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 속에 다가오신 님
40년쯤 전의 이야기다
사업을 한답시고 까불다가 다 말아 먹고 빈털터리가 됐다
내가 예수 안 믿었다면 아마 그 때 자살이라도 하고 말았을 거다
사람들은 혹시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돈 이야기 할까 놀래서 전화도 안 했다
그만하면 죽으려고 생각했단 말이 이해가 될 거다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고 그래서 동네 연못으로 낚시를 갔고
낚으면 냉동고에 차곡차곡 넣었다가 삶아서 국으로 먹었다
물안개 낀 호수에서
세상을 가슴에 안고
그렇게 살던 때가 있었다
퇴색되어 가는 인간의 한계에
내가 동화되어 가던 때가 있었다
모든 것 버린다고
입으로 다짐하던 날들
행위의 업보마저 짊어지고
서성이던 그 호숫가에는
지금도 못 잊어 두고 온
잔챙이 같은 내 삶의 편린들
세월을 낚았었다
그 숱한 땀방울 속에서
나는 나를 거절하기도 했다
그 속에 그대가 들어오기란 너무 힘들어
주위를 맴돌면서 말했던 것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물안개 낀 호수는
언제나 포근하게 나를 안아준다
세파에 찌들고
인간에게 버림받았던 그 시간들을
조용히 반추하길 바란다
그리고 훨훨 벗어 던지라 말한다
내가 다른 잡기보다 낚시를 즐기는 것은 오랜 세월을 낚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 제명호에 사택 아이들이 뿌려놓은 민물고기 주로 낚았다
식당에서 밥알 남은 것 얻어서 기숙사 대빗자루에 청량리에서 사온 낚싯줄을 매달고
제법 많이 낚았다
신 교장이 동창이라서 학교너머 담터에서 살았는데 그 집에 가서 튀겨 먹기도 했다
하루는 아이가 다니는 경산의 영남삼육을 다녀오다가
밀양의 한 낚시점을 갔는데 퇴로못에 낚시가 잘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여러 번 다녔는데 어느 날도 시간을 내서 갔었는데 그 큰 저수지에 나 혼자였다
그날따라 고기는 안 물고 처량하게 앉아 있으니 서글펐다
밤은 깊어가고 찬미를 부르다가 기도를 하다가 또 찬미를 부르다가를 밤새껏 계속했다
나중에는 기도가 악다구니가 됐다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 좀 비껴가시면 안 되나요?
어둠이 가시기 시작할 때까지 악다구니는 계속됐다
야곱이 압복강가에서 씨름하다가 환도 뼈를 부순 것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남은 것은 매달림뿐이었다
하나님도 기가 찼을 것이다
일은 지가 저질러 놓고 안 되니까 나에게 그 핑계를 대냐? 하셨을 것이다
그래도 탕자를 안으시는 분임을 알기에 밤새껏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했다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오자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퇴로 못 서쪽에서 피어오르던 물안개가 내가 앉은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난 그만 기겁을 했다
물안개가 모습이 사람 모습이었다
다가오는 한 사람 나는 갈릴리 호숫가에서 그의 제자들을 만나시던
바로 그분 예수의 모습을 봤다
나에게로 다가오시면서 속삭이셨다
“버려라 욕심을, 버려라 집착을.....그리고 나를 따르라“
그날의 감격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앞을 바라 볼 수도 없고 뒤로 물러 설 곳도 없는 나에게
버리라고 하시는 그 말씀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한다
나는 아침 내내 그 저수지에서 울고 앉아 있었다
내가 탈북자 돕기를 하면서 천사의 도우심을 너무도 많이 받았던 것도
이 날의 감격이 나를 영적 인생을 새로 살도록 인도하셨기 때문이라고
나는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우리들은 이런 비슷한 경험을 다 할 것이다
그래서 신앙이 더욱 돈독해지고 절대로 떠나지 않을 그런 신앙으로 승화 시킨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