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2016.10.05 08:11

싸우는 사람들

조회 수 1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기원전 3,4세기경에 지어졌다고 믿어지는 장자(莊子) 제4편에 보면, 유명한 ‘심재(心齋)’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의 제자 안회가 공자에게 와서 위(衛) 나라에 젊은 독재자가 들어서서 폭정을 하기 때문에 백성이 말할 수 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자기가 거기 가서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에 일조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한다. 안회의 이런 갸륵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안회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공자와 안회는 장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위해 설정한 가상의 인물이다).

 

21728_11675_2729.jpg
마음을 비우고 섬기는 리더보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자들이 너무 많다. ©픽사베이

마음을 깨끗이 하지 못하면 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 못해

안회는 자기가 도덕적으로도 결백하고, 타협심, 유연성, 정치기술도 갖추었고, 개인적 의견을 개진할 때도 옛말이나 고사(故事)를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쓸 수 있을 만큼 박식하고, 요즘 말로 하자면 윤리학, 정치학, 경영학, 역사학, 철학 등의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몇 개씩 가지고 있고, 더구나 공자라고 하는 당대 최고의 스승을 모신 최고 학부 출신인데 이런 사람을 보고 아직도 준비가 안 되었다니 무엇이 부족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일러달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대해 공자는 한 마디로 ‘재(齋)하라’고 한다. 목욕재계(沐浴齋戒)라고 할 때 ‘재(齋)’라는 글자의 본래 뜻은 ‘굶다’이다. 안회는 굶는 일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자기는 본래 집이 가난하여 굶기를 밥먹듯한 처지니 굶는 것이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자격이라면, 자기보다 더 적격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자기가 말하는 ‘재’란 그런 육체적인, 혹은 의식(儀式)적인 재가 아니라 바로 ‘마음의 재(心齋)’라고 한다. ‘마음을 굶겨야’ 된다는 뜻이다. 이는 자기중심적 의식(意識)에서 새로운 의식으로 넘어가는 철두철미한 의식구조의 개변을 뜻한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속사람이 바뀐 사람, 새로 태어난 사람만이 사회와 국가와 세계의 안녕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유익이 되리라는 것이다.

 

갑자기 장자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이렇게 의식구조를 개변시키는 것이 모든 윤리적, 사회적 행동에 우선한다는 장자의 주장이 장자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 유교 경전 대학(大學)에 보면 격물(格物) 치지(致知)하여 밝음(明)에 이른 후에야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의식의 전환이 있고서야 나라를 다스리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힘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21728_11676_2729.jpg
©픽사베이

예수님도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외치신 말씀이 “회개하라.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웠느니라”(마4:17)이다. 여기서 우리말로 ‘회개’라고 번역된 말의 그리스어 원문은 ‘메타노이아’이다. 메타노이아는 단순히 옛 잘못을 뉘우치고 고친다는 뜻 정도가 아니다. 말 그대로 ‘의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신학자 한스 큉이 말한 대로 이것은 우리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서 생기는 근본적인 의식의 개변(transformation)이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는 가르침은 하느님의 뜻이 펼쳐지는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 속사람이 근본적으로 변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히브리 예언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민족을 위해 나아가 외치기 전에 반드시 “주의 영이 내게 임하시매” 하는 체험을 했다.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바뀌는 의식의 전환이 있은 다음에 백성들에게 나아갔다는 뜻이다. 예수님도 스스로 선지자 이사야의 말을 인용하면서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4:18-19)고 하였다.

 

예수님 스스로 제자들에게 하셨다는 말씀에도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는 성구가 있는데, 이 모두가 세상을 바꾸러 나가기 전에 먼저 내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21728_11677_2730.jpg
북극성을 보면서 가면 우리의 발걸음이 더 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기심을 버리고 국민 위하는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픽사베이

우리 정치인, 먼저 이기심 버리고 국민 위하는 마음 찾아야

우리 스스로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건설한 나라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가장 큰 이유도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 않은 채 제도와 체제만 바꾸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일과 나 스스로가 바뀌는 일은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오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렇게 자기의 이기적인 마음을 비우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다는 ‘굶은 마음’ 하나로 정치에 임하고 있을까? 이제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 같이 불가능한 일인가?

 

북극성을 향해 가지만 북극성에 발이 닿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북극성을 보면서 가면 우리의 발걸음이 더 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심재한 정치인, 의식의 변화를 경험한 정치인이라는 이상을 당장 실현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런 일을 말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발걸음이 좀 더 바르게 되지 않을까.

 

알란 왓츠가 한 말을 인용한다. 지혜가 없는 행동, 세상의 실상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한 행동은 결코 아무 것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일 수밖에 없다 (Yet it should be obvious that action without wisdom, without clear awareness of the world as it really is, can never improve anything). [논객닷컴=오강남]

오강남  soft103@hotmail.com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620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683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470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300
250 거길 왜 갔냐고요? 세 아이의 아빠라서요...참 향기로운 가족. 1 의로운삶 2016.10.07 233
249 "자백" 시사회...민초가족들 꼭 보시길.... 3 file 조작 2016.10.07 199
248 가을이 남긴 흔적 1 지용 2016.10.07 123
247 애국자와 아닌자들 애국자 2016.10.07 67
246 세월호 법안에 관한 이런 의견도 있네요 세천사 2016.10.07 93
245 아이고~ 산울림 2016.10.06 159
244 [History-1] . . 091316 천 개의 비밀 어메이징 스토리 명나라를 뒤흔든 최악의 스캔들 개로왕의 위험한 내기 educational 2016.10.06 239
243 물대포 물전쟁 2016.10.06 146
242 기술담당자님 2 바다 2016.10.06 154
241 서북미 연합여성선교회 자선음악예배 여성 선교회 2016.10.06 95
240 헐~~~ 2016.10.05 173
239 옛날 옛적에 10 김균 2016.10.05 388
» 싸우는 사람들 굶어 2016.10.05 160
237 죽음도 사기 치는 시대 4 인생마감 2016.10.05 235
236 세월호 참사 당시 지시사항 미담자료 모아 제출하라 빛과 어둠 2016.10.04 65
235 짐승이 많이 나타남 1 빛과 어둠 2016.10.04 167
234 초대를 거절한 이유. 5 어떤초대 2016.10.04 249
233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항거 2016.10.04 140
232 나를 부르는 소리에 10 바다 2016.10.04 431
231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십자가를 메겠소 17 김균 2016.10.04 412
230 여성, 불확실성 앞에 가상의 적이 되다 여성 2016.10.03 151
229 lburtra 님께서 12 fallbaram 2016.10.03 445
228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 4 민초1 2016.10.03 362
227 재림교 6대 DNA교리 명암 꿰뜷어 보기, 십계명(구원론) 이슈 15 7 민초1 2016.10.03 317
226 우연히 듣게된 이 동영상^^ 8 내게는 놀라움으로 2016.10.03 310
225 가을 노트 1 가을애 2016.10.03 166
224 가을 편지 가을에 2016.10.03 88
223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바이올린 콘첼토 - 시벨리우스 ' 2 전용근 2016.10.03 107
222 이상한 계단 4 산울림 2016.10.02 173
221 민초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는 방법 그리고 파워 포인트에 동영상을 올리는 방법 (수정) 5 기술담당자 2016.10.02 355
220 국민적 자부심, 우리도 이런 앵커가 있다! www.jtbc.co.kr 자부심 2016.10.02 311
219 서강대 유기풍 총장 사퇴의 변 빨간장미 2016.10.01 144
218 두 마리의 애완견(犬)?? 26 청지기 2016.10.01 470
217 성육신=거룩화 3 말씀이 육신이 되심 2016.10.01 223
216 신앙 종합시대 에 널브러진 님들과 나의 꼴 1 박성술 2016.10.01 263
215 성육신=세속화 2 file 김주영 2016.10.01 259
214 실재의 나는 매우 화려하다 2 김균 2016.10.01 212
213 가을을 타는 남자 4 김균 2016.10.01 321
212 반갑습니다 1 예수따라 2016.10.01 128
211 가을로 가는 길목 1 가을에 2016.10.01 233
210 365인 file 감사 2016.10.01 132
209 자작 올무에 걸린 줄도 모르고 9 김균 2016.10.01 272
208 <노출이 심하거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여자는 <사탄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것>입니다 17 차도르 2016.10.01 394
207 성실한지 못한 교인을 <아끼지 말고 살육의 때에 죽이라>는 임무를 받은 천사 8 코사람 2016.10.01 269
206 도부 장사들 은 도부장사 율 을 침묵 해야 하는것이 맞다 4 박성술 2016.09.30 315
205 지갑속의 배우자 8 김균 2016.09.30 289
204 가을이 오는 소리 6 가을에 2016.09.30 190
203 할 일 없는자 산울림 2016.09.30 181
202 [사단법인 평화교류협의회 <평화의 연찬>] 북한 수재민 돕기와 선교 현황 방북보고회 (2016년 10월 1일(토))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6.09.29 216
201 가을엔 fallbaram 2016.09.29 189
200 향수(鄕愁 Nostalgia) - 이동원, 박인수 (정지용 시) nostalgia 2016.09.29 134
199 대통령되려고 뭐를 준비했을까? 시사인 2016.09.29 116
198 운동장을 6 바다 2016.09.29 322
197 박 모씨의 글씀을 허하라 6 구상유취 2016.09.28 460
196 [북토크] 도올 김용옥 "박 시장은 거짓말을 안한다" seagull 2016.09.28 102
195 [캄푸터-1] . . 아이피차단, 아이피차단, - - 해서 알아보니 . . (공부) 7 hm1 2016.09.28 421
194 [3시 뉴스브리핑] 트럼프 '모욕-말 끊기' 도발…지지 않은 힐러리 트힐 2016.09.28 107
193 주례사 15 김균 2016.09.27 344
192 박진하 님의 아이피를 차단한다. (댓글, 덧글, 엮인 글 등을 쓰고 싶은 누리꾼은 이 글 내용을 먼저 읽기) 6 김원일 2016.09.27 691
191 " 디한 목사... 하나님께서 그들에게..주실 것을 " 2 soeelee 2016.09.27 231
190 삶의 고통 18 김균 2016.09.27 544
189 무의식과 의식^^ soeelee 2016.09.27 159
188 성화에 대한 소견 4 대고산 2016.09.27 165
187 김균 어르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동영상: ( 80선을 내다보면서 . . . ) 10 둥근달 2016.09.27 222
186 [새벽 명상 1] . . 신앙한다는 것이 - - 예수 그리스도를 복사하는것인가? 복제하는 것인가? 그리고 내가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해 주시는 것인가? 6 hm 2016.09.27 154
185 변화와 열매 없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의 거짓 복음 꿰뚫어 보기(3) 박O하, 강O국, 손O문, 홍O선, 개혁교회, 현대진리연합운동 강O천??? 17 file 말석 2016.09.27 370
184 슬픈 이야기 7 청지기 2016.09.27 292
183 이대로는 절대 안 된다는 님께 2 경포대 2016.09.26 199
182 정작 '진리'와 '교리'가 다른가? 다른 성질의 것인가?-정 영근목사 3 김균 2016.09.26 245
181 율법주의 결국은 안식일 옹호 6 지경야인 2016.09.26 304
180 명예훼손죄 그리고 모욕죄 1 김균 2016.09.26 342
179 집안이 콤콤한 냄새로 진동을 한다. 24 file soeelee 2016.09.25 535
178 나는 이곳을 집장촌이라고 한 적도, 그렇게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말석의 지워 버리기 전 글을 읽고 10 여보세요 2016.09.25 408
177 도산 안창호 , 말석 XXX.....그리고 접장님께 질문 있읍니다. 2 꼴통 2016.09.25 301
176 누가 나를 정죄할 수 있나? 9 한빛 2016.09.25 344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