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하승수의 틈]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경향신문 2016.8.7.)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흔히 1 대 99의 사회라고 한다. 상위 1%가 정치, 경제, 사회적 힘을 쥐고 있고, 99%의 삶은 팍팍하고 소외돼 있다는 의미다. 간단한 의문을 던진다. 경제적으로는 1%가 압도적 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왜 정치적으로까지 1%가 지배해야 하나? 대기업 주식은 재벌 회장이 많이 갖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1주도 없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는 재벌 회장이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모두 1표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정치적 힘에서도 평등하지 않을까?

 

“돈이 정치를 지배하니까 그렇지”라고 얘기하고 끝내지는 말자. 서양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부유한 남성들에게만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그때라면, “돈이 정치를 지배하니까 선거해봐야 소용없어”라는 얘기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가난한 사람과 여성에게도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그런데도 왜 정치가 상위 1%의 이익을 위해 좌우될까? 이 의문을 푸는 것이 바로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는 길이다.

 

비밀은 선거제도에 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1인1표제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1%의 지배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이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인 데다, 돈도 많이 써야 하는 선거제도이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하려면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연줄도 있고 스펙도 있고 돈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무나 될 수 없는 선거제도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직업통계를 찾아 보았다. 253명 지역구 당선자들이 쓴 직업 중에 농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 ‘회사원’으로 표시한 사람은 두 사람에 불과했다. 반면 변호사는 13명, 주로 교수일 것으로 추정되는 ‘교육자’는 8명이었다.

 

실제로 10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국회 안에서 찾기가 어렵고, 300만 농민도 마찬가지다. 세입자, 소규모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이 거대정당에 들어가 당선 가능한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47명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통해 약간의 보완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대한민국 국회의 구성은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 뿐만 아니다.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41억원에 달한다. 이런 식의 국회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약자들의 입장에 서는 정책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연령대로 보더라도 253명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중 40세 미만은 1명뿐이다. 여성 비율은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청년 문제, 성평등 이슈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하는 선거제도는 거대한 기득권 정당을 낳게 되고, 그것은 결국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제하는 정치구조를 만든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것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북유럽의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20세기 초반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를 도입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사회민주당)이 국회에서 몇 석을 얻는 정도가 아니라 국회의 제1당이 되었다. 스펙, 연줄, 돈이 없던 노동자들이지만, 스스로 만든 정당을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1925년부터 사민당 당수였던 페르 알빈 한손은 가난한 노동자 가정 출신에 제도교육을 4년밖에 받지 못했지만, 14년간 총리를 지내며 복지국가의 기초를 닦았다. 지금도 스웨덴 총리는 고졸 용접공 출신의 ‘스테판 뢰벤’이다.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핵심적 차이는 바로 선거제도에 있다. 스웨덴식 복지국가는 스웨덴식 선거제도의 산물이다. 지금도 스웨덴 국회에서는 다양한 계층,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 8개가 경쟁하고 있다. 그래도 모자라다며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는 곳이 스웨덴이다.

 

꼭 계급, 계층적인 이해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많은 시민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 문제가 정치에서 제대로 토론되는 나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거제도로 택하고 있는 국가이다. 녹색당과 같은 정당이 의회에 진입해 있기 때문이다.

 

소수자 인권, 동물복지 등의 의제들이 제대로 다뤄지는 국가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국가들이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정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계에서 동성결혼 법제화가 가장 먼저 이뤄진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네덜란드는 정당 득표율이 0.67%를 넘으면 국회 의석 1석이 배분되는 철저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네덜란드 국회에는 11개의 원내 정당이 존재하고, ‘동물을 위한 정당(Party for Animals)’도 2석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정당들이 제도권에 진출해 있다. 이런 선거제도가 국토 면적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를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나라로 만든 것이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야의 주요 정치인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역사를 보면, 진정한 정치 변화는 헌법 개정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이뤄졌다. 1987년 개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전락한 이유는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없는 상태에서의 개헌은 ‘권력 나눠먹는 놀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더 시급한 이유다.

 

기사원문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072104015&code=990100.

 

 

 

 

 

 


  1. No Image notice by 김원일 2014/12/01 by 김원일
    Views 8547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 No Image notice by admin 2013/04/07 by admin
    Views 38602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3. No Image notice by admin 2013/04/07 by admin
    Views 54357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4. No Image notice by admin 2010/12/05 by admin
    Views 86220 

    필명에 관한 안내

  5. 꼴통 님의 글을 지우려 했다가 안 지운 이유

  6. No Image 25Sep
    by 산울림
    2016/09/25 by 산울림
    Views 112 

    인류의 노예화~어디까지 진행됐나?

  7. 내가 만약 이곳 사이트를 집창촌이라 했다면

  8. 고향의 노래 - 이수인 곡, 김재호 시 / 서울센트럴남성합창단 연주

  9. No Image 24Sep
    by 의문
    2016/09/24 by 의문
    Views 415 

    '온전(穩全)'과 '완전(完全)'

  10.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다뉴브 강 잔 물결' 이바노비치

  11. No Image 24Sep
    by 백향목
    2016/09/24 by 백향목
    Views 122 

    전용근의 음악 산책-이바노비치 다뉴비강의 잔물결(Donauwellen Walzer)

  12. 말석님.님은 누구십니까?......그리고 접장님.

  13. No Image 24Sep
    by 백향목
    2016/09/24 by 백향목
    Views 77 

    박인수- 가고파(testings)

  14. 변화와 열매 없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의 거짓 복음 꿰뚫어 보기(2) 누가 아브라함의 아들인가?

  15. 간단한 HTML소스 배워보기

  16. 입에 지퍼를 단 사내

  17. HTML 에 포스팅이 소스를 이용해도 안되는데요

  18. No Image 24Sep
    by 재림의 징조...지진
    2016/09/24 by 재림의 징조...지진
    Views 259  Replies 12

    <지진>은 하나님께서 일으키십니다

  19. 변화와 열매 없는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의 거짓 복음 꿰뚫어 보기 - 내가 바리새주의로 염색된 율법주의자인가? (나의 사상 검증)

  20. 예배중 걸려온 전화

  21. 여러분이 바친 십일조를 도적질하는 목회자의 행태

  22. 당신들은 바람을 보았는가?

  23. 아브라함 아 소는 누가 키우냐 ?

  24. 율법과 율법주의, 완전과 완전주의자를 혼돈하는데서 오는 곡해와 극단주의

  25. 민초 사이트 변경에 따른 양해와 사과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26. 이 곳 민초 방에 드나드는 사람들아, 최휘천 목사 "율법" 꼭 들으시라!

  27. 소는 누가 키우나?

  28. 최 휘천 목사 " 율법'

  29. 말짱 도루묵

  30. 유치한 논쟁

  31. 여기서 성경이나 복음 이야기 하지 말라고

  32. 하늘은 완전(完全)해야 가는 곳 - 나는 완전한가?

  33. 초청장 ㅡ박성술님

  34. 한국 SDA가 그나마 표면적으로라도 율법주의를 벗어난것은 1988년이지만...

  35. [컬투쇼] 회식후 사라진 미스김을 찾습니다

  36. 민초1님의 "SDA 핵심교리 꿰뚫어보기"에 대한 무지와 곡해를 꿰뚫어 본다(1) 하나님도 율법주의자이신가?

  37. 소는 누가 키우나 누리꾼 아이피를 차단하며

  38. 민초1님에게

  39. 길 거리를 지나갈때

  40. No Image 21Sep
    by 한강
    2016/09/21 by 한강
    Views 184 

    다짜고짜 안고 찌찌도 만지라해서...

  41. 아, 정말 열 받네. 유행가? 골프? 영화? 간음? 하고 싶으면 해. 싫으면 말고. 확 그냥 다 지워버려?

  42. 이건 또 뭐야?

  43. 화면이 달라졌어요

  44. No Image 20Sep
    by 김종현
    2016/09/20 by 김종현
    Views 37 

    화면이 달라졌어요

  45. 암환자 죽으러 갔는데 살아서 돌아왔다

  46. 유행가쯤은 듣고 부를 줄 알고 그것에 '울었다' 정도는 해야 율법에서 벗어난 자유인들이 되는 것인가?

  47. No Image 20Sep
    by 작은뿔
    2016/09/20 by 작은뿔
    Views 46 

    [가톨릭 미디어를 말하다3] 제2회-뉴스비평

  48. 대중가요와 나

  49. Yellow card: 민초1 님

  50. 민스다에 가을남자 셋이 모이면

  51. 우리는 지금 모두 속고 있습니다.

  52. 성의 안과 밖에 사는 사람들

  53. 맞은 편에서 오시는 분

  54. 똑같이 선생 밑에서 배워도 누구는 우등생되고 누구는 꼴찌하는법. 율법주의는 어디에나 있다.

  55. 그 중에 간음 이야기로 질문한 이유(민초1님)

  56. 북한 '최악 물난리'에 '인도적 지원' 놓고 갈라진 국론

  57. 똥통에 튀길 인간들-눈장님 참조-

  58. “금식하면서 다투며 싸우며 악한 주먹으로 ...”(사 58:4)

  59. 구원받은 자는 이렇게 살지 않는다 - 계명에 충실한 자들을 "바리새주의로 지독하게 염색된 자들"로 매도하는 불법과 무법

  60. No Image 19Sep
    by 친일청산
    2016/09/19 by 친일청산
    Views 66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61. 레위기 11장 대체성과 예표성과 폐지성-이번에는 눈장님 참조-

  62. 기록되었으되 신앙

  63. Rilke, 접장님, 그리고 나 (접장님 독사진하나 추가***)

  64. 구원의 조건도 구원의 조건 나름이다. 율법과 계명은 구원의 조건이다, 뭐가 어때서?

  65. 한빛님 보세요

  66.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 민초1님께 질문

  67. 민초1님이 피해가는 나의 질문에 대한 "기록되었으되"의 답 그리고 다시 질문

  68. 이박사 님께 돌직구 질문 드립니다. 좋은 답변 부탁 드립니다.

  69.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면에 대해 거룩함을 원하시며, 부정하고 가증한 음식물 가리는 것도 당연히 포함된다.

  70. 가을바람에 익어가는 생각 하나

  71. No Image 18Sep
    by 불꽃
    2016/09/18 by 불꽃
    Views 96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라면이 익어가는 시간…'3분'

  72. No Image 18Sep
    by 궁금
    2016/09/18 by 궁금
    Views 103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촬영한 2016년도 북한을 가다 - 변화하는 평양

  73. No Image 18Sep
    by 뉴스
    2016/09/18 by 뉴스
    Views 80 

    전 美국무장관 "이스라엘, 핵무기 200발 보유"

  74. 잠시 쉬어가시지요 - 영문번역 퀴즈!

  75. 눈장님-세포의 종류

  76. 눈장님-말세 이야기

  77. 눈장님-먹이사슬

  78. 여성 안수, 신학적 확신에 도전하다

  79. 간음한 목사도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에서 벗어났기에 어쨌든 구원은 받는가?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