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과 연관된
40여년의 경험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경기도에서 목회를 할 때는 지역서점의 낙후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직접 올라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02. 이제는 우체국 배달부보다 택배기사가 많아졌고,
전자책과 온라인 논문이 학문 세계의 주류를 이루지만,
여전히 제 발걸음은 습관적으로 광화문으로 향합니다.
03. 그런데 교보문고 내부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불황 때문이겠지만, 사람들이 공짜로 책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공간이 확대되었더군요.
04. 하지만 개신교를 포함하여 종교분야는 중심 판매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다른 대형서점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었습니다.
05. 최근 개장한 종로서적의 경우는 한 술 더 떠서
체험 중심의 유통매장을 만들었는데,
먹을거리와 음료를 파는 가게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여기는 종교분야가 아예 뒤쪽 책장에 조금 배정되었더군요,
06. 그러니까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들어오기만 하면 오래 붙잡아두는 요즘 마케팅을 보면서,
그런데 종교인들을 위한 서적들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면,
그들은 책을 읽지 않는 건가요?
07.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장기불황 시대에 맞게
중고서적 판매장을 곳곳에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가까운 곳에서 지난 2년 동안 2천 권을 팔아치웠습니다.
08. 하지만 여기서도 종교(개신교 포함) 분야는
다른 분야의 재고와 비교할 때 마찬가지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출판된 지 1-2년 정도의 신간들이 한두 권 보일 때도 있더군요.
09. 최근 <송인서적> 부도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형 도매상이라는데 부도 어음만 100억 원이라네요.
문제는 전국의 1500개 지방서점 중 1200개가 이곳과 연결되어 있답니다.
10. 정부는 벌써 수년 째 <도서관 운동>을 장려하고 있는데,
막상 책을 팔고 있는 오프라인 서점들은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입니다.
11. 근본적인 문제는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문체부는 문제서적 리스트까지 작성하고.
여하튼 책을 많이 읽어도 또는 잘못 읽었다간
밥줄이 끊기는 걸 알기 때문에 더욱 외면하는 것이고요.
12. 개신교에서도 이런 배타주의는 심각합니다.
신학 자체를 배격하는 것이야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치더라도,
자신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13. 초등학교는 <독서와 토론>으로 바뀌었지만,
부모들은 토론은커녕 독서능력(독해력)이 바닥입니다.
그러니 <자기주도> 학습이란 게 그림의 떡.
오로지 학습과 관련된 것에만 집중하는 악순환. 이게 현실입니다.
14. 지난 일 년 동안, 50대 이상의 교우들과 함께
안식일 오후마다 <시대의 소망>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 모임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도 계시지만 꾸준하게 반복하니까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15. 그런데 함께 모여서 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읽고 나서 독후 감상을 나누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남자들은 권위적으로 요약만 하시려 하고,
여자들은 감성적으로만 이야기하려고 하시고.
16. 그러니 교과시간의 토론이라는 것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겐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토론이라면서도 너무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이긴 합니다.
17. 그럼 차세대들은 어떨까요?
30-40세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들과는 분명 다릅니다.
그래서 토론이 기본적입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니 모두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더군요.
18.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도 그대로이고요.
그러니 서너 시간 앉아서 이야기는 분명 많이 하는데,
그것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19. 이쯤에서 사경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한 것 같습니다.
연초의 사경회는 분명 성경을 깊게 연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20. 30년 전만 해도, 매일 저녁은 기본이었고, 오전에도 모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의 교회들이 주말 부흥회로 간소화되었습니다.
21. (연)합회는 사경회를 위한 소책자를 해마다 출판하고,
교회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합니다만,
역시 읽어보기라도 하는 교인들이 얼마나 될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22. 사경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책을 거의 읽지 않는 한국 현실에서
재림교인들은 얼마나 다를지에 대한 궁금함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23. 어쨌거나, 저는 조사심판을 진지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이미 올린 글처럼,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과 그 배경인 1990년 이후 신자유주의.
그리고 한국 정당들이 모두 외치는 <중도성향>의 숨겨진 비밀까지.
24. 눈으로 책을 읽지는 않아도 귀로는 모든 것을 판단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이 개신교인들의 특징이지만,
생소한 정보들을 제공하면 과연 그 귀는 얼마나 들을 수 있는지... 진짜 궁금합니다.
25. 끝으로 제가 레위기 공부를 여기에 올리는 글마다 일부러 언급하는데,
사실 저도 30년 목회에서 처음 설교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들은 이야기에는
민수기는 아예 한국인 연구자가 없다고 합니다.
26. 그러니 올해는 레위기-민수기 공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다행히도 제가 섬기는 교회의 성도들이
레위기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만족하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 글의 분량이면
사경회 책으로 따지면 1장 정도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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