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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5 08:11

싸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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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4세기경에 지어졌다고 믿어지는 장자(莊子) 제4편에 보면, 유명한 ‘심재(心齋)’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의 제자 안회가 공자에게 와서 위(衛) 나라에 젊은 독재자가 들어서서 폭정을 하기 때문에 백성이 말할 수 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자기가 거기 가서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에 일조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한다. 안회의 이런 갸륵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안회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공자와 안회는 장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위해 설정한 가상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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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고 섬기는 리더보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이 너무 많다. ©픽사베이

마음을 깨끗이 하지 못하면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 못해

안회는 자기가 도덕적으로도 결백하고, 타협심, 유연성, 정치기술도 갖추었고, 개인적 의견을 개진할 때도 옛말이나 고사(故事)를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쓸 수 있을 만큼 박식하고, 요즘 말로 하자면 윤리학, 정치학, 경영학, 역사학, 철학 등의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몇 개씩 가지고 있고, 더구나 공자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스승을 모신 최고 학부 출신인데 이런 사람을 보고 아직도 준비가 안 되었다니 무엇이 부족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일러달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공자는 한 마디로 ‘재(齋)하라’고 한다. 목욕재계(沐浴齋戒)라고 할 때 ‘재(齋)’라는 글자의 본래 뜻은 ‘굶다’이다. 안회는 굶는 일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자기는 본래 집이 가난하여 굶기를 밥먹듯한 처지니 굶는 것이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자격이라면, 자기보다 더 적격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자기가 말하는 ‘재’란 그런 육체적인, 혹은 의식(儀式)적인 재가 아니라 바로 ‘마음의 재(心齋)’라고 한다. ‘마음을 굶겨야’ 된다는 뜻이다. 이는 자기중심적 의식(意識)에서 새로운 의식으로 넘어가는 철두철미한 의식구조의 개변을 뜻한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속사람이 바뀐 사람, 새로 태어난 사람만이 사회와 국가와 세계의 안녕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유익이 되리라는 것이다.

 

갑자기 장자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이렇게 의식구조를 개변시키는 것이 모든 윤리적, 사회적 행동에 우선한다는 장자의 주장이 장자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 유교 경전 대학(大學)에 보면 격물(格物) 치지(致知)하여 밝음(明)에 이른 후에야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의식의 전환이 있고서야 나라를 다스리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힘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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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외치신 말씀이 “회개하라.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웠느니라”(마4:17)이다. 여기서 우리말로 ‘회개’라고 번역된 말의 그리스어 원문은 ‘메타노이아’이다. 메타노이아는 단순히 옛 잘못을 뉘우치고 고친다는 뜻 정도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의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신학자 한스 큉이 말한 대로 이것은 우리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서 생기는 근본적인 의식의 개변(transformation)이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는 가르침은 하느님의 뜻이 펼쳐지는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 속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브리 예언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민족을 위해 나아가 외치기 전에 반드시 “주의 영이 내게 임하시매” 하는 체험을 했다.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바뀌는 의식의 전환이 있은 다음에 백성들에게 나아갔다는 뜻이다. 예수님도 스스로 선지자 이사야의 말을 인용하면서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4:18-19)고 하였다.

 

예수님 스스로 제자들에게 하셨다는 말씀에도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는 성구가 있는데, 이 모두가 세상을 바꾸러 나가기 전에 먼저 내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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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을 보면서 가면 우리의 발걸음이 더 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기심을 버리고 국민 위하는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픽사베이

우리 정치인, 먼저 이기심 버리고 국민 위하는 마음 찾아야

우리 스스로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한 나라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가장 큰 이유도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 않은 채 제도와 체제만 바꾸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일과 나 스스로가 바뀌는 일은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오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렇게 자기의 이기적인 마음을 비우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다는 ‘굶은 마음’ 하나로 정치에 임하고 있을까? 이제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 같이 불가능한 일인가?

 

북극성을 향해 가지만 북극성에 발이 닿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북극성을 보면서 가면 우리의 발걸음이 더 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심재한 정치인, 의식의 변화를 경험한 정치인이라는 이상을 당장 실현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런 일을 말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발걸음이 좀 더 바르게 되지 않을까.

 

알란 왓츠가 한 말을 인용한다. 지혜가 없는 행동, 세상의 실상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한 행동은 결코 아무 것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일 수밖에 없다 (Yet it should be obvious that action without wisdom, without clear awareness of the world as it really is, can never improve anything). [논객닷컴=오강남]

오강남  soft10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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