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36.5도] 민간인 사찰과 '최순실 게이트'

페이스북트위터구글카카오스토리

프린트글자확대글자축소

게티이미지뱅크

 

2010년 7월9일 국무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압수수색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정부 최대 스캔들로 꼽히는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특수조직이었다. 검찰은 수사의뢰를 받은 지 나흘 만에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총리실 직원들의 이레이징(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 파일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과 디가우징(강력한 자력으로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원천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불법사찰 자료는 이미 사라졌다. ‘뒷북’ 압수수색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까지 꾸리면서 두 달 동안 수사하고도 청와대 주변부만 맴돌았다. 결국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 사건에 관여한 일부 직원들만 처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인규 지원관, 진경락 과장, 장진수 주무관 등 총리실 직원들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주범으로 처벌됐지만, 국민적 관심사였던 청와대 비선라인은 찾아내지 못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개인일탈로 사건이 치부됐다. 청와대 앞에만 가면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의 모습을 재확인한 게 유일한 성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로 가는 길이 잠시 막혔지만 입막음과 증거인멸로 진실을 영원히 덮을 수는 없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장진수 주무관은 2012년 3월 청와대 인사들이 이 사건을 주도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최종석 행정관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개입한 사실을 감추고 자신을 회유하고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었다. 장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69개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도 생생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다시 꾸려 석 달 동안 재수사에 나섰다.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검찰의 1차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도 확인됐다. 총리실 소속의 진경락 과장은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이 지시한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2년 동안 청와대를 83회나 출입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파괴력을 인식했는지 2011년 초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진경락 과장은 면회를 온 지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는 이번 사건이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총대를 맸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자 진상을 폭로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민되는 게 ‘대통령 하야’ 이런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기괴한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공통점이 많다. 청와대가 사건의 주무대였고 치명적인 녹음파일이 등장한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됐고 정권의 정통성과 도덕성이 일시에 무너졌다. 청와대 앞에서 머뭇거리는 검찰의 모습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은 불법사찰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담함이 숨어있다. 불법사찰 사건이 공식 보고라인을 무시하고 별도 조직을 통한 공권력 남용 범죄였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머리 꼭대기에서 국정에 개입해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민주주의 파괴범죄다. 불법사찰 사건이 대통령 주변 일부 공무원들의 충성 범죄였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민간인이 청와대를 조종해 국정을 좌지우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그리고 중요한 차이가 또 있다. 하야라는 ‘금기어’가 수감자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라, 평범한 민초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진지한 고해성사다. 검찰도 청와대와 선 긋기를 선언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 모두 ‘잠재적 장진수’일 수 있다. 진실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침묵하는 다수가 있을 뿐이다. 위정자들은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2년 전 장진수 주무관과의 인터뷰 때 그가 남긴 말이 지금 생각난 것은 우연일까.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ankookilbo.com

 

페이스북트위터구글카카오스토리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보면 좋은 기사

현 정국,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정권 퇴진운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대통령의 '사과', 만족하십니까?

'문단_내_성폭력'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음로그인 선택

한국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등록

0/30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김원일 2014.12.01 861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7 38680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7 54466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300
1675 영문, 한글, 일어, 중국어 과정책 내용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 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 2017.08.26 39
1674 [가톨릭 미디어를 말하다3] 제2회-뉴스비평 작은뿔 2016.09.20 46
1673 화면이 달라졌어요 김종현 2016.09.20 47
1672 '사이다' 발언 학생 "퇴진은 시작, 사회구조 바꿔야" 사회구조 2016.12.13 47
1671 1월 1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korando 2017.01.12 47
1670 91516, 진실을알고싶다1 2016.09.15 55
1669 '노무현 탄핵' vs '박근혜 탄핵'...어떤 차이점 있나 하늘 2016.12.08 55
1668 류효상의 신문을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 (12월 02일) 민초 2016.12.04 56
1667 물에 빠진 새앙 쥐 김균 2020.04.27 56
1666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중급 - 46강 근현대사란 무엇인가?_#001 설빔 2016.09.15 57
1665 1세기를 버틴 명장과 나 김균 2020.04.01 57
1664 "최순실이 박대통령에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구조" 1 닭양 2016.10.25 58
1663 日에 굴복한 정부, "부산 소녀상 이전하라" 공문 뷰스 2017.02.23 58
1662 새정부 대북접촉 첫 승인여부 검토...남북 교류 물꼬 트나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10 60
1661 유시민 특강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 /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시대정신 2016.12.01 62
1660 갑작스런 개헌 주장의 배경은 뭘까? 개헌 2016.10.24 63
1659 [단독입수] '좌익효수' 진술조서 보니…선거개입 댓글 735개 바벨론 2017.01.01 63
1658 목구멍을 넓혀라 김균 2020.06.24 64
1657 <동아일보> "소녀상 이전하고 한일군사협정 맺어야" 뷰스뉴스 2016.09.16 65
1656 세월호 참사 당시 지시사항 미담자료 모아 제출하라 빛과 어둠 2016.10.04 65
1655 이재명 "국민 총구, 탄핵 거부세력에게 옮겨갈 것" 방향 2016.12.01 65
1654 열폭(열등감 폭발) = 냉소주의와 소비주의 (7) 곰솔 2017.01.11 65
1653 조선일보가 바로 '적폐'다 적폐 2017.05.08 65
1652 곽건용의 책 이야기-성서의 뜨락을 거닐다 6 " The Nathan Narratives" by Gwilym H. Jones 김원일 2021.03.14 65
1651 Beautiful Chinese music Instrument Endlesslove 10 different songs 눈뜬장님 2016.10.15 66
1650 애국자와 아닌자들 애국자 2016.10.07 67
1649 명진스님(1) 에르미 2017.06.19 67
1648 의학상식 fallbaram. 2024.05.27 67
1647 사드 논란, ‘선무당’이 너무 많다 [정치토크 돌직구 44회] sad 2017.01.04 68
1646 현대미술의 정치혁명 (21) 곰솔 2017.01.25 68
1645 2017년 5월 31일 (수) 뉴스룸 다시보기 잘한다 2017.06.05 68
1644 포도원과 교회 여우 2017.09.03 68
1643 [JTBC 뉴스룸]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 새로움 2017.01.04 70
1642 노영보 변호사의 "석궁 맞아보셨습니까?" (20120131) 성경 2017.05.16 70
1641 명진스님(2)ㅡ"소머리 대신 스님 머리 삶을까요?" 에르미 2017.06.19 70
1640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읍시다 곽건용 목사 설교 02 김원일 2021.02.16 70
1639 그림자를 판 사나이-4 단편 2017.06.18 71
1638 그의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무실 2020.07.25 71
1637 사울 : 다윗 = 김기춘 : 세월호 유가족 . '대통령 7시간' 보도에 김기춘 "응징, 추적, 처단" 나쁜권력자 2016.12.02 72
1636 개헌론자들에 대해 유시민 작가의 일침 한국 2017.05.07 72
1635 침례 요한이 되고 싶은 분들 김균 2020.04.15 72
1634 성령은 또 다른 개체로 존재하시는가? 청지기 2016.09.10 73
163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개월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현재 2017.01.09 73
1632 예루살렘 무실 2020.06.16 73
1631 촘스키 '한국 국민이 투쟁해서 민주주의 되찾아야' 친일청산 2016.12.02 74
1630 남자들은 왜 TV/스포츠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가? 배달부 2017.09.27 74
1629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친일청산 2016.09.19 75
1628 "낡은 정치, 부패 정치하는 정부는 볼 것없이 무등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옛날엔 왕이 똑똑해야 나라가 편했습니다. 지금은 주권자(국민)가 똑똑해야 나라가 편하지 않겠습니까 " 참예언 2016.12.24 75
1627 명진 스님 ③ 깨달음에 대하여.........."목탁으로 독재자 머리통 내리쳐야" 에르미 2017.06.23 75
1626 따끈따끈한 이야기 file 김균 2020.04.29 75
1625 이제부터 시작 로망 2017.05.14 76
1624 나라 사랑 김균 2020.03.27 77
1623 돌발영상 최순실 사건 박근혜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 당시 웃는 모습 12년전 2016.12.11 78
1622 ■ [평화의 연찬] 정치와 종교 (김한영 - 평화교류협의회 상생공동대표)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7.05.05 78
1621 빈민가 천사(한 여인). 범어사 2017.09.23 78
1620 정중지와 부지대해 김균 2020.03.25 78
1619 박근혜 "정권이 역사를 재단해선 안 된다" 1 친일청산 2016.11.16 79
1618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피해액 35조…정부예산 9% ‘꿀꺽’” 의사 2016.12.12 79
1617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황교안 총리 대국민 담화 (황교안 국무총리) "올바른 역사관 갖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되어야" 시대의징조 2017.01.04 79
1616 파파이스(158회.이명박의 국가 돈 빼먹기.. 등) 1 범어사 2017.09.09 80
1615 교회 소 그룹 성공과 실패의 원인? 들꽃 2020.09.05 80
1614 생중계- 범 국민행동 / 민중 총궐기 하야하라 2016.11.12 81
1613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김균 2020.06.23 81
1612 박대통령, 대선 앞 개헌 추진 노무현엔 “참 나쁜 대통령” 다카키마사오 2016.10.23 82
1611 유시민 전 장관 발언 풀영상 (국정교과서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박근혜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 통박 2016.12.05 82
1610 똥통과 물통 김균 2020.04.13 82
1609 전 美국무장관 "이스라엘, 핵무기 200발 보유" 뉴스 2016.09.18 83
1608 승리의 함성 천사 2016.12.02 83
1607 우리나라에 온 말세의 역사 김균 2020.03.26 83
1606 [3분 Talk] '말하는대로', 시국이 거리를 광장으로 만들다 백성 2016.12.06 84
1605 양백(兩白), 도(稻), 삼풍(三豊), 토(土), 미(米), 황(黃),백의(白衣)... 해월 황여일의 예언 (해월유록 ) 현민 2017.01.01 84
1604 은밀하게 꼼꼼하게 각하의 비밀부대 (그것이 알고 싶다 1094회 20170923 ) 붕붕 2017.09.26 84
1603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 아리아 <브라질풍의 바하 5번> Bachianas Brasileiras No.5 ' 빌라 로보스 Heitor Villa-Lobos 전용근 2016.09.10 85
1602 KBS 양대노조 총파업 "부끄럽고 참담... 박근혜 부역자 뿌리 뽑겠다" KBS 2016.12.08 85
1601 아담에게 드리는 노래. 바이블 2020.08.03 8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3 Next
/ 23

Copyright @ 2010 - 2024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