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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5 04:43

폭풍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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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의 말은 느리고 차분하였다. 그는 낮게 말했지만 회중을 지배하였다. 그는 눈으로 지배하고 말로 제압해 나갔다. 그는 일상어투로 말했다. 교회용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

 

수연은 그에게 빨려들었다. 노트를 펴서 그의 말을 적어나갔다.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으려고 했다.

 

여러분! 이 양복 제게 잘 어울리나요? 저는 오늘 아침에 이 죄수복을 또 다시 입었습니다. 저는 다시 죽음을 향해 이 죄수복을 입었습니다. 죽음이란 우리 산 자들의 몫입니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러분과 저는 오늘 만났습니다.

 

여러분! 저를 믿지 마십시오. 저는 멀쩡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언제 도져 길거리 폐인이 될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쾌락과 함께 엉겨서 죽고 싶은 것이 저의 본심입니다. 저는 별별 정신성 중독이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중증입니다. 저는 언제 망가질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가 알고 저기 앉은 저 사람이 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저는 설교보다 처절한 간증을 하기 위해 여기 왔습니다.

 

피아노 앞의 부인은 울고 있었다. 눈은 울고 두 손은 모아져 있었다. 무슨 말인지 부인은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외마디 말로 기도하고 있었다. 부인을 보며 수연도 울었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하나하나 죽어가는 이 냉엄함 앞에서 여러분들이 무얼 믿고 있다는 것입니까? 여러분들은 믿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거의 공상이고 최면입니다. 믿어보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눈먼 소경들입니다. 여러분들은 단지 몽롱한 신앙용어 타짜일 뿐입니다. 머리 민 도승과 같이 그저 길고 긴 수양생활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 저는 외국에서 공부했지만 남은 것이 없습니다. 길고 긴 기도와 묵상을 하고 온 심정입니다. 박사학위로 치장했지만 저는 가능성 희박한 사람입니다. 여러분 그래도 저는 갑니다.

 

저의 눈에 아름다운 나라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뻔뻔하기 그지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뻔뻔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인간 역사 이래로 저와 같은 뻔뻔한 자들을 받아주시는 분이 있습니다. 저와 같은 난치들을 고쳐주시는 분을 제가 알게 되었습니다. 고명한 박사로 포장하기보다는 까발려진 탕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의 학위, 똥으로 알고 버렸습니다.

 

여러분은 회개했습니까?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하늘에서는 사람의 회개에 속지 않습니다. 회개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그냥 묵묵히 가십시오. 인간의 회개는 모두가 허당일 뿐입니다.

 

여러분! 틀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성경 속 예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늘 위의 산 자를 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독뱀에게 둘러싸여도 서광이 비칩니다. 신앙은 주둥이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자를 위한 사실 확인으로 성서는 쓰여야 합니다.

 

사기성 있는 자들의 헛것에 희생당하지 않기 바랍니다. 눈을 뜨면 살아날 수 있습니다. 눈을 못 뜨면 여러분은 죄악 가운데 그대로 죽을 것입니다.

 

수연은 울었다. 강사의 부인도 계속 울었다. 수연은 강사의 민낯 강의에 그대로 이입이 되었다. 그냥 계속 울고 싶었다. 엉킨 난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세상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강사의 말은 터프하였지만 수연은 폭풍공감을 하였다. 수연에게 생애 최고의 날로 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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