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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했다. 이 참사로 304명이 사망했으며, 희생자의 대부분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이었다. 정부는 생명을 구하는 일에 대단히 무능했으며, 생존자 172명 중 절반 이상은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되었다.

많은 희생자가 난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고였다. 그런데 정부는 제대로 된 조사와 책임자 처벌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오히려 국가 권력을 최대한 동원해 세월호에 관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억눌렀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한동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켜지지 않는 어둠의 시절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시민들도 슬픔을 마주하는 고통을 감내하기보다는, 일상 속에 파묻혀 이 일을 잊어가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 언뜻언뜻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저항의 수단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백상현 지음
▲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백상현 지음
ⓒ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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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이라는 부제를 단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백상현 지음)가 최근 출간되었다. 저자 백상현은 정신분석학자이자, 라깡 철학 전문가다. 그는 정신분석학자답게 '슬픔'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보통 슬픔을 수동적이거나 패배적인 감정으로 여긴다. 그러나 저자 백상현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흘리는 눈물에서 숨어 있는 힘을 읽어낸다. 그는 책의 도입부에서 슬픔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모두에게 잊혀가고 있을 즈음, 유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남겨진 저항의 수단이 단지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에 주목해보자."(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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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상처는 어루만지는 애도로 서서히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정당하지 못한 섣부른 애도의 절차를 거부했다. 상실을 봉합할 정당한 법과 규범이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온갖 위협과 협박, 조롱, 이간질 등이 계속되어도 여전히 눈물이 멈추지 않아 고통스러워했다.

이 멈추지 않는 눈물은 이 땅에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한 메시지였다. 따라서 슬픔은 결코 자포자기의 상태가 아니라, 부당함을 항변하는 마지막 저항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떠도는 이들의 나약한 흐느낌, 지금 여기에 없는 정의 요구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으로 새로운 정의와 새로운 세상을 요구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낳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한 투명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박근혜 정부가 의존하고 있던 한 줌의 유사-정의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진리 효과를 산출했던 것이다. (…) 그리하여 우리는 미래의 정의를 예감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는 없는 어떤 것, 미래의 시간에 속하는 정의이다."(13쪽)

그렇지만 권력자의 거짓말에 속지 않고 지금 이곳에 없는 정의를 요구했기에, 유가족들은 불의한 권력에 의해 사회 밖으로 추방되었다. 결국 유가족들은 깊고 강렬한 슬픔을 품은 채 일상을 거부하고 유령처럼 떠도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없었던 그들은 벌어진 균열을 떠안고 우리 사회의 표층을 떠다니게 되었다."(28쪽)

유령처럼 떠도는 그들은 간혹 우리를 찾아왔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나약한 흐느낌은 우리의 현재를 흔들며 안온한 일상에 의문을 품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유령 같은 표류와 방황, 낮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나약한 흐느낌은 그 자체로 사회의 주류적 담화에 대항하는 힘이 되어 갔다.

진실한 슬픔은 존재를 흔들어 객석에서 일어나게 해

'슬픔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오히려 나약해 보이는 슬픔이 될 수 있다. 세월호와 함께 사라져간 어린 학생들이 우리에게 전한 슬픔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고, 결국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하는 특별함이 있었다. 2016년 끝자락에 시작된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는 슬픔의 힘 때문인지도 모른다.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는 투쟁은 2016년 11월의 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근원지, 눈물의 수원이었다."(46~47쪽)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슬픔을 마주하는 고통을 함께했다. 촛불 집회 단상에 올라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에, 청와대로 행진하는 맨 앞 대열 유가족의 외침에, 우리는 슬픔을 다시 마주했다. 그리고 유가족의 슬픔은 함께하는 이들의 슬픔으로 반복되며 더욱 커졌다.

"유가족들의 슬픔을 보존하려는 투쟁은 이후 우리의 마음속을 찾아와 다시 반복되었다. 단지 반복될 뿐만 아니라 수동적인 관객에 불과했던 우리를 광장으로 나서게 하는 기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56쪽)

흐르던 눈물이 언젠가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광장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슬픔의 정체를 헤아리며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방황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와 그에 대한 국가권력의 대응에서 야기된 깊은 슬픔과 절망 그리고 분노는 우리가 속했던 공동체의 허상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과 존재를 흔든다. (…) 방황이 시작되는 최초의 양상은 우리 자신의 자아에 대한 불신이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각자에게 찾아온다."(69쪽)

라깡 철학의 혁명성을 드러낸 의미 있는 저작

철학자 백상현이 세월호 참사를 주목하고 해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철학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평온해 보이던 세계의 이미지가 흔들리는 순간, 우리를 찾아오는 조난의 사건, 방황의 흔들림은 비로소 진리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다. 그래서 철학은 진리의 상실을 함께 슬퍼하며, 그로부터 비롯된 조난에 동참하고, 그들의 방황이 말해지고 긍정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언어를 세공한다. (…) 진리의 효과인 슬픔과 조난의 고독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철학은 그렇게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들에 의해 발명되는 미래의 시간을 해석하고 증언해야 한다."(12쪽)

이 책은 그렇게 '철학의 역할'을 수행한다. 권력의 억압을 뚫고 진리가 발생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덕분에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는 '슬픔 속에 깃든 진리'를 밝혀낸다. '라깡 철학의 혁명성'을 우리 현실 속에서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저작이다.

한편, 대통령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저자는 선거가 주는 기이한 환상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대통령 선거와 지역선거의 사지선다형 선택만이 주어지는 유한성의 공동체, 그러니까 새로움의 도래가 원천봉쇄된 기이한 민주주의의 공동체인 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는 '마치 정치가 존재하는 듯', '마치 정의가 존재하는 듯', '마치 민주주의가 실현된 듯' 살아가는 마담 보바리가 된다."(78쪽)

제한된 유사-민주주의는 군사독재보다 더 가증스런 환상이다. 선거는 갖가지 신화를 만들어 내는 스펙터클한 환상이다. 그 스펙터클이 슬픔에 깃든 진리를 덮으려 하고 있다. 저자는 이 환상에 속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월호 특조위 부활 손팻말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세월호 특조위 부활을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세월호 특조위 부활 손팻말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세월호 특조위 부활을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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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때 참사의 상처를 마치 잊은 듯 살아가려 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우리, 슬픔을 마주할 용기‧흔들림을 견딜 용기를 갖고 다시 제대로 우리 사회의 공허함을 직시하자.

"세월호의 유령은 자신들의 죽음이 만들어낸 텅 빈 허무의 공동을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단원고 학생들의 죽음이 남긴 허무의 공간을 살아남은 아이들의 보다 충만한 삶으로 채워달라는 요구, 정의의 부재를 정의의 실현으로 대체해 달라는 진리의 요구가 그곳에 있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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