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되지 않는 것은 안 믿어져…지성과 영성 조화 이뤄야"
구약 해설서 '알 수 없는 분' 펴낸 곽건용 LA 향린교회 목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구약은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narrative) 입니다.
물론 역사를 기록한 부분도 있지만, 실제 일어난 일을 전하기보다 특정한 교훈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역사체로 쓴 부분도 있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향린교회를 꾸려가는 곽건용 목사는 이같이 말하며
"구약성서는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이 어떤 분이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고, 공동체란 무엇인지를 설명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알 수 없는 분'(꽃자리)이란 책을 펴낸 곽 목사를 27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청파교회에서 만났다.
서울대 사회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곽 목사는 지난 1993년 LA 향린교회의 청빙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간 뒤
23년째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또 클레어몬트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구약신학을 공부하며 학문적 성과를 목회와 삶에 접목하고 있다.
'알 수 없는 분'은 구약성서에 대한 강단의 접근과 목회 현장의 설교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쓴 책이다.
학부 시절 사회학을 전공한 곽 목사의 단단한 이성과 목회자로서의 뜨거운 영성이 만나 구약성서를 읽는 새로운 길을 안내하고 있다.
곽 목사는 무엇보다 '열린 해석'을 강조했다.
"구약성서는 이야기를 통해 이를 읽는 이들이 스스로 교훈을 찾아내게끔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석자마다 찾아내는 교훈은 다를 수 있어요. 다만 교리적 선입견을 지닌 채로 '하느님이시니까 이랬겠지'라고 미리 단정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곽 목사는 이어 "구약성서의 하느님이란 전지전능하고 완벽하고 거룩한 모습만은 아니다"며 "
이를 신학적 잣대를 갖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러티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곽 목사는 '노아의 홍수'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창세기는 '노아의 홍수'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야훼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서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이에 대해 곽 목사는 "우리가 교리로 아는 신은 '후회하는 신'이 아니다"며 "
이러한 창세기의 기술은 '신은 오류가 없다'는 것에 반(反)하는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곽 목사는 "내러티브 상 후회했다는 게 명백한데도 그 숨은 뜻을 찾겠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찾다 보니
되레 이해의 스텝(step)이 꼬여버린다"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야기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성서가 완전무결하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성서는 긴 역사 동안 수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친 '사람의 문서'란 것이다.
곽 목사는 "성서는 분명 하느님의 뜻이 담긴 책이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내용상 실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하느님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하느님에 대한 리소스(resource)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긍정했다.
곽 목사는 특히 구약성서에 담긴 신관이 '종족신'(tribal god)이라고 강조했다.
"대체로 학자들은 구약성서가 약 2천500년 전에 쓰였다고 봅니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은 '우리 종족이 번영하게 해달라', '전쟁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비는 대상이었습니다."
곽 목사는 "구약을 보면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갈 때 하느님께서 '짐승까지 모두 죽여라'라고 명령한 구절도 나온다"며
"종족신에 대한 이해 없이 이를 성서 그대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중동전쟁을 거룩한 성전으로 옹호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등 폭력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아울러 곽 목사는 "믿음과 이성은 상극이 아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믿어지지도 않는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신앙의 길에 대해 털어놓았다.
곽 목사는 "'생각 좀 하면서 믿자'가 제 모토"라며 "이어령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성과 영성'의 조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적인 것은 영적인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성은 이성과 갈등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곽 목사는 기자에게 개신교계에서 여호와를 일컫는 '하나님'이란 표현 대신 '하느님'이란 용어를 기사에 표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곽 목사는 "'하느님'이란 용어가 더 일반적,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며 더 오래 표준어로 사용됐다"며
"가톨릭에서도 이 용어를 쓰는 만큼 개신교만 '하나님'을 쓸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kih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