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6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삶의 창] 김소민|자유기고가

 

우리 셋째 이모 박영애(65)는 어릴 때 춤을 췄다.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돈이 없어 대학 입시를 치르지 못했다. 이모는 그 이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적이 없다. 23살에 결혼해 아들, 딸을 낳았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뒤 쭉 돈벌이를 했다.

 

이모는 생활정보지를 뒤져 ‘디엠(DM) 발송 업체’에 취직했다. 중년 여성 4~5명이 팀을 이뤄 봉투를 접은 뒤 책, 잡지 따위를 넣고 주소지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이모가 첫 출근을 한 날 싸움이 붙었다. 초짜인 탓에 속도가 떨어지자 한 직원이 “그것도 제대로 못하냐”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너는 처음부터 잘했냐”고 대거리했다. 이모는 좌불안석이었다. 그 사무실에서 이모는 ‘신의 손’들을 보았다. 50대 초반부터 최고령 78살까지 경력 10년차 이상인 달인 여자들은 따로 팀을 꾸려 ‘웃게도리’(당시 디엠 작업장에서 쓰던 은어)를 했다. 발송업의 특공대쯤 된다. 대량으로 작업물을 받아 단시간에 해치우는 팀이다. “귀신이야. 손이 안 보여.” 이모는 ‘웃게도리’ 팀엔 끼지 못했다. 3년 만에 목디스크에 걸렸다. 왼손으로 봉투를 열고 오른손으로 책을 잡아 넣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상반신 오른쪽에 무리가 왔다. 이모 돈으로 석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뒤 어린이집에 취직했다. 아이들 밥을 짓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먹을 아침을 차리고 오전 간식을 내면 점심이 왔고 곧바로 오후 간식까지 만들어 둬야 했다. 그 사이사이 김치를 담그고 다음날 쓸 재료를 다듬었다. 원장은 오전 근무 시간만 따져 시급을 줬다. 이모가 슬펐던 순간은 아이들 생일 때였다. 부모님들이 케이크를 사 보내 다들 나눠 먹었는데 이모에겐 아무도 먹어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디스크가 도져 그만뒀다.

 

대학에 납품하는 샌드위치 만드는 곳에서도 일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주급을 받았다. 임금을 떼였다. 지하철 타고 다니며 택배일도 했다. 대기하는 시간이 고역이었다. 서너 시간씩 벤치에 앉아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기다렸다. 이모는 이 일의 임금도 떼였다. 대학교 구내식당에서도 일했다. 컵과 수저를 닦아 정리했다. 컵 50개씩 모아 찬장에 올리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이모가 그만두겠다고 하니 학교 쪽에서 교수식당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교수식당에선 유니폼으로 조끼도 나오고 컵 숫자도 적다고 했지만 이모는 디스크가 도질까 봐 거절했다.

 

백화점에서도 일했다. 에어컨 나오지 난방 되지 천국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이모는 이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앉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 괴로운 건 감시와 모멸감이었다. “표정이 너무 무뚝뚝하다.” 친절도를 평가해 회의시간에 면박을 줬다. 허리가 아픈 이모는 하루 종일 미소 지은 채 서 있어야 했다. 이모는 장사도 했다. 샤프나 지우개도 팔고 아동복도 팔았다. 남대문에서 도매상을 할 때는 새벽 5시부터 일했다. 이모가 이 모든 노동을 한 까닭은 물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한번 사는 인생 진짜 열심히 살고 싶었어.”

 

이모가 일한 곳은 대개 5인 미만 업체였다. 근로기준법 같은 건 남의 세상 일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손발 노동”으로 그는 두 아이를 어른으로 키웠다. 그의 ‘손발 노동’이 없었다면 이 가정은 무너졌을 거다. 밖에서 무슨 일을 하건 가사노동은 상수였다. 제사나 명절이 돌아올 때면 3일 전부터 이모는 속이 울렁거렸다. 집안일이건 바깥일이건 그의 일은 일 취급 받지 못했다.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고, 시집에서는 ‘그냥 노는 여자’였다.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3428.html#csidxebec2b55b9c472bb66d3c9860aeffa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3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80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47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208
1672 $5 4 file 박희관 2020.05.03 137
1671 '성전'이라는 신기루 곽건용 목사 설교 04 김원일 2021.02.20 81
1670 <NYT> "북한,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 1 뷰스뉴스 2016.09.11 105
1669 <WSJ> "북한, 멀지않아 시카고 공격할 수 있을 것" 4 뷰스뉴스 2016.09.11 98
1668 <뉴스브리핑>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11월 9일) 시대 2016.11.08 229
1667 <동아일보> "소녀상 이전하고 한일군사협정 맺어야" 뷰스뉴스 2016.09.16 54
1666 <쉼터>님이 올린 동영상의 내용은 <허위사실>입니다. 2 예언 2016.10.24 99
1665 <육식>하고 싶으면 <금식기도>해서라도 끊으세요 예언 2016.10.24 99
1664 <정치>가 우리의 주의를 빼앗도록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4 정치글싫어 2016.10.27 141
1663 <지진>은 하나님께서 일으키십니다 12 재림의 징조...지진 2016.09.24 249
1662 <하나의 편지와 세 개의 축하엽서>중에서-오규원 6 백근철 2017.03.06 176
1661 <허약하거나 아픈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 꼭 해야 할 것 1 장동기 2016.11.30 117
1660 " 디한 목사... 하나님께서 그들에게..주실 것을 " 2 soeelee 2016.09.27 226
1659 " 하긴 그래요 .. 흘러가다 2017.05.24 116
1658 "GMO의 저주"…美 농무성 과학자의 양심고백 12 마음파동 2017.10.12 352
1657 "O" 목사 2 fallbaram. 2024.03.15 314
1656 "靑, 대법원장 일상 낱낱이 사찰" 청문회서 폭로 유린 2016.12.14 82
1655 "가난한 백성을 너의 중에 남겨 두리니" (스바냐 3:12) = 평화교류협의회가 북한 수해를 말하다 (첨부파일: 아래아한글, MS Word) 1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11.03 251
1654 "가난한 백성을 너의 중에 남겨 두리니" (스바냐 3:12) = 평화교류협의회가 북한 수해를 말하다 (첨부파일: 아래아한글, MS Word) 3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10.11 135
1653 "고난 받는 민중이 예수다" ? 들꽃 2019.08.06 195
1652 "국민 마음·영혼에 들러붙은 '박근혜 귀신' 나가라" 베지테리언 2016.11.15 92
1651 "나쁜 대통령은 자기 위한 개헌한다" 노무현의 무서운 예언? 유산균 2016.10.25 90
1650 "낡은 정치, 부패 정치하는 정부는 볼 것없이 무등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옛날엔 왕이 똑똑해야 나라가 편했습니다. 지금은 주권자(국민)가 똑똑해야 나라가 편하지 않겠습니까 " 참예언 2016.12.24 69
1649 "내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고 영혼이 참 맑다" 영혼이 맑아서 참 좋았겠다 2 김균 2017.02.04 514
1648 "노무현은 연설문 하나하나 고쳐... 유권자들이 기억해야" 골고다 2016.11.02 187
1647 "대통령이 검찰총장 자르라 지시했으나 안 먹혔다" 만만 2016.11.27 136
1646 "명복"에 관한 글을 왜 자꾸 지우느냐고 묻는 'ekf수' 그대에게 13 김원일 2016.11.25 274
1645 "박근혜 김정일 4시간 밀담 규명하자" 1 file wlstlf 2016.10.17 102
1644 "버티고 있는 그분을 계속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법륜 스님의 답변 지혜자 2016.11.24 178
1643 "삼성, 노동자 피 빨아 박근혜-최순실에게 토했다" 프레시 2016.11.05 66
1642 "새로운 신학 위해 '전통과 개혁' 필요" 전통과개혁 2016.12.02 101
1641 "생명의 성령의 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 성령의 소욕을 통하여 지켜지게 되는 계명과 율법을 가리킨다. 눈뜬장님 2016.09.16 71
1640 "성령께 찬미하고, 성부와 또 성자" 9 file 김주영 2017.02.28 223
1639 "아베에게 10억 엔 돌려주자" 주장 확산 1 국채보상운동 2017.01.09 56
1638 "안 그런 교회도 있다는 소리 듣고 싶다" 교회 2016.12.13 157
1637 "안민석 의원, '공백의 7시간' 의혹 파헤치러 미군 기지 들어갔다가 퇴거당해"...일본 신문 보도 태평양을건너 2016.12.02 108
1636 "옛 지계표" 들을 어찌할까? 4 file 김주영 2017.03.08 314
1635 "이 정권의 보복 견디기 힘들 것", "이 정권은 종교도 건드린다", "이 정권은 대학도 건드린다", "반대하는 것들은 다 쓸어 버린다, 겁 먹게" 안다 2017.01.12 81
1634 "이러려고 정치인 됐나 자괴감 들어" 광장으로 2016.11.11 196
1633 "자백" 시사회...민초가족들 꼭 보시길.... 3 file 조작 2016.10.07 180
1632 "진리는 거리에" 서울대 교수들, 5차 촛불집회 참여 광장 2016.11.23 116
1631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졌어요. 이제 어떡하죠?" 법륜스님의 답변 줄기 2016.10.28 175
1630 "최순실게이트 다음은 김정은게이트가 온다" 이 동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짐승에 올라 탄 음녀" 우상 2016.10.30 156
1629 "최순실이 박대통령에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 1 닭양 2016.10.25 54
1628 "큰일 났다. 미국 가만 안 있을 것" ICBM 2017.07.05 165
1627 "탄핵 음모" 서울디지텍고 교장, 교내 사이트에도 우파논리 '도배'. 이기범 기자. 1 어리석은자 2017.02.13 108
1626 "트럼프, 사드배치 지연에 격노. 심한 욕설도" 정상회담 2017.06.19 93
1625 "하나님 아부지예, 1 아멘 2016.12.01 114
1624 "하야 절대 반대" 외친 기독인들 1 Yahoo 2016.11.16 180
1623 '강골 윤석열'이 돌아왔다! 1 뷰스 2016.12.01 123
1622 '너, 이놈, 계집애들' 막말 준표..그나마의 '격조 보수'도 허무나 깡패들의행진 2017.05.09 102
1621 '노무현 탄핵' vs '박근혜 탄핵'...어떤 차이점 있나 하늘 2016.12.08 55
1620 '독단과 불통'이 문제로다, 오뚜기 2016.10.18 106
1619 '박근혜 대통령 퇴진' 플래카드 내건 교회 1 씨앗 2016.11.30 177
1618 '박근혜는 이런 사람'...전여옥이 말하는 박근혜 7 친일청산 2016.10.25 222
1617 '보수 신학' 아니면 교회 성장 꿈꾸지 말라 2016.11.26 136
1616 '사이다' 발언 학생 "퇴진은 시작, 사회구조 바꿔야" 사회구조 2016.12.13 46
1615 '수사대상' 청와대가 법치 무력화...... canon 2016.10.29 87
1614 '쓰까요정' 김경진, 조윤선에게 "왜 사냐"고 묻다 묻다 2017.01.10 94
1613 '엄마'가 된 '남자 출산 2017.08.03 117
1612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황교안 총리 대국민 담화 (황교안 국무총리) "올바른 역사관 갖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되어야" 시대의징조 2017.01.04 70
1611 '온전(穩全)'과 '완전(完全)' 의문 2016.09.24 411
1610 '위에 있는 권세'라는 번역이 교인 식물인간 만들어 1 진리 2016.11.28 120
1609 '이번엔 200만'… 1 광장 2016.11.17 122
1608 '자유'님 자유롭게 사십시오 3 대고산 2016.09.06 140
1607 '주사거배'(酒肆擧盃) 1 산울림 2016.10.19 194
1606 '진리'는 Jtbc(www.jtbc.co.kr)에 있다. 8시 뉴스에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 체포 장면 jtbc 단독 현장 취재 코펜하겐 2017.01.02 127
1605 '최순실 게이트' 닮은 영화 차단한 '박정희' 아부지 2016.11.23 140
1604 (눈장님 보십시요)....5·18 영웅 故 안병하 2 범어사 2017.08.27 124
1603 (눈장님 보십시요)....TNT·클레이모어·수류탄까지..계엄군, 광주서 '전쟁'을 했나 2 범어사 2017.08.28 99
1602 (다큐 영상8편)단군이래 최대 사기....MB가 나라를 말아 먹은 방법......4대강,자원외교.정치공작 에르미 2017.06.21 83
1601 (박성술과 가톨릭 신부 두 사람의 사상과 성경 해석을 비교한다) '빨갱이' 말한 신부님, 성당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12 술술 2016.12.10 253
1600 (부고) 고 김태곤 장로님 주안에서 잠드셨솝니다, 장례일정 1.5세 2018.09.22 228
1599 (사)평화교류협의회[CPC]. <그리스도의 생명과 평화> 시각의 장년 안교교과 해설 (첨부파일) file 녹색세상 2018.03.19 222
1598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주요 이슈 & 촌평)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9월 9일) 1 뉴스촌평 2016.09.10 26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