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89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삶의 창] 김소민|자유기고가

 

우리 셋째 이모 박영애(65)는 어릴 때 춤을 췄다. 예중, 예고를 나왔는데 돈이 없어 대학 입시를 치르지 못했다. 이모는 그 이후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적이 없다. 23살에 결혼해 아들, 딸을 낳았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뒤 쭉 돈벌이를 했다.

 

이모는 생활정보지를 뒤져 ‘디엠(DM) 발송 업체’에 취직했다. 중년 여성 4~5명이 팀을 이뤄 봉투를 접은 뒤 책, 잡지 따위를 넣고 주소지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이모가 첫 출근을 한 날 싸움이 붙었다. 초짜인 탓에 속도가 떨어지자 한 직원이 “그것도 제대로 못하냐”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이 “너는 처음부터 잘했냐”고 대거리했다. 이모는 좌불안석이었다. 그 사무실에서 이모는 ‘신의 손’들을 보았다. 50대 초반부터 최고령 78살까지 경력 10년차 이상인 달인 여자들은 따로 팀을 꾸려 ‘웃게도리’(당시 디엠 작업장에서 쓰던 은어)를 했다. 발송업의 특공대쯤 된다. 대량으로 작업물을 받아 단시간에 해치우는 팀이다. “귀신이야. 손이 안 보여.” 이모는 ‘웃게도리’ 팀엔 끼지 못했다. 3년 만에 목디스크에 걸렸다. 왼손으로 봉투를 열고 오른손으로 책을 잡아 넣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상반신 오른쪽에 무리가 왔다. 이모 돈으로 석달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뒤 어린이집에 취직했다. 아이들 밥을 짓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등원하자마자 먹을 아침을 차리고 오전 간식을 내면 점심이 왔고 곧바로 오후 간식까지 만들어 둬야 했다. 그 사이사이 김치를 담그고 다음날 쓸 재료를 다듬었다. 원장은 오전 근무 시간만 따져 시급을 줬다. 이모가 슬펐던 순간은 아이들 생일 때였다. 부모님들이 케이크를 사 보내 다들 나눠 먹었는데 이모에겐 아무도 먹어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디스크가 도져 그만뒀다.

 

대학에 납품하는 샌드위치 만드는 곳에서도 일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주급을 받았다. 임금을 떼였다. 지하철 타고 다니며 택배일도 했다. 대기하는 시간이 고역이었다. 서너 시간씩 벤치에 앉아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기다렸다. 이모는 이 일의 임금도 떼였다. 대학교 구내식당에서도 일했다. 컵과 수저를 닦아 정리했다. 컵 50개씩 모아 찬장에 올리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허리가 끊어질 듯했다. 이모가 그만두겠다고 하니 학교 쪽에서 교수식당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교수식당에선 유니폼으로 조끼도 나오고 컵 숫자도 적다고 했지만 이모는 디스크가 도질까 봐 거절했다.

 

백화점에서도 일했다. 에어컨 나오지 난방 되지 천국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이모는 이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앉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있었다. 괴로운 건 감시와 모멸감이었다. “표정이 너무 무뚝뚝하다.” 친절도를 평가해 회의시간에 면박을 줬다. 허리가 아픈 이모는 하루 종일 미소 지은 채 서 있어야 했다. 이모는 장사도 했다. 샤프나 지우개도 팔고 아동복도 팔았다. 남대문에서 도매상을 할 때는 새벽 5시부터 일했다. 이모가 이 모든 노동을 한 까닭은 물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한번 사는 인생 진짜 열심히 살고 싶었어.”

 

이모가 일한 곳은 대개 5인 미만 업체였다. 근로기준법 같은 건 남의 세상 일이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말을 인용하자면 “인도도 안 하고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손발 노동”으로 그는 두 아이를 어른으로 키웠다. 그의 ‘손발 노동’이 없었다면 이 가정은 무너졌을 거다. 밖에서 무슨 일을 하건 가사노동은 상수였다. 제사나 명절이 돌아올 때면 3일 전부터 이모는 속이 울렁거렸다. 집안일이건 바깥일이건 그의 일은 일 취급 받지 못했다.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고, 시집에서는 ‘그냥 노는 여자’였다.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3428.html#csidxebec2b55b9c472bb66d3c9860aeffa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66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617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70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235
850 2018년 7월 14일(토) 제3기 사도행전(The Book of Acts). 제2과 오순절(Pentecost) (7.08일-7.13금) [아래아한글] [MS워드] file 새벽공기 2018.07.14 178
849 AMAP....할머니도 나랑 나란히 신발 한 짝을 벗어서 땅을 치며 울고 계셨다. 3 ysw6614 2017.06.24 178
848 얘들아, 내가 후일에 음식가림법을 폐지할 것이니 그때가서 자유롭게 먹으며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해라! 1 눈장 2017.04.23 178
847 ‘TRUMPISM’ (17) 1 곰솔 2017.01.21 178
846 수영대회에서 입상하다 2 file 김균 2016.12.17 178
845 민초 설문조사 1 여론 2016.12.07 178
844 어느싸이트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보며 책임감을 느낍니다. 나도 공범입니다. 공범공감 2016.11.26 178
843 조사심판을 왜 두려워하고 왜 부정하고 왜 없애려하고 왜 아니라고 하는가? 10 재림성도 2016.10.14 178
842 고향의 노래 - 이수인 곡, 김재호 시 / 서울센트럴남성합창단 연주 1 전용근 2016.09.24 178
841 5·18 당시 미군에게서 " 한국 공군이 도시에 폭탄을 떨어뜨릴 계획을 세웠다" 는 말 들었다 -피터슨 목사 jtbc 2017.08.21 177
840 창조는 주님이 하고 세상 왕은 사단이 하고 2 하주민 2017.06.01 177
839 박근혜가 나쁜 대통령인 이유 2 웰빙 2016.12.31 177
838 마음의 법 11 kan4083 2016.09.16 177
837 만유내재신론 "Panentheism (not Pantheism) 이야기 04 김원일 2021.12.01 176
836 이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인사철입니다! 꼬꼬까까 2017.09.24 176
835 모두들 건강한 새해 되세요 file 김균 2018.01.01 176
834 가끔 게시판의 글쓰기 권한을 로그인 사용자로 제한하는 이유입니다. 기술담당자 2017.04.10 176
833 어느 거리음악가의 영혼을 씻겨주는 노래 한곡 "YOU RAISE ME UP" - MARTIN - still 2016.12.07 176
832 박찬종 “여야 국회의원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 착수하라” 탄핵착수 2016.10.25 176
831 내려.. 올려 경향 2017.03.28 175
830 보혜사가 오신 후에 - 삼육대학교회 합창단 2 삼육동사람 2017.03.01 175
829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2 시읽는마을 2016.11.27 175
828 박대통령, 검찰조사 미뤄…“모든 의혹 정리 뒤 서면조사” 1 여성 2016.11.15 175
827 역대급 배신자 종철 2017.05.20 174
826 여기 유달스런 육식주의 필객들 에게 질문하나 드립니다.-카스다에서 1 시사인 2016.11.08 174
825 [美친시청률] 드라마보다 재밌다, 손석희 ‘뉴스룸’ 시청률 고공행진 1 美친 2016.10.27 174
824 Mother, How Are You Today? 2 김균 2021.04.28 173
823 불자가 본 기독교인들의 음식관 돌고지 2017.03.28 173
822 부끄러움 모르는 朴대통령은 짐승 2 꾸짖음 2017.01.04 173
821 정도령의 출생 연원 - 아계 이산해 선생의 사동기(沙銅記)......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에서 문 명 2016.12.08 173
820 성의 안과 밖에 사는 사람들 3 김균 2016.09.19 173
819 정부는 왜 자연요법을 탄압했는가? 백향목 2016.09.08 173
818 이 세상은 김균 2022.04.29 172
817 오 거룩한 밤! 무실 2021.12.17 172
816 시와 함께 하는 세상 2 Rilke 2017.05.24 172
815 2016.11.12일 간첩종북 데모대의 청와대 점령작전에 철저히 대비하라(2016.11.29토) (이런 방송을 즐겨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실 2016.11.02 172
814 박는혜는 왜 최태민(최순실) 가족 곁을 떠나지 못하나.... 무당 2016.10.25 172
813 헐~~~ 2016.10.05 172
812 O Happy Day file 김균 2021.06.14 171
811 나는 속죄를 위해서 밤을 새면서 기도해 본 일이 없다 3 김균 2020.07.30 171
810 박열-개새끼...(나는 피고 아닌 조선민족의 대표로서) 1 눈팅 2017.06.26 171
809 우리가 사는 곳은 2 눈꽃 2016.12.21 171
808 뉴스 | 류효상의 조간브리핑. 우리를 둘러싼 국내 외 주요 이슈 & 촌평 하울링 2016.12.04 171
807 비겁한 차별의 교회 500원 2016.10.16 171
806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돌쇠 2016.09.11 171
805 대총회 10일 기도회 (1월 10 일 -20일, 2024) 낭독문 무실 2024.01.10 170
804 우리를 대신하여 -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3 녹색세상 2018.04.14 170
803 외국여성들도 눈물 흘린다는 "대한민국 전통 북춤의 화려함" 백향목 2017.11.03 170
802 "큰일 났다. 미국 가만 안 있을 것" ICBM 2017.07.05 170
801 미국이 우리 민족을 세 번 배신한 역사적 사실 ( 7 ) 의열 2017.07.02 170
800 만유내재신론 "Panentheism (not Pantheism) 이야기 01 김원일 2021.11.28 169
799 욥기를 읽고 2 무실 2016.11.11 169
798 도올 김용옥 "탄핵 하면 박근혜가 무조건 승리한다" 국민 2016.11.05 169
797 유시민! 노무현과 박근혜에 대한 평가, 소름돋는 선구안! 3 콕예언 2016.11.23 169
796 하늘에는 2 김균 2016.10.18 169
795 변화와 열매 없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의 거짓 복음 꿰뚫어 보기(2) 누가 아브라함의 아들인가? 2 file 말석 2016.09.24 169
794 허물벗기 2 하주민 2017.05.06 168
793 안식일 준수자 전체가 편협하고 광신적인 사람으로 취급받게 하는 사람 무명 2017.05.01 168
792 Are Koreans Human? 2 김원일 2021.02.21 167
791 북한에서 5.18과 관련해서 왜 이렇게 자세한 영상을 갖고 있나요? 2 눈장 2017.08.27 167
790 정의 ( justice ) 란 무엇인가 ? 박성술 2017.03.13 167
789 오랜만에 심심해서 신이라면 바이블 2017.02.25 167
788 박성술 님이 올린 사진을 보면서 장인정신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뉴스를 하나 만들어도 장인정신이 살아있는 기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2016.12.28 167
787 북에서 걸려온 전화 2 할렐루야 2016.12.09 167
786 이상한 계단 4 산울림 2016.10.02 167
785 재림교회 다니엘서 연구학자들 중 이설자 2 김균 2020.06.18 166
784 바울에대한 질문 1 sk 2018.11.28 166
783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동거차도 2017.10.14 166
782 왜 대통령이 방미해서 뒷문으로 출입하는가? 만덕 2017.07.01 166
781 한 법의학자가 예리하게 밝히는 노무현 타살 ? 우전 2017.05.26 166
780 겨울풍경을 보려고 1 산울림 2017.01.01 166
779 박사모, 김유정 겨냥 욕설...왜? 고딩 2016.11.30 166
778 털 빠진 너구리 사진, 댓글 수천 개가 쏟아졌다 3 오동통 2017.04.09 165
777 나라 망신 2 공주 2016.12.14 165
776 세계의 외신들이 보도했던 한국의 대선 부정선거 1 대한민국 2016.11.26 165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