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1.04.10 01:14

우울증아 물러가라!

조회 수 178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늦은 오후, 갈말본부 카페 창가에 서서

창밖 하늘을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우울함이 밀려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쪽 컴퓨터 앞에서 일하시던 박권사님이 놀라

'아니 왜 그런 한숨을 쉬고 그러세요?' 하고 소리쳐 물으셨습니다.

 

*******************

 

오늘 오후에 일주일만에 대전시내 어느 정형외과에 다시 나갔습니다.

일주일치 타 온 약이 다 떨어졌기에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습니다.

어떠냐고 질문하시기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습니다.

왼쪽 고관절의 통증은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 않고,

늘 조심하며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나도 모르게 어떤 자세를 취할 땐

통증이 아주 심하다고.

 

의사 샘께서 저의 고관절 엑스레이사진을 다시 주의깊게 살피고는

어느 지점을 가리키며

'이곳 연골이 이미 많이 닳았기 때문에 특정 자세가 되면

이곳에서 뼈와 뼈가 맞닿기 때문에 통증이 커지는 겁니다.'

사진상으로, 사타구니쪽으로의 연골 간격이 확연히 좁아 보입니다.

 

이런 저런 질의 응답을 가졌습니다.

'선생님, 지난 일주일 동안 제가 먹은 약은 치료약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염증을 완화시키는 약이지

   근본적으로 닳은 연골을 예전처럼 돌려주는 치료약은 아닙니다.' 

'선생님, 이런 경우는 수술 외엔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 건가요?'

'네, 그렇죠. 없습니다. 퇴행성 관절염 같은 경우는...'

'그러면 제가 이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지요?' 

'하실 수 있는 건 딱히 없습니다.' 

'..... '

'이런 경우는, 물론 운동을 위해 걷는 것도 안 좋고,

   일상적으로 걷는 것조차도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체중이 관절에 실리니까요.'

'..... ....'

'운동을 위해선 수영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계속되는 통증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지는 정도라면

일단 주사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치료를 해주는 주사가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키고 관절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주사인데,

자주 맞으면 안 되는 스테로이드 주사입니다.

그것으로도 통증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인공고관절 수술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일단 MRI 촬영을 해봐야 합니다.'

 

'..... ....'

 

그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가겠냐시기에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먹은 약이 통증완화에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제 얘기에

의사샘께서 일단 다른 종류의 약을 처방해 주시겠다셨습니다.

다시 일주일치 약을 약국에서 타왔습니다.

 

************************

 

갈말본부에 돌아와

사무실 창가에 서서 바깥 하늘을 바라보는데

 온갖 착잡한 마음이 다 들었습니다.

일주일 전 진료 후에도 느꼈던 깊은 좌절감과 우울함이 몰려 왔습니다.

이젠 일상처럼 지금까지 해 왔던, 앞으로도 쭈욱 하고 싶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더 이상 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그  좋아하던 호숫가 운동길 산책도,  뒷산에 오르내리는 일도,

산지기로서의 문중묘역 벌초도,

밤나무 밭 관리도,

알밤을 줍거나 도토리를 주우러 산비탈을 오르내리는 일도,

하물며 땔감  마련을 위해 산에 올라 나무를 자르는 일도....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집 안팎을 다니는 정도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인공고관절 수술을 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아직 나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평균수명대로 살 수 있다면 앞으로 20년은 더 이 몸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어쩌면 1년 전 앞사택 공사할 때 혼자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사다리에서 미끌어져 떨어지면서 왼쪽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인 적 있는데

그 때 고관절에 손상을 입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우울함이 확 밀려들면서 나도 모르게 깊은 한 숨을 내쉬는데

등 뒤에서 '아니, 왜 그렇게 한숨을 내쉬세요?' 라는 박권사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가 소리쳤습니다.

 

'그러게요. 제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새롭게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서 삶을 살면 되는 거지.

예전처럼 쏘다니며 걸어다니며 할 수 있던 일을 못한다면

이제부턴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제가 절제 못하고 하도 바깥에서 육체노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니까

하나님께서 제 다리몽댕이를 치실 수밖에 없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불가피하게 그런 일들을 죄다 못하게 생겼으니

이제부턴 조용히 앉아서 성경과 책도 많이 읽고, 책도 쓰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그림도 그리고,

붓글씨도 쓰고, 글씨 디자인도 하고....'

 

뒤에서 박권사님이 "아멘! 아멘!" 하십니다.

 

'뭐, 산지기로서 문중산소 벌초하는 거 못하면,

지금부터 매월 얼마씩 모으지요 뭐.

그래서 가을에 사람 사서 하면 되지요, 뭐!'

'맞아요! 그래요!'

 

*********************

 

물론 제가 영영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건 결코 아닙니다.

상태가 더 심해지면 인공고관절 수술이란 방법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이 상황으로는,

그 동안 멋지게 누렸던 큰 은총 하나를 잃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제 산지기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염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선,

잃어버리게 된 것, 사라진 것, 사라지게 될 것을 주목하지 말고,

아직도 남아 있는, 넘치는 은총을 바라보라고,

그리고 하나님께서 새로운 상황에서 허락하실

또 다른 놀라운 은총들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병원에서 나와 어부동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제 영혼에 뒤덮였던

우울함과 근심 걱정의 안개가 마침내 말끔히 걷혔습니다.

다시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습니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의료진들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하실 수밖에 없더라도

사실 우리 믿음의 성도들에겐 제 3의 길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작정하시면 놀라운 방법으로 치료해 주시기도 합니다.

제가 이미 몇 번이나 그런 체험을 한 사람 아닙니까!

 

그러나 더욱 놀라운 일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은총입니다.

까짓거! 걸을 수 없다면 걷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도

감사할 게 수천 수만 가지가 될 것이고,

오히려 바로 그 상실 때문에 더 놀라운 은총이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다리가 이렇게 된 것도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까지 멀쩡히 걸어다니게 하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글쓴이: 산지기

 

<출처> https://www.hae-dal.com/board/?boardid=00cyd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 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 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
어린 아이 시절과 지금까지
숨을 쉬며 살며 꿈을 꾸는 삶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내가 하나님의 자녀로 살며
오늘 찬양하고 예배하는 삶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축복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 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 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 profile
    다알리아 2021.04.10 13:29
    Happy Sabbath!
    요즘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많이 우울하다고 하네요.
    매 순간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좋은 글과 찬양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0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54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22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179
1669 길이란 fallbaram. 2024.04.26 21
1668 독서의 불편 2 update 들꽃 2024.04.24 31
1667 91516, 진실을알고싶다1 2016.09.15 32
1666 영문, 한글, 일어, 중국어 과정책 내용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 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 2017.08.26 33
1665 화면이 달라졌어요 김종현 2016.09.20 34
1664 안식일의 완성 fallbaram. 2024.04.24 37
1663 물에 빠진 새앙 쥐 김균 2020.04.27 38
1662 갑작스런 개헌 주장의 배경은 뭘까? 개헌 2016.10.24 42
1661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살수 2016.10.29 43
1660 1월 1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korando 2017.01.12 43
1659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중급 - 46강 근현대사란 무엇인가?_#001 설빔 2016.09.15 44
1658 양백(兩白), 도(稻), 삼풍(三豊), 토(土), 미(米), 황(黃),백의(白衣)... 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 현민 2017.01.01 44
1657 1세기를 버틴 명장과 나 김균 2020.04.01 44
1656 [가톨릭 미디어를 말하다3] 제2회-뉴스비평 작은뿔 2016.09.20 45
1655 '사이다' 발언 학생 "퇴진은 시작, 사회구조 바꿔야" 사회구조 2016.12.13 45
1654 日에 굴복한 정부, "부산 소녀상 이전하라" 공문 뷰스 2017.02.23 45
1653 돼지 머리 맞추기 김균 2020.04.14 45
1652 파파이스(158회.이명박의 국가 돈 빼먹기.. 등) 1 범어사 2017.09.09 47
1651 돌팔이 김균 2020.04.11 47
1650 <동아일보> "소녀상 이전하고 한일군사협정 맺어야" 뷰스뉴스 2016.09.16 48
1649 '노무현 탄핵' vs '박근혜 탄핵'...어떤 차이점 있나 하늘 2016.12.08 48
1648 죽고 사는 문제- 흑사병-페스트 김균 2020.03.27 48
1647 침례 요한이 되고 싶은 분들 김균 2020.04.15 48
1646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친일청산 2016.09.19 49
1645 애국자와 아닌자들 애국자 2016.10.07 49
1644 유시민 특강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 /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시대정신 2016.12.01 49
1643 Beautiful Chinese music Instrument Endlesslove 10 different songs 눈뜬장님 2016.10.15 50
1642 [36.5도] 민간인 사찰과 '최순실 게이트' 슬픈열대 2016.10.28 50
1641 사울 : 다윗 = 김기춘 : 세월호 유가족 . '대통령 7시간' 보도에 김기춘 "응징, 추적, 처단" 나쁜권력자 2016.12.02 50
1640 [단독입수] '좌익효수' 진술조서 보니…선거개입 댓글 735개 바벨론 2017.01.01 50
1639 사드 논란, ‘선무당’이 너무 많다 [정치토크 돌직구 44회] sad 2017.01.04 50
1638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개월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현재 2017.01.09 50
1637 명진스님(1) 에르미 2017.06.19 50
1636 남자들은 왜 TV/스포츠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배달부 2017.09.27 50
1635 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친일청산 2016.12.02 51
1634 KBS 양대노조 총파업 "부끄럽고 참담... 박근혜 부역자 뿌리 뽑겠다" KBS 2016.12.08 51
1633 [JTBC 뉴스룸]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 새로움 2017.01.04 51
1632 볼지어다 내가 속히 오리라 김균 2020.03.25 51
1631 우리 살아남은 자도 1 김균 2020.04.09 51
1630 "최순실이 박대통령에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 1 닭양 2016.10.25 52
1629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12월 02일) 민초 2016.12.04 52
1628 새정부 대북접촉 첫 승인여부 검토...남북 교류 물꼬 트나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10 52
1627 명진 스님 ③ 깨달음에 대하여.........."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에르미 2017.06.23 52
1626 따끈따끈한 이야기 file 김균 2020.04.29 52
1625 별똥별이라도 되고 싶다 김균 2020.06.22 52
1624 블랙리스트 문예인 2017.06.07 53
1623 우리나라에 온 말세의 역사 김균 2020.03.26 53
1622 패션이냐 비선이냐? 시사인 2016.10.27 54
1621 서문시장 전격방문한 대텅 . 쪽박 2016.12.01 54
1620 [표지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 (정치 2014.12.16ㅣ주간경향 1105호) 12년전 2016.12.11 54
1619 개헌론자들에 대해 유시민 작가의 일침 한국 2017.05.07 54
1618 포도원과 교회 여우 2017.09.03 54
1617 나라 사랑 김균 2020.03.27 54
1616 이제부터 시작 로망 2017.05.14 55
1615 똥통과 물통 김균 2020.04.13 55
1614 목구멍을 넓혀라 김균 2020.06.24 55
1613 "아베에게 10억 엔 돌려주자" 주장 확산 1 국채보상운동 2017.01.09 56
1612 안식일(7) 유대인의 안식일 김균 2020.04.23 56
1611 세월호 참사 당시 지시사항 미담자료 모아 제출하라 빛과 어둠 2016.10.04 57
1610 그의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무실 2020.07.25 57
1609 열폭(열등감 폭발) = 냉소주의와 소비주의 (7) 곰솔 2017.01.11 58
1608 현대미술의 정치혁명 (21) 곰솔 2017.01.25 58
1607 ■ [평화의 연찬] 정치와 종교 (김한영 - 평화교류협의회 상생공동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05 58
1606 2017년 5월 3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잘한다 2017.06.05 58
1605 명진스님(2)ㅡ"소머리 대신 스님 머리 삶을까요?" 에르미 2017.06.19 58
1604 세월호 법안에 관한 이런 의견도 있네요 세천사 2016.10.07 59
1603 이재명 "국민 총구, 탄핵 거부세력에게 옮겨갈 것" 방향 2016.12.01 59
1602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읍시다 곽건용 목사 설교 02 김원일 2021.02.16 59
1601 돌발영상 최순실 사건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 당시 웃는 모습 12년전 2016.12.11 60
1600 시대적인 표적을 분별하자. 광야소리 2017.01.09 60
1599 조선일보가 바로 '적폐'다 적폐 2017.05.08 60
1598 정중지와 부지대해 김균 2020.03.25 60
1597 하나님은 진인(眞人)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천명(天命)을 내렸나....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현민 2017.01.15 61
1596 예루살렘 무실 2020.06.16 61
1595 교회 소 그룹 성공과 실패의 원인? 들꽃 2020.09.05 6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