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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 06:05

그림자를 판 사나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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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좀 보면 안 될까? 신부 말 안 들으면 벌받아, 인마.”
그 협박에 굴복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럼 우리 집으로 와.”
“알았어. 술은 준비하지 마.”


금방 후회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었다. 하루에 두 명이나 매몰차게 돌려세울 수는 없었다.

순서가 바뀌었더라면 아마도 미경과 만나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에라 모르겠다. 컴퓨터를 껐다. 소설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꺼진 모니터의 검은 화면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옆집의 여중생이 모차르트 소나타를 연습하고 있었다. 엄한 선생한테 배우는지, 얼마 나가지 못하고 번번이 같은 소절을 반복하고 있었다.

어릴 적 대나무자로 손등을 때려가며 피아노를 가르치던 선생이 떠올랐다. 뚱뚱한 몸매에 볼품없는 턱을 가졌지만 신경은 언제나 날카로웠다. 어느 날 선생은 언제나 박자를 틀리는 한 남자아이의 뺨을 미친 듯이 때려댔다. 강습생 모두 공포에 질려 울었다.

남자아이의 엄마가 찾아오자 선생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거품을 물다가 기절해버렸다. 남자아이는 선생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선생 곁에 무릎을 꿇고 대성통곡을 했다. 대성통곡이 효험이 있었는지 선생은 곧 깨어났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자아이의 엄마는 피아노 선생이 던져주는 반달 치 강습료만 받아들고 집을 나섰다.

그로부터 여섯 달 후, 피아노 선생은 일본 남자와 결혼하여 오키나와로 떠났다.

엄마들은 아파트 복도에 모여 선생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고 수군거렸다.


바오로는 이른 저녁, 아직 해도 채 떨어지기 전에 왔다. 오른손에 밸런타인 병을 들고 있었다.

굵고 짙은 눈썹, 딱딱한 턱선 때문에 마치 엘리트 장교처럼 보였다. 그러나 발그레한 볼이 그런 딱딱한 인상을 중화시켜주었다.

그런 야누스적 풍모 덕이었는지 그는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여자애들은 편지를 보내고 그의 집 앞에서 죽치고 앉아 사람이 왜 그렇게 차갑냐며 엉엉 울었다. 짝사랑치고는 요란들 했다.

사춘기의 그 모든 난리법석은 그가 신학교에 들어가면서 끝이 났다.

그 뉴스는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가 원서를 낸 지 몇 시간 만에 온 성당에 알려졌다.

바오로가 신학교에 간대! 여자애들은 대놓고 훌쩍였고 남자애들은 입을 비쭉거렸다.

만인의 연인이 되겠다는 건가. 남자애들은 발치의 돌을 힘껏 차 굴렸다.
그러던 그도 서른다섯을 넘기면서 그런 아도니스적 매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배도 나오고 턱선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눈의 총기는 희미해지고 가늘고 길던 손에도 살이 붙었다.

사파이어 반지가 손가락을 파고들고 있었다.


“앉아. 면 삶고 있으니까 뭐 좀 보고 있어.”
나는 냄비에서 면을 건져 먹기 좋게 둥근 접시에 담아 미리 만들어놓은 토마토소스를 얹어 내갔다.

동네 슈퍼에서 사온 마주앙 스페셜을 곁들였다. 포도주 마시는 게 직업인 그는 빤히 포도주병을 쳐다보다 킥킥 웃었다.
“왜 웃어?”
“마주앙이 한국 천주교 공식 포도주잖아.”
“그랬었나? 맛은?”
“좀 다르지, 아무래도.”
포크에 면을 감아 돌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좋다.”
“뭐가?”
“친구하고 스파게티 먹고 있으니까.”
“왜 이래, 징그럽게.”
그는 돌돌 만 면발을 입에 넣었다. 붉은 소스가 그의 베이지색 카디건 깃에 튀었다. 나는 냅킨을 건네주며 슬쩍 찔렀다.
“너, 연애하냐?”

바오로는 아무 말 없이 씩 웃었다.
“그것도 직장인데, 너 그거 그만두고 뭐 먹고살 거라도 있냐?”
“없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능력자가 되어버렸더군.”
“원래 사제란 직종이 다 그렇잖아. 어느 사회든.”
“나도 글 좀 써볼까?”
“글은 아무나 쓰는 줄 아냐?”
“사회적으로 무능력하기는 마찬가지잖아.”
“무능력한 모든 인간이 글을 쓰는 건 아니야.”
“하긴.”
그는 마주앙을 홀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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