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21.02.03 03:08

자기에게 절실하게

조회 수 335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자기에게 절실하게
   
옛사람은 학문을 하면서 모두 자기에게 절실하게 하였으니, 자기에게 절실하게 하는 것이 바로 학문을 하는 요령입니다. 만약 자기에게 절실하게 하지 않으면, 이는 성경현전(聖經賢傳)을 한바탕의 설화(說話)로 삼는 것일 뿐입니다.

 

 

古人爲學, 蓋皆切己, 切己乃爲學之要也. 如不切己, 是將聖經賢傳爲一場話說而已也.
고인위학, 개개절기, 절기내위학지요야, 여부절기, 시장성경현전위일장화설이이야.


윤선도(尹善道, 1587-1671), 『고산유고(孤山遺稿)』권2 「진시무팔조소(陳時務八條疏)」

   
해설

   이 글은 고산(孤山) 윤선도가 임진년(1652, 효종3)에 올린 상소인 「진시무팔조소」의 한 문장이다. 진시무팔조소란 ‘지금 임금이 힘써야 할 여덟 가지 일에 대해 아뢴 상소’라는 뜻으로, 이 문장은 이 중에서 여덟 번째로 아뢴 ‘항상 학문에 힘쓰되 요령(要領)이 있게 할 것〔典學有要〕’의 조목에 실린 문장이다.

 

   상소는 신하가 임금에게 당대의 현안에 대해 아뢰는 글로 당대 현실 정치의 산물이지만, 그 형식은 기본적으로 사서오경과 같은 경전(經傳)을 중심으로 한 유가 정치의 이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문장만으로도 오늘날에 비추어 볼 만한 점이 적지 않다.

 

   이 문장도 그렇다. 이 문장은 학문, 즉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요령이 있어야 함을 말하는 내용이다. 옛 성현들은 학문을 하면서 모두 ‘자기에게 절실하게〔切己〕’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학문의 요령이며, 그렇지 않으면 성현의 경전을 아무리 많이 읽어서 섭렵하더라도 고작 한바탕의 이야깃거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윤선도가 이 상소를 올리던 당시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며, 제자백가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천가만가의 설이 종횡으로 범람하는 오늘날이다. 뉴스 기사, 블로그, SNS, 유튜브 등 온갖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천언만어(千言萬語)의 지식과 정보를 접하며, 누군가의 말에 이끌려 고전(古典)이며 신간이며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기도 한다. 바야흐로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어도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이다.

 

   그러나 무성하게 우거진 지식과 정보의 삼림에서 이리저리 방황하노라면,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게 망연히 길을 잃는 날도 허다하다. 그것을 그저 출퇴근길의 소일거리로만 삼거나, 그저 한번 훑어본 것을 대단한 공부로 여기거나, 그저 남의 말을 의심없이 믿고 따르거나, 온갖 잡다한 지식을 아무렇게나 주워다가 산적하게 쌓아놓고는, 정작 그것이 자기에게 무슨 소용인지 알지 못한다.

 

   위의 문장이 말하듯, 학문의 요령은 자신에게 절실하게 함에 있다. 어찌 학문만 그러하겠는가. 살아가는 일이 모두 그렇다. 자신에게 절실하게 함이란, 그 수많은 지식과 정보와 번다한 세상사를 마주하여, 그것이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언제나 자신을 기준으로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성현의 경전을 아무리 많이 읽은들 고작 남들에게 늘어놓기 위한 한바탕의 이야깃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글쓴이김지웅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출처는 이곳을 클릭

  • ?
    무실 2021.02.03 04:19
    신학자 안병무는 독일에서 공부할 때 한 신학세미나에 불트만과 하이데거가 함께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하이데거에게 "교수님은 철학을 하시는데 어떻게 신학세미나에 참석하셔서 토론을 하는지 궁금하다" 물었더니 하이데거는 신학과 철학은 학문이라는 면에서 동일하다고 했다고 한다. 인문학과 자연과학, 동 서양의 학문도 학문 즉 공부라는 면에서 동일하다. 아버지는 공자님을 성인으로 여기셨다. 그렇게 배우셔서 그럴 것이다.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심방을 오셔서 공자와 유교가 잘못이라고 하는 소리에 많이 상심하셨다. 예수교가 효도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다면 아마 아버지는 예수 신앙을 받아 들이지 않으셨을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라는 소리는 우리 임금부터 농사 짓던 조상님들 모두 동일하게 들었던 소리였다.
  • ?
    Rilke 2021.02.22 12:21
    안녕하세요

    무실님의 좋은글 그리고 그 보다 더 생각하게 하는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신학은 안했지만, 저의 꿈은 동양적 시각으로 성경해석하기 입니다.

    신영복교수의 "강의"와 "담론"을 통해서, 기초돌을 다진것 같습니다.

    저도 서양해서 학문을 해서, 저의 생각도 헬라적인데, 히브리적은 더 동양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 갇혀있어서, 우리가 보지못하는 세상을 누군가 보고 말하면, 일단 적대시하는것 같습니다. 종교인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경향이 더 강한것 같습니다.

    신영복교수는, 공부를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해야하고, 삶의 목표라고 했습니다. 한자 공부에는 천지인 사상이 담겨저 있고,

    좋은 아버님을 두셨습니다.

    Cheers,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0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56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23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181
1669 $5 4 file 박희관 2020.05.03 135
1668 '성전'이라는 신기루 곽건용 목사 설교 04 김원일 2021.02.20 80
1667 <NYT> "북한, 미치기는커녕 너무 이성적" 1 뷰스뉴스 2016.09.11 102
1666 <WSJ> "북한, 멀지않아 시카고 공격할 수 있을 것" 4 뷰스뉴스 2016.09.11 96
1665 <뉴스브리핑>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11월 9일) 시대 2016.11.08 226
1664 <동아일보> "소녀상 이전하고 한일군사협정 맺어야" 뷰스뉴스 2016.09.16 49
1663 <쉼터>님이 올린 동영상의 내용은 <허위사실>입니다. 2 예언 2016.10.24 97
1662 <육식>하고 싶으면 <금식기도>해서라도 끊으세요 예언 2016.10.24 98
1661 <정치>가 우리의 주의를 빼앗도록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4 정치글싫어 2016.10.27 106
1660 <지진>은 하나님께서 일으키십니다 12 재림의 징조...지진 2016.09.24 248
1659 <하나의 편지와 세 개의 축하엽서>중에서-오규원 6 백근철 2017.03.06 171
1658 <허약하거나 아픈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 꼭 해야 할 것 1 장동기 2016.11.30 116
1657 " 디한 목사... 하나님께서 그들에게..주실 것을 " 2 soeelee 2016.09.27 225
1656 " 하긴 그래요 .. 흘러가다 2017.05.24 111
1655 "GMO의 저주"…美 농무성 과학자의 양심고백 12 마음파동 2017.10.12 349
1654 "O" 목사 2 fallbaram. 2024.03.15 173
1653 "靑, 대법원장 일상 낱낱이 사찰" 청문회서 폭로 유린 2016.12.14 82
1652 "가난한 백성을 너의 중에 남겨 두리니" (스바냐 3:12) = 평화교류협의회가 북한 수해를 말하다 (첨부파일: 아래아한글, MS Word) 1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11.03 231
1651 "가난한 백성을 너의 중에 남겨 두리니" (스바냐 3:12) = 평화교류협의회가 북한 수해를 말하다 (첨부파일: 아래아한글, MS Word) 3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10.11 129
1650 "고난 받는 민중이 예수다" ? 들꽃 2019.08.06 194
1649 "국민 마음·영혼에 들러붙은 '박근혜 귀신' 나가라" 베지테리언 2016.11.15 90
1648 "나쁜 대통령은 자기 위한 개헌한다" 노무현의 무서운 예언? 유산균 2016.10.25 89
1647 "낡은 정치, 부패 정치하는 정부는 볼 것없이 무등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옛날엔 왕이 똑똑해야 나라가 편했습니다. 지금은 주권자(국민)가 똑똑해야 나라가 편하지 않겠습니까 " 참예언 2016.12.24 69
1646 "내가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고 영혼이 참 맑다" 영혼이 맑아서 참 좋았겠다 2 김균 2017.02.04 514
1645 "노무현은 연설문 하나하나 고쳐... 유권자들이 기억해야" 골고다 2016.11.02 173
1644 "대통령이 검찰총장 자르라 지시했으나 안 먹혔다" 만만 2016.11.27 134
1643 "명복"에 관한 글을 왜 자꾸 지우느냐고 묻는 'ekf수' 그대에게 13 김원일 2016.11.25 270
1642 "박근혜 김정일 4시간 밀담 규명하자" 1 file wlstlf 2016.10.17 90
1641 "버티고 있는 그분을 계속 대통령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법륜 스님의 답변 지혜자 2016.11.24 176
1640 "삼성, 노동자 피 빨아 박근혜-최순실에게 토했다" 프레시 2016.11.05 65
1639 "새로운 신학 위해 '전통과 개혁' 필요" 전통과개혁 2016.12.02 91
1638 "생명의 성령의 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 성령의 소욕을 통하여 지켜지게 되는 계명과 율법을 가리킨다. 눈뜬장님 2016.09.16 70
1637 "성령께 찬미하고, 성부와 또 성자" 9 file 김주영 2017.02.28 223
1636 "아베에게 10억 엔 돌려주자" 주장 확산 1 국채보상운동 2017.01.09 56
1635 "안 그런 교회도 있다는 소리 듣고 싶다" 교회 2016.12.13 154
1634 "안민석 의원, '공백의 7시간' 의혹 파헤치러 미군 기지 들어갔다가 퇴거당해"...일본 신문 보도 태평양을건너 2016.12.02 102
1633 "옛 지계표" 들을 어찌할까? 4 file 김주영 2017.03.08 312
1632 "이 정권의 보복 견디기 힘들 것", "이 정권은 종교도 건드린다", "이 정권은 대학도 건드린다", "반대하는 것들은 다 쓸어 버린다, 겁 먹게" 안다 2017.01.12 79
1631 "이러려고 정치인 됐나 자괴감 들어" 광장으로 2016.11.11 188
1630 "자백" 시사회...민초가족들 꼭 보시길.... 3 file 조작 2016.10.07 178
1629 "진리는 거리에" 서울대 교수들, 5차 촛불집회 참여 광장 2016.11.23 115
1628 "최순실 사태로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졌어요. 이제 어떡하죠?" 법륜스님의 답변 줄기 2016.10.28 170
1627 "최순실게이트 다음은 김정은게이트가 온다" 이 동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짐승에 올라 탄 음녀" 우상 2016.10.30 146
1626 "최순실이 박대통령에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 1 닭양 2016.10.25 52
1625 "큰일 났다. 미국 가만 안 있을 것" ICBM 2017.07.05 149
1624 "탄핵 음모" 서울디지텍고 교장, 교내 사이트에도 우파논리 '도배'. 이기범 기자. 1 어리석은자 2017.02.13 107
1623 "트럼프, 사드배치 지연에 격노. 심한 욕설도" 정상회담 2017.06.19 93
1622 "하나님 아부지예, 1 아멘 2016.12.01 112
1621 "하야 절대 반대" 외친 기독인들 1 Yahoo 2016.11.16 174
1620 '강골 윤석열'이 돌아왔다! 1 뷰스 2016.12.01 120
1619 '너, 이놈, 계집애들' 막말 준표..그나마의 '격조 보수'도 허무나 깡패들의행진 2017.05.09 101
1618 '노무현 탄핵' vs '박근혜 탄핵'...어떤 차이점 있나 하늘 2016.12.08 48
1617 '독단과 불통'이 문제로다, 오뚜기 2016.10.18 105
1616 '박근혜 대통령 퇴진' 플래카드 내건 교회 1 씨앗 2016.11.30 176
1615 '박근혜는 이런 사람'...전여옥이 말하는 박근혜 7 친일청산 2016.10.25 220
1614 '보수 신학' 아니면 교회 성장 꿈꾸지 말라 2016.11.26 132
1613 '사이다' 발언 학생 "퇴진은 시작, 사회구조 바꿔야" 사회구조 2016.12.13 46
1612 '수사대상' 청와대가 법치 무력화...... canon 2016.10.29 79
1611 '쓰까요정' 김경진, 조윤선에게 "왜 사냐"고 묻다 묻다 2017.01.10 94
1610 '엄마'가 된 '남자 출산 2017.08.03 115
1609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황교안 총리 대국민 담화 (황교안 국무총리) "올바른 역사관 갖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되어야" 시대의징조 2017.01.04 70
1608 '온전(穩全)'과 '완전(完全)' 의문 2016.09.24 405
1607 '위에 있는 권세'라는 번역이 교인 식물인간 만들어 1 진리 2016.11.28 113
1606 '이번엔 200만'… 1 광장 2016.11.17 120
1605 '자유'님 자유롭게 사십시오 3 대고산 2016.09.06 139
1604 '주사거배'(酒肆擧盃) 1 산울림 2016.10.19 193
1603 '진리'는 Jtbc(www.jtbc.co.kr)에 있다. 8시 뉴스에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 체포 장면 jtbc 단독 현장 취재 코펜하겐 2017.01.02 127
1602 '최순실 게이트' 닮은 영화 차단한 '박정희' 아부지 2016.11.23 138
1601 (눈장님 보십시요)....5·18 영웅 故 안병하 2 범어사 2017.08.27 119
1600 (눈장님 보십시요)....TNT·클레이모어·수류탄까지..계엄군, 광주서 '전쟁'을 했나 2 범어사 2017.08.28 95
1599 (다큐 영상8편)단군이래 최대 사기....MB가 나라를 말아 먹은 방법......4대강,자원외교.정치공작 에르미 2017.06.21 82
1598 (박성술과 가톨릭 신부 두 사람의 사상과 성경 해석을 비교한다) '빨갱이' 말한 신부님, 성당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12 술술 2016.12.10 252
1597 (부고) 고 김태곤 장로님 주안에서 잠드셨솝니다, 장례일정 1.5세 2018.09.22 228
1596 (사)평화교류협의회[CPC]. <그리스도의 생명과 평화> 시각의 장년 안교교과 해설 (첨부파일) file 녹색세상 2018.03.19 217
1595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주요 이슈 & 촌평)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9월 9일) 1 뉴스촌평 2016.09.10 26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