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20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헤어롤 두 개가 나라와 여성을 구원했다)

 

이 시점에 꼭 써야 할 글이기에 쓴다. 탄핵심판 선고의 날, 나라를 구원한 것은 “재판관 전원 일치로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로 마감한 21분의 명징하고 깔끔한 선고문만이 아니었다. 그 날 바삐 출근하던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윗머리에 꽂혀 있던 헤어롤 두 개였다.

헌법재판소가 광장에서 일어난 세계에 유례없는 평화적 촛불혁명을 명예혁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함으로써 국정 농단으로 추락된 국격과 흔들리던 국민 자존감을 확실하게 올려 줬다면, 그 헤어롤 두 개는 여성 대통령 박근혜 때문에 추락된 모든 여성의 자존심과 모든 일하는 여성의 자부심을 확실하게 회복시켜 줬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모른다.

나는 아침에 그 사진을 보자마자 찡해졌다. 일하는 여성이라면 다 한 번쯤 해 봤을 실수다. ‘아차’ 하고 출근길이나 중요한 회의 가는 길에서 머리에 남은 헤어롤을 알아채는 건 일하는 여성의 일상 풍경 중 하나다. 오죽하면 나는 일부러 까만 색 헤어롤을 마련해 두고 사용할까. 혹시 머리에 남아 있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보이진 않도록 말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그 흔하디 흔한 ‘분홍색’ 헤어롤을 썼다.

눈에 띄는 그 분홍색 헤어롤 두 개의 ‘OO’ 모양 덕분에 금방 패러디들이 올라왔다. ‘8 : 0’의 예언, ‘인용’의 예고라는 해석과 함께 말이다. 나는 또 눈물이 핑 돌았다. 얼마나 간절하면, 얼마나 현명하면 이런 패러디를 할까? 조롱은 일체 없었다. 국민이 고맙고 또 고마웠다. 해외 언론까지 박수를 보냈다. ‘그 헤어롤은 이 시대, 성실하게 일하는 여성의 상징’이라면서.

다음 날 광장에는 헤어롤 두 개를 머리에 만 사람들로 가득 찼다. 웃음보가 터졌다. 여성들만이 아니었다. 남성들도 기꺼이 헤어롤 두 개를 말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호쾌하게 웃었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가방에서 주섬주섬 헤어롤을 꺼내서 다 같이 두 개씩 말고 인증 사진을 찍는다. “이 헤어롤 두 개는 우리가 한 일이에요. 우리가 지켜낸 가치예요, 앞으로도 지킬 약속의 상징이에요” 하면서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정미 재판관이 했던 그 헤어롤을 역사 유물로 보관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좋다. 앞으로 3월 10일을 헌법 수호의 날로 정하고 광장에서 모두 헤어롤 두 개를 머리에 마는 상징적 행사를, 대를 이어 가며 하면 어떨까? 딸에게, 아들에게, 손주들에게 “이게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한 일이란다. 헌법을 지키는 건 그렇게 중요하단다. 헌법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란다. 선조들은 그렇게 명예롭게 헌법의 정신을 지켰단다” 하면서 말이다.

다시 일하는 여성으로 돌아오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대통령직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일하는 여성을 모욕했고 지금도 모욕하고 있다. SNS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다시 여성 대통령이 나오려면 백 년은 더 걸릴 거다”라는 말이 심심찮게 돌고, 안 그래도 극렬해지는 ‘여성혐오’ 현상을 부추기는 빌미로 쓰이기도 한다. 스스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고 했던 박근혜가 최순실과 함께 여성의 수치가 되고 일하는 여성의 치욕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박근혜는 진정 일하는 여성이었던 적이 없다. 피부 가꾸고 주름 없애고 머리 윤기 내고 화장발 올리고 색깔 맞춘 의상 준비하는데 쓴 그의 시간이 부끄러울 뿐이다. 일하는 여성도 물론 아름다울 권리, 젊어 보일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자기가 벌지 않은 돈으로, 더구나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그럴 수는 절대로 없다.

이제부터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여성으로서 스스로 헤어롤을 말아 보기를 나는 바란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해내기 어려운 그 올림머리 스타일을 걷어차기 바란다.

똑같은 스타일을 고집하려면 차라리 가발을 쓰라. 5분이면 가발 쓰고 사건의 현장에 나타날 수 있다. 세월호 일곱 시간의 비밀 같은 게 있을 이유도 없고, 파면되어 돌아간 전 대통령의 자택 첫 손님이 전속 미용사일 이유도 없다. 이 시대가 무슨 로코코 시대냐?

박근혜는 일하는 여성의 명예를 실추시켰지만, 그 헤어롤 두 개는 일하는 여성의 명예를 회복시켰다. 여기에서 그칠 수 없다. 모든 일하는 여성의 건투를 바란다!
 

[김진애의 "이 시대 리더십",전 국회의원, 도시건축가>

  • ?
    공동체 2017.03.16 01:28

    파면된 박근혜.
    삼일째 머리해 주는 여자와 화장해 주는 여자가 박씨 집에 들어 갔다.

  • ?
    민초 2017.03.16 11:25
    모두가 미쳐가는 세상.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인간들.
    이제는 헤어롤 까지 우상화 하는구나...

    대한민국의 앞날이 정말 걱정된다.
  • ?
    우상화 2017.03.16 18:09
    김진애님 글이 헤어 롤의 우상화 라꼬?.......
    ㅋㅋㅋ.....^,^
  • ?
    수구꼴통 2017.03.17 22:38

    키우던 진돗개 버리고 간 것 때문에 비난이 쏟아 졌는데
    그나마 대통 취임하러  삼성동 떠날떄 

    지역 주민이 진돗개 선물 준 것도 연극 이었다면서요 ...ㅎ..ㅎ
    도대체가 혼이 거꾸로 쳐박혔는지,,, 원..
    더 웃기는 것은 이런 비정상들을 신격화하며 옹호하는 수꼴들 아닌가요?
    이런 수꼴들을 토대로 지금까지도 군주 노릇 했으니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528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569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337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200
1672 91516, 진실을알고싶다1 2016.09.15 34
1671 영문, 한글, 일어, 중국어 과정책 내용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 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 2017.08.26 34
1670 화면이 달라졌어요 김종현 2016.09.20 35
1669 감리교단의 동성애 목회자 허용 1 들꽃 2024.05.03 39
1668 갑작스런 개헌 주장의 배경은 뭘까? 개헌 2016.10.24 42
1667 한국남자 서양남자 그리고 그 남자 fallbaram. 2024.05.05 42
1666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중급 - 46강 근현대사란 무엇인가?_#001 설빔 2016.09.15 44
1665 1월 1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korando 2017.01.12 44
1664 물에 빠진 새앙 쥐 김균 2020.04.27 44
1663 日에 굴복한 정부, "부산 소녀상 이전하라" 공문 뷰스 2017.02.23 45
1662 1세기를 버틴 명장과 나 김균 2020.04.01 45
1661 [가톨릭 미디어를 말하다3] 제2회-뉴스비평 작은뿔 2016.09.20 46
1660 '사이다' 발언 학생 "퇴진은 시작, 사회구조 바꿔야" 사회구조 2016.12.13 46
1659 양백(兩白), 도(稻), 삼풍(三豊), 토(土), 미(米), 황(黃),백의(白衣)... 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 현민 2017.01.01 46
1658 교단 사역역자에 대한 비난 들꽃 2024.04.30 47
1657 돌팔이 김균 2020.04.11 48
1656 돼지 머리 맞추기 김균 2020.04.14 48
1655 유시민 특강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 /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시대정신 2016.12.01 50
1654 죽고 사는 문제- 흑사병-페스트 김균 2020.03.27 50
1653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살수 2016.10.29 51
1652 [단독입수] '좌익효수' 진술조서 보니…선거개입 댓글 735개 바벨론 2017.01.01 51
165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개월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현재 2017.01.09 51
1650 명진스님(1) 에르미 2017.06.19 51
1649 침례 요한이 되고 싶은 분들 김균 2020.04.15 51
1648 Beautiful Chinese music Instrument Endlesslove 10 different songs 눈뜬장님 2016.10.15 52
1647 "최순실이 박대통령에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 1 닭양 2016.10.25 52
1646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12월 02일) 민초 2016.12.04 52
1645 남자들은 왜 TV/스포츠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배달부 2017.09.27 52
1644 사울 : 다윗 = 김기춘 : 세월호 유가족 . '대통령 7시간' 보도에 김기춘 "응징, 추적, 처단" 나쁜권력자 2016.12.02 53
1643 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친일청산 2016.12.02 53
1642 KBS 양대노조 총파업 "부끄럽고 참담... 박근혜 부역자 뿌리 뽑겠다" KBS 2016.12.08 53
1641 새정부 대북접촉 첫 승인여부 검토...남북 교류 물꼬 트나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10 53
1640 우리 살아남은 자도 1 김균 2020.04.09 53
1639 따끈따끈한 이야기 file 김균 2020.04.29 53
1638 별똥별이라도 되고 싶다 김균 2020.06.22 53
1637 <동아일보> "소녀상 이전하고 한일군사협정 맺어야" 뷰스뉴스 2016.09.16 54
1636 포도원과 교회 여우 2017.09.03 54
1635 '노무현 탄핵' vs '박근혜 탄핵'...어떤 차이점 있나 하늘 2016.12.08 55
1634 [표지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 (정치 2014.12.16ㅣ주간경향 1105호) 12년전 2016.12.11 55
1633 사드 논란, ‘선무당’이 너무 많다 [정치토크 돌직구 44회] sad 2017.01.04 55
1632 개헌론자들에 대해 유시민 작가의 일침 한국 2017.05.07 55
1631 블랙리스트 문예인 2017.06.07 55
1630 볼지어다 내가 속히 오리라 김균 2020.03.25 55
1629 "아베에게 10억 엔 돌려주자" 주장 확산 1 국채보상운동 2017.01.09 56
1628 우리나라에 온 말세의 역사 김균 2020.03.26 56
1627 나라 사랑 김균 2020.03.27 56
1626 세월호 참사 당시 지시사항 미담자료 모아 제출하라 빛과 어둠 2016.10.04 57
1625 패션이냐 비선이냐? 시사인 2016.10.27 57
1624 이제부터 시작 로망 2017.05.14 57
1623 파파이스(158회.이명박의 국가 돈 빼먹기.. 등) 1 범어사 2017.09.09 57
1622 똥통과 물통 김균 2020.04.13 57
1621 목구멍을 넓혀라 김균 2020.06.24 57
1620 애국자와 아닌자들 애국자 2016.10.07 59
1619 열폭(열등감 폭발) = 냉소주의와 소비주의 (7) 곰솔 2017.01.11 59
1618 현대미술의 정치혁명 (21) 곰솔 2017.01.25 59
1617 ■ [평화의 연찬] 정치와 종교 (김한영 - 평화교류협의회 상생공동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05 59
1616 서문시장 전격방문한 대텅 . 쪽박 2016.12.01 60
1615 이재명 "국민 총구, 탄핵 거부세력에게 옮겨갈 것" 방향 2016.12.01 60
1614 시대적인 표적을 분별하자. 광야소리 2017.01.09 60
1613 명진 스님 ③ 깨달음에 대하여.........."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에르미 2017.06.23 60
1612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읍시다 곽건용 목사 설교 02 김원일 2021.02.16 60
1611 [36.5도] 민간인 사찰과 '최순실 게이트' 슬픈열대 2016.10.28 61
1610 돌발영상 최순실 사건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 당시 웃는 모습 12년전 2016.12.11 61
1609 조선일보가 바로 '적폐'다 적폐 2017.05.08 61
1608 명진스님(2)ㅡ"소머리 대신 스님 머리 삶을까요?" 에르미 2017.06.19 61
1607 정중지와 부지대해 김균 2020.03.25 61
1606 안식일(7) 유대인의 안식일 김균 2020.04.23 61
1605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친일청산 2016.09.19 62
1604 [소셜라이브 스페셜] 유승민 이재명 전원책 유시민 X 강지영 아나운서 새로움 2017.01.04 62
1603 [JTBC 뉴스룸]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 새로움 2017.01.04 62
1602 교회 소 그룹 성공과 실패의 원인? 들꽃 2020.09.05 62
1601 하나님은 진인(眞人)에게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천명(天命)을 내렸나....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현민 2017.01.15 63
1600 2017년 5월 3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잘한다 2017.06.05 63
1599 예루살렘 무실 2020.06.16 64
1598 곽건용의 책 이야기-성서의 뜨락을 거닐다 6 " The Nathan Narratives" by Gwilym H. Jones 김원일 2021.03.14 6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