이 없다. 23살에 결혼해 아들, 딸을 낳았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뒤 쭉 돈벌이를 했다.

 

이모는 생활정보지를 뒤져 ‘디엠(DM) 발송 업체’에 취직했다. 중년 여성 4~5명이 팀을 이뤄 봉투를 접은 뒤 책, 잡지 따위를 넣고 주소지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이모가 첫 출근을 한 날 싸움이 붙었다. 초짜인 탓에 속도가 떨어지자 한 직원이 “그것도 제대로 못하냐”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너는 처음부터 잘했냐”고 대거리했다. 이모는 좌불안석이었다. 그 사무실에서 이모는 ‘신의 손’들을 보았다. 50대 초반부터 최고령 78살까지 경력 10년차 이상인 달인 여자들은 따로 팀을 꾸려 ‘웃게도리’(당시 디엠 작업장에서 쓰던 은어)를 했다. 발송업의 특공대쯤 된다. 대량으로 작업물을 받아 단시간에 해치우는 팀이다. “귀신이야. 손이 안 보여.” 이모는 ‘웃게도리’ 팀엔 끼지 못했다. 3년 만에 목디스크에 걸렸다. 왼손으로 봉투를 열고 오른손으로 책을 잡아 넣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상반신 오른쪽에 무리가 왔다. 이모 돈으로 석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뒤 어린이집에 취직했다. 아이들 밥을 짓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먹을 아침을 차리고 오전 간식을 내면 점심이 왔고 곧바로 오후 간식까지 만들어 둬야 했다. 그 사이사이 김치를 담그고 다음날 쓸 재료를 다듬었다. 원장은 오전 근무 시간만 따져 시급을 줬다. 이모가 슬펐던 순간은 아이들 생일 때였다. 부모님들이 케이크를 사 보내 다들 나눠 먹었는데 이모에겐 아무도 먹어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디스크가 도져 그만뒀다.

 

대학에 납품하는 샌드위치 만드는 곳에서도 일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주급을 받았다. 임금을 떼였다. 지하철 타고 다니며 택배일도 했다. 대기하는 시간이 고역이었다. 서너 시간씩 벤치에 앉아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기다렸다. 이모는 이 일의 임금도 떼였다. 대학교 구내식당에서도 일했다. 컵과 수저를 닦아 정리했다. 컵 50개씩 모아 찬장에 올리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이모가 그만두겠다고 하니 학교 쪽에서 교수식당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교수식당에선 유니폼으로 조끼도 나오고 컵 숫자도 적다고 했지만 이모는 디스크가 도질까 봐 거절했다.

 

백화점에서도 일했다. 에어컨 나오지 난방 되지 천국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이모는 이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앉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 괴로운 건 감시와 모멸감이었다. “표정이 너무 무뚝뚝하다.” 친절도를 평가해 회의시간에 면박을 줬다. 허리가 아픈 이모는 하루 종일 미소 지은 채 서 있어야 했다. 이모는 장사도 했다. 샤프나 지우개도 팔고 아동복도 팔았다. 남대문에서 도매상을 할 때는 새벽 5시부터 일했다. 이모가 이 모든 노동을 한 까닭은 물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한번 사는 인생 진짜 열심히 살고 싶었어.”

 

이모가 일한 곳은 대개 5인 미만 업체였다. 근로기준법 같은 건 남의 세상 일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손발 노동”으로 그는 두 아이를 어른으로 키웠다. 그의 ‘손발 노동’이 없었다면 이 가정은 무너졌을 거다. 밖에서 무슨 일을 하건 가사노동은 상수였다. 제사나 명절이 돌아올 때면 3일 전부터 이모는 속이 울렁거렸다. 집안일이건 바깥일이건 그의 일은 일 취급 받지 못했다.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고, 시집에서는 ‘그냥 노는 여자’였다.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3428.html#csidxebec2b55b9c472bb66d3c9860aeffa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21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65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36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196
1222 유시민 특강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 /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시대정신 2016.12.01 50
1221 유시민 전 장관의 박근혜 정부 예언 1 캡신 2016.10.26 193
1220 유시민 전 장관 발언 풀영상 (국정교과서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박근혜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 통박 2016.12.05 75
1219 유시민 예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들. 4년 전에 예언한 현 시국 콕예언 2016.11.23 151
1218 유시민 노회찬이 '이명박 자서전' 낱낱이 까드림.. 이것도 자랑이라고 썼나? 거짓부렁 잔치 기리스도인 2017.06.06 86
1217 유대인의 안식일도 하나님의 인일까? 1 김균 2020.06.21 82
1216 유다와 예수 1 평전 2016.11.24 154
1215 유다는 용서받을 수 있는가? 1 소나무 2018.01.14 392
1214 위에 있는 권세가 사탄의 하수인이라면? (안진섭 / 새누리2교회 담임목사) 하수인 2016.11.28 110
1213 웬지 가을에 읽어야 할 것 같은 시 한편 2 한수산 2017.09.27 87
1212 운영자에게 1 오구삼팔 2017.01.15 183
1211 운영자님꼐 2 jacklee 2021.04.28 181
1210 운동장을 6 바다 2016.09.29 311
1209 우크라이나 합창단의 성가와 민요 1 무실 2022.04.02 258
1208 우크라이나 대통령 근황 4 무실 2022.02.26 313
1207 우울증에 좋은 것들 무실 2022.02.15 138
1206 우울증아 물러가라! 1 무실 2021.04.10 180
1205 우연히 듣게된 이 동영상^^ 8 내게는 놀라움으로 2016.10.03 290
1204 우병우 현상금 펀딩’ 1700만원 돌파…주갤 ‘중간수사결과 발표’ 의사 2016.12.12 114
1203 우물 안 개구리 바다를 보다 김균 2020.03.28 91
1202 우리의 기원을 들어주시옵소서 1 들꽃 2020.04.06 106
1201 우리에게 성령은 무엇인가? 2 file 김주영 2017.01.07 238
1200 우리시대의 깃발과 예수. 2 재림목사뭐하냐? 2017.09.13 117
1199 우리를 대신하여 -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3 녹색세상 2018.04.14 163
1198 우리들의 세계 9 file 김주영 2017.01.26 496
1197 우리는 지금 모두 속고 있습니다. 14 청지기 2016.09.19 243
1196 우리는 이제 하나님을 버려야 한다 이런하나님 2017.01.03 137
1195 우리는 왜 구약을 읽는가 김원일 2017.12.16 244
1194 우리는 레위기를 연구하면서 변증하는가? 아니면 비평하는가? 3 file 김균 2017.04.10 283
1193 우리는 남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예사로이한다 4 김균 2016.12.10 267
1192 우리나라에 온 말세의 역사 김균 2020.03.26 56
1191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3 김균 2017.03.02 232
1190 우리가 사는 곳은 2 눈꽃 2016.12.21 161
1189 우리가 만든 예언도표대로 이루어진다? 5 김균 2020.04.27 120
1188 우리가 과거를 회상할 때 유리알 2017.03.16 137
1187 우리 시대의 선지자, 불신을 몰아내고 신뢰의 시대를 열다 file 선지자 2017.04.02 122
1186 우리 손녀 김균 2022.07.13 180
» 우리 셋째 이모 박영애 김원일 2021.10.01 165
1184 우리 살아남은 자도 1 김균 2020.04.09 53
1183 우리 모두의 말장난 2 file 김균 2017.09.24 202
1182 우리 눈 좀 똑바로 뜨고 한반도의 상황을 변증법적 역사관으로 들여다보자. 2 김원일 2017.05.14 154
1181 우라질놈의 사드 김원일 2017.05.07 110
1180 욥의 아들들과 종들의 딜레마 – 불량한 하나님과 가출한 하나님 13 아기자기 2016.11.29 376
1179 욥은 도대체 얼마나 의로웠나? 11 file 김주영 2016.11.28 300
1178 욥기에서 건진 불온한 생각 3 file 김주영 2016.12.31 257
1177 욥기를 읽고 2 무실 2016.11.11 162
1176 욥기가 가르치지 않는 것 9 김주영 2016.12.11 238
1175 욕쟁이들 2 file 김균 2021.02.02 186
1174 욕쟁이 영감 3 file 김균 2018.08.08 338
1173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지키기 1 무실 2018.01.20 180
1172 요즘은 성경 읽기조차 싫다 1 file 김균 2019.04.28 461
1171 요즘 한참 시끄러운 정의연대의 장부이야기입니다 1 김균 2020.05.28 139
1170 요즘 한국 정치 스토리는 11 file 김균 2016.12.06 312
1169 요즘 내가 왜 이리 됐을까? 1 김균 2022.04.30 582
1168 요즘 나는 2 소망 2017.05.13 130
1167 요즘 3 김균 2021.04.28 544
1166 요즈음 그리고 오늘 10 file 김균 2017.02.14 541
1165 요것이 은혜라고라고라... 1 김원일 2021.07.27 254
1164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다알리아 2021.04.14 130
1163 외국여성들도 눈물 흘린다는 "대한민국 전통 북춤의 화려함" 백향목 2017.11.03 157
1162 왜 화잇은 레위기 11장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53 file 김균 2017.04.07 738
1161 왜 일까 들꽃 2021.09.20 136
1160 왜 양심을 속일까? 사실 2016.11.06 99
1159 왜 베드로인가? 1 김주영 2017.06.19 178
1158 왜 미주 재림교회 협회의 장로부부 세미나가 필요한가 2 들꽃 2022.02.25 358
1157 왜 대통령이 방미해서 뒷문으로 출입하는가? 만덕 2017.07.01 164
1156 왜 꼭 그렇게 끝냈어야 했나? 2 김주영 2017.12.21 483
1155 왜 '조사심판'이며, 왜 '재림 전 심판'인가?(20090831)-1 1 김균 2016.10.14 139
1154 왜 이들 이 쌩~ 공갈쟁 이 줄 아시는가 ? 8 박성술 2016.09.17 218
1153 왕실장이 보시길 바라며 눈꽃 2016.12.21 133
1152 옴진리교와 일본사회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 노란리봉 2017.09.29 112
1151 옳은 생각 세월호 2016.11.22 97
1150 온 나라에 악취를 뿜어내는 이 정치적 폐기물은 배출한 지역에서 알아서 치워야 한다"......박정희가 반인반신인 동네에서 황금동사거리 2016.12.15 108
1149 옥한흠목사별세-평생 제자훈련에 헌신한 옥한흠 목사(동영상) OK 2016.10.21 117
1148 오징어게임이 말하는 드라마의 핵심 김원일 2021.10.27 17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