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어제 허리마사지를 받자마자 등산을 갔다
중산리에서 출발해서 천왕봉 아래에 있는
법계사 옆 로타리 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내일 새벽에 천왕봉 일출을 오랜 만에 볼 거라는 기대로
날씨가 너무 춥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둘러 내려오는 분들 이야기로는
바람이 장난이 아닌데 너무 춥다는 거다
날씨는 너무 좋았다 일기예보도 좋았고
6명이 같이 잔단다
나를 포함해서 4명은 먼저 와서 저녁을 해 먹었다
모두들 내 놓는 것이 라면과 김치였다
나도 라면에 밥을 말고 거기다가 김치와 오댕을 넣었는데
한 사람은 거기다가 치즈를 두 봉지 넣었다(이거 참 맛이 있어서 자주 해 먹을 생각이다)
그런데 나를 뺀 3명 모두 술을 가져 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등산객 중 밤을 지새는 분들은 소주를 가져와서 저들끼리 마시던데?
이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8시가 되어서 화장실 간다고 나가니 2명이 와서 밥을 하고 있었고
거창하게 차려서 먹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 두 명 중 하나가 밤새껏 코를 고는데 이건 완전히 새로운 묘기였다
밤새껏 한 잠도 못자고 일층에서 이층으로 그리고 화장실로 다니기만 했다
전에 세석 산장에서도 내 옆의 사람으로 밤새 고생시키더니 이 사람은 더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어지러운 머리를 간신히 세워 물었다
“어이 젊은이 그래가지고 마누라에게 안 쫒겨나나?”
답이 걸작이다
“아뇨 어제 밤 코 곤 기억이 없는데요?
같이 온 일행에게 물었다
“이런 사람하고 어찌 같이 산행을 다니지요?”
“아뇨 오늘이 처음인 친구입니다”
밖으로 나왔다
국립공원 직원이 그런다
“어르신 어제 밤 우리 두 사람은 한 잠도 못잤습니다
여기 근무한 이후 이런 분은 처음 봤습니다
마루가 울리는데 이건 코골이 기네스북 감입니다“
소리를 녹음하려다가 참았다
나도 이런 소리의 코골이는 처음이었다
먼저 온 사람 중 한 사람은 침낭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바깥 간이식탁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이 사람은 거위털 1500g짜리 겨울용 침낭을 가지고 왔었다
그리고 밖에서 뒤집어 쓰고 자고 있었다
나는 이런 걸 생각하지 못하고 400g짜리 춘추용을 가지고 갔는데...
나에게도 94:6 짜리 1300g 고급 침낭이 있는데 부피가 커서 쌌다가 도로 내려놨는데
고생하려면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
지금 천왕봉은 해는커녕 돌맹이도 안 보이게 싸락눈이 시야를 가리니
올라가지 마세요 한다
돌아보니 온 산에 비구름이 쌓였다
안 그래도 잠을 못 자서 갈까말까 하는데
결국은 집으로 직행했다
(사진은 구름 속에 쌓인 천왕봉이다)
어젯밤 코골이에게 당해서 잠은 안 오고
페북에 올린 글이다
산장에서는 해가 지면 형무소입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립니다
그러니 한국 돌아가는 이야기만 읽습니다
모두들 이게 나라냐? 합니다
어제까지 입에 거품 물며 박통 옹호하던 사람들도
헤까닥 돌아버리고
청와대 수석까지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형무소도 대신 가 줄 것처럼 하던 인간도
겨울 형무소가 추운 줄은 아나 봅니다
거기가면
황제 사우나도 못하고
맛난 밥도 못 먹고
여기 산장처럼 화장실 가기도 힘든 것 알았나봅니다
사람들 참 의리 없습니다
문고리 3인방에 치여서 억지웃음으로 살던 게
원망스러웠나 봅니다
이제 문고리3인방관련 내용도 불 것같습니다
다 디져봐라 할 것같습니다
산장은 하룻밤만 자면 집으로 가지만
저들은 몇 년을 산장보다 못한 곳에서
불쌍한 인생 되어 종치는 소리가
여기 옆에 있는 법계사 범종소리 같이 들릴 겁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딩딩딩
모대학 사회학 교수 가 귀한사람 몇이 지리산 가는데 함께 가자고 전화가 왔데요,
그래서 대구애서 밤기차 타고 새벽 4시 경 진주에 도착해서
서울에서 내려온 몇분들 만나 덕산 대원사 뒷쪽을 돌아 천황봉 을 올라 갔습니다
그런데 범상찮은 할머니 한분이 함께 동행하는데
교수 말로는 그 유명한 지리산 빨치 유격대장 최순희 씨 라는겁니다
독일(일본 인것같은데) 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전향은 했지만 그 시절 본인때문에
많은 빨치들이 죽었어 일년에 한번씩 지리산 천황봉 에서 죽은 그들을 위해서
제사를 지낸다 는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면 내가 안올까 봐서 상세한 이야기를 안했다 네요
아무튼 그 할머니가 산을 타는데 대단했습니다
상봉 즈음에 다달아서 내게 이럽디다
"선생, 이런분 처음이오, 그런데 저 꼭대기는 내가 먼저가도록 해주시오"
함께한 젊은 학생 하나가
떡 과 단감을 주면서 궁합이 맞고 산 타면서 먹기좋은 음식이라 했습니다
천황봉 세찬설풍 과
그 할머니 제사 지내며 절규하던 모습이
지리산 기억 가운데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