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톨릭 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 수녀

 

 

‘죽고싶다’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도 늘 명랑하게 살아야할 이유를 일깨워주는 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 수녀

‘죽고싶다’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도 늘 명랑하게 살아야할 이유를 일깨워주는 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 수녀

 

꽃이 핀다. 동토를 뚫고 나온 부활의 꽃잔치가 온 산하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봄햇살이 찬란할수록, 꽃이 화려할수록 더욱 초라해지고 아파지고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26.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다. 더구나 4~5월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때다.

 

부활절(16일)을 앞두고, 지난 7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자살예방센터가 있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422호를 찾았다. ‘자살’이란 끔찍한 단어와는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명랑소녀’ 같은 이가 맞는다. 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46) 수녀(예수성심전교수녀회 소속)다. 그는 상담 및 교육 담당자 3명과 전화상담 봉사자 39명과 일하고 있다. 늘 ‘죽고 싶다’, ‘죽겠다’, ‘지금 뛰어내리겠다’는 말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날도 아침에 젊은 엄마가 전화를 해왔다. 딸을 유치원에 보내고는 지금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빚을 져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상담사가 아이가 보이느냐고 묻자 아이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고 했다. 다시 아이가 몇시에 돌아오느냐고 묻자 두 시라고 답했다. 상담사는 “아이가 돌아왔을 때 엄마가 없으면 어떻겠어요”라고 물었다. 엄마는 아이 얘기에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온 것 같았다. 상담사는 “커피 좋아하세요” 묻고는 “커피 한잔하고 식사도 하고, 아이 간식도 준비하고, 친한 친구를 만나라”고 권유했다. 수화기 너머로 “그러겠다”는 소리가 들리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 생명이 그렇게 한고비를 넘겼다.

 

 

모처럼 듣는 따스한 말에 말 잃어

 

손 수녀는 “우리가 상담자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죽음의 이유에 압도당하면 살아야 할 이유를 잊어버리는데, 그 이유를 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벼랑 끝에서 구해낼 수도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그와 통화한 고교 1학년 남학생도 그랬다. 영하 20도로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아침이었다. 9시 전화상담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에선 ‘쌩쌩’ 부는 바람 소리가 요란해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학생은 “아파트 옥상 끝에 서 있다”며 “떨어져 죽고 싶다”고 했다. 우선 “소리가 안 들리니 바람 피하는 곳으로 가줄 수 있니”라고 물었다. 학생이 “잠깐만요” 하더니 곧 바람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는 “학교 적응도 안 되고 공부를 못해,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도 없어서 엄마 아빠가 ‘너 같은 애는 살 필요도 없다’고 했다”며 “내가 죽어도 이 세상에 슬퍼해줄 사람 한 명 없다”고 했다. 손 수녀가 “춥지~”라고 따스하게 물었다. 학생은 “춥다”고 했다. 그 말 속에서 강추위보다 심한 마음의 한기와 외로움이 느껴졌다. “얼마나 춥니”, “밥은 먹었니”라는 물음이 이어졌다. 학생은 모처럼 듣는 따스한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친한 친구가 있느냐”는 물음에 학생은 “있다”고 했다. 손 수녀는 “우선 따뜻한 밥부터 먹고 친한 친구 만나 힘든 얘기를 하라”고 권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도 화가 나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걸 거야. 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잊지 마라”는 당부도 건넸다.

 

“지금 떨어져 죽고 싶은 아이한테 그런 말들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해요. 그러나 ‘춥지~’란 한마디에 아이는 울컥하지요. ‘힘들지~’라는 공감과 위로 한마디 못 받아 위기를 넘을 힘이 없는 이들이 너무 많아요.”

 

그는 날마다 죽어야 할 이유를 들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죽을병에 걸려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고 있다. “돈이나 능력, 직업, 공부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인데 인간 존재의 가치는 사라지고 학력과 연봉 같은 겉모습만으로 가치를 평가해버리지요. 그러니 공부 못하고, 실직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인간으로 생각해버려요. 공동체가 무너진 것이죠.”

 

그가 특히 안타까워하는 이들은 중년 남성들이다. 남성들은 혼자만 끙끙 앓다가 자살을 실행하는 바람에 남성 자살률이 여성에 비해 2.5~3배가량 높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이 아빠를 에이티엠(현금지급기)이라고 한대요. 아빠도 아내, 자녀들과 관계를 돈독히 할 짬도 없이 가정의 경제력 유지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다가 경제력을 상실하면 자신과 가족들 모두 쓸모없는 인간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소성당에서 봉헌된 ‘자살한 이들과 유가족·자살 위기자들을 위한 미사’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소성당에서 봉헌된 ‘자살한 이들과 유가족·자살 위기자들을 위한 미사’

 

 

자살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글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는 손애경 수녀

자살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글이 담긴 포스터를 들고 있는 손애경 수녀

 

그처럼 빈천하면서도 그처럼 부자

 

경제력만으로 평가된다면 그는 무가치한 인간이다. 65살 이상 노인들 대부분이 받는 노령연금의 절반에 불과한 월 10만원의 용돈으로 살아가니 말이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은 품어서 삭여주고, 사랑은 화수분처럼 무한정으로 나눠준다는 점에서 그만한 부자도 드물다. 그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출근길에 명동성당 대성당에서 “이 시간 자살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의 행동을 멈춰달라”고 기도하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보냈다. 그는 “사랑받은 경험이 없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존중감이 바닥이라며 우리는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와 사랑이 필요한 존재들이다”라고 말했다. 늘 살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일깨워야 한다는 그가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오늘 기자님을 만나기 위해서. 오늘 죽고 싶어서 전화하신 분과 통화하기 위해서. 벚꽃 구경하기 위해서….”

 

그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면서 예쁜 할머니 수녀가 되는 것”이란 ‘삶의 이유’ 앞에 이렇게 사소한 이유들을 열거할 수 있을 만큼 공감 센스가 넘쳤다. 그의 공감이 미치는 곳은 자살 위험자들만이 아니다. 그는 “자살은 자살자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아 자살자 한 명당 그의 가족과 지인 등 평균 7명이 죄책감·절망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자살자가 생기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자살 유가족들이야말로 눈총의 대상이 아니라 가장 공감받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가톨릭회관 소성당에선 자살예방센터가 주관한 미사가 봉헌됐다. 자살 유가족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날 소성당을 가득 채운 유가족들 속에서 손 수녀는 말없이 공감과 위로의 파장을 보내고 있었다.

 

‘자살 유가족을 위한 해바라기 슬픔 돌봄 모임’이 6월14일~8월2일 매주 수요일 오후 2~4시 명동 가톨릭회관 422호 자살예방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02)2265-2952. www.3079.or.kr.

 

자살 예방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화는 위기상담(1577-0199), 전화상담(1599-3079), 면접상담(02-318-3079)이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790326.html?dable=30.1.6#csidx3929006d33422e4848457ea16fc66d9 

  • ?
    눈장 2017.04.22 13:52
    양비론은 안 됩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합니다.
  • ?
    김원일 2017.04.23 08:33
    누가 여기서 양비론을 제시했는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2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6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38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200
1372 친절한 금자씨! 3 file The King 2017.03.01 295
1371 눈물 12 Rilke 2017.02.28 295
1370 성소언어-좋은 친구님 참조 3 file 김균 2017.02.15 295
1369 눈장님-먹이사슬 16 김균 2016.09.17 295
1368 도부 장사들 은 도부장사 율 을 침묵 해야 하는것이 맞다 4 박성술 2016.09.30 294
1367 예수가 지켰단다 13 김균 2016.09.15 293
1366 나만의 축복에 만족하는 사람들 file 김균 2018.01.01 292
1365 율법에서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마침내 다 성취되리라 8 하주민 2017.07.21 292
1364 정유라의 말 중계업자 독일인 만나는 우리나라 대통령 1 김균 2017.02.04 292
1363 김운혁 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 아래의 내 글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정독하시기 바란다. 5 김원일 2016.10.30 292
1362 돼지 흥분제와 여자 먹기: 식인종 이야기 3 김원일 2017.04.29 291
» 안식교 목사 그대들 중 이런 수녀 있는가. 돼지고기 같은 소리 그만 하고. 2 김원일 2017.04.22 291
1360 세천사의 기별의 허구성 2 지경야인 2016.11.06 291
1359 우연히 듣게된 이 동영상^^ 8 내게는 놀라움으로 2016.10.03 291
1358 메리 크리스마스 2 1.5세 2017.12.23 290
1357 She should simply go, and go now. 2 가디언 2016.12.17 290
1356 안식일(1) 쉼의 종교 1 file 김균 2018.12.27 289
1355 안식교 Trans-European 지회 행정위원회가 대총회에 대고 한 말. 한국연합회, 쿠오바디스? 김원일 2017.02.21 289
1354 내가 평생 예수 믿을 때에 나를 알아 본 것은 file 김균 2018.09.15 288
1353 북두칠성(北斗七星)이 , 인간(人間)으로 오다--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현민 2016.12.08 288
1352 한번은 겪어봐야 될 일입니다. 4 환멸2 2016.09.12 288
1351 마누라는 컴맹입니다 file 김균 2018.07.30 286
1350 조용한 이동네에 첫눈이 온다구요 3 jacklee 2018.02.09 285
1349 단일민족의 자부심과 배달민족 DNA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싶은 그대들에게 보내는 National Geographic 잡지의 편지 김원일 2018.03.14 285
1348 꽃잎을 가지에 붙인다고 지나간 나의 봄날은 돌아오지 않는다 1 김균 2017.04.14 285
1347 바울을 울게하는 계명을님의 글, "빌게이츠의 눈물" 6 이박사 2016.09.13 285
1346 박근혜, 최태민, 최순실과 관련해 무속신앙 자체를 폄하하는 글: 특히 김운혁 님 참조하시기를. 4 김원일 2016.10.30 284
1345 우리는 레위기를 연구하면서 변증하는가? 아니면 비평하는가? 3 file 김균 2017.04.10 283
1344 율법주의 결국은 안식일 옹호 6 지경야인 2016.09.26 283
1343 정통 기독교 7 김균 2020.05.01 282
1342 주의 기도문 속 "죄"와 "빚": 김균 선배님께 2 김원일 2017.03.09 282
1341 화잇부인이 오늘날 살아계시면 2 김주영 2016.12.17 282
1340 이사야여, 이사야여, 채빈 님이여, 채빈 님이여... 3 김원일 2017.10.15 281
1339 정말 야비하고 저열한 사람, 이명박 맹비난하는 유시민. 노무현대통령 이명박에게 당한 것 지금도 너무 분하다 그리고 2017.06.26 280
1338 부부 권태기 극복하는 방법 배달부 2017.06.15 280
1337 미국의 종교별 가정 수입을 보며 드는 생각 2 무실 2017.06.03 280
1336 이상구박사님께서 말씀하셨던 <무조건적 사랑>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예언 2016.10.12 280
1335 지금이 어느때인데 선지자라니 5 fallbaram. 2017.09.29 278
1334 새롭게 본 윤석렬 바이블 2019.09.14 277
1333 +색소폰 으로 듣는 타이스 명상곡 1 박희관 2018.08.09 277
1332 에스독구메리봇지-2- 김균 2019.04.17 276
1331 신 없이 도덕 하기 8 김원일 2017.02.26 274
1330 "명복"에 관한 글을 왜 자꾸 지우느냐고 묻는 'ekf수' 그대에게 13 김원일 2016.11.25 274
1329 윤동주 - ' 십자가' 6 전용근 2016.10.15 273
1328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사심판 16 김균 2016.10.14 273
1327 일본 군가를 찬송가로 만든 우리나라 기독교 2 김균 2021.08.20 272
1326 유투브 퍼오기 1 김균 2018.01.10 272
1325 정의는 죽었다 17 file 박성술 2017.06.16 272
1324 퇴색의 진실 6 fallbaram 2016.10.10 272
1323 고 김선억 목사님 장례 일정 1 1.5세 2017.05.28 270
1322 오늘이 10월 22일이니까 특별히 마지막으로 6 김주영 2016.10.22 270
1321 성화하거나 성화하려하는 사람들의 언행 9 김균 2016.10.09 270
1320 나는 부끄러워서 도 햇불질 못하겠다 12 박성술 2016.12.11 269
1319 지갑속의 배우자 8 김균 2016.09.30 269
1318 소는 누가 키우나 누리꾼 아이피를 차단하며 1 김원일 2016.09.21 268
1317 제안 4 fallbaram. 2016.09.07 268
1316 단상 김균 2018.07.12 267
1315 우리는 남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예사로이한다 4 김균 2016.12.10 267
1314 [반달]이 게시판에 아직도 살아있는지? 올려봄니다. 1 반달 2023.11.18 266
1313 제목도 없는 글 3 소나무 2018.02.11 266
1312 관리자님께 9 김운혁 2016.09.09 266
1311 인사 4 fallbaram 2016.12.30 265
1310 x OK, you're out. 2 예언 2016.11.02 265
1309 민초를 온통 도배하고 있는 김균 장노님의 수고는? 8 fallbaram. 2020.05.07 264
1308 레위기 11장? 무슨 레위기 11장?? 2 김주영 2017.04.09 264
1307 박근혜의 미소..그리고 그 미소에 "전 박근혜 대통령은 훌륭했다!"라 화답하는 재림교 목사..(카스다) 1 악어의눈물 2017.03.18 264
1306 진실 논쟁 4 김균 2016.09.11 264
1305 김운혁님, 제발! 2 김원일 2016.09.11 264
1304 민초1 님, 율법주의가 어때서 - 네번째 방 재림교회 구원론 3 file 계명을 2016.09.09 264
1303 구천 김균 2018.07.02 263
1302 핵소 고지의 기적 - 데스몬드 도스 이야기 3 truly 2017.03.03 263
1301 내가 기옇고 삼천포 어르신 을 한번 매 달아 올립니다 9 file 박성술 2017.01.12 263
1300 18원의 항거 5 김균 2016.12.14 263
1299 이사야와 무당 (끝줄 수정) 7 김원일 2016.11.01 263
1298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 2 소나무 2018.01.08 26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