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 하는 세상

by Rilke posted May 24, 2017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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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한국은 한창 "흥"이 나는것 같고, 미국은 "흥"이 사라지고 "화"가 점점 심해 지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계속해서 "홀로코스트" 와 "노예" 를 공부하다 보니, 속에 "화"가 점점 쌓이는것 같아서 시 한편 읽어 봅니다. 시는 20대에 많이 읽고, 쓰고 했는데, 지금은 거의 읽고 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20대에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40대에 시를 읽고 쓸수 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삶이 좀더 풍부해졌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독일 시인 릴케를 좋아해서, 필명도 그렇게 했는데, 한국 시인으로는 모두가 사랑하는 윤동주, 그리고 정지용시인과 김기림 시인의 시를 좋아 합니다.

 

정지용시인과 김기림 시인은 둘다 바다에 대해서 많이 써서, 바다가 고향인 저한테 많은 어필을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김기림 시인의 "길"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길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댕겨 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김기림 시인의 "길"이라는 시 입니다.

이 시는 군대있을때 읽었지요. 시라기 보다는 산문에 더 가깝지요. 시를 읽을때 괜시리 가슴이 답답해지고 아렸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저희집은 진도라는 제법 큰 (?) 섬에 있는데, 그 섬에서도 제법 깊은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지요.

 

동네는 두개의 길을 통해서 바깥세상과 연결이 되어 있지요.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서 차가 다니지만 그 옛날에는 황토먼지 자욱하니 제법 넓었던 신작로가 하나이고, 다른길은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린 고갯길이 있지요.

 

 

 

이 시를 읽을때 바로 그 고갰마루가 생각이 나지요.

 

고개를 따라 추억도 따라오지요.

 

초등학교(국민학교)를 그 산길을 따라서 다녔지요.

 

그때는 그길이 그렇게 험한줄도 몰랐지요. 그 길만이 학교로 통하는 길이었고, 모든사람들이 그 길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그 길을 이용했지요.

 

그 고개마루를 넘어서며는 가깝게는 외가집이 있고 멀게는 학교동네가 있었지요.

 

외할머니는 큰딸을 시골로 시집보내지 않을려고 해서, 도시로 공무원을 생활을 하러 간다는 아버지 말을 믿고 딸을 시집보냈는데, 일이 잘 안되어서 평생을 시골에서 고생을 하면서 보내게되었지요.

 

 

 

농사도 힘들지만 겨울에 하는 김양식은 참으로 힘들지요.

 

몹시도 추운 겨울 새벽에 일어나 뜨거운물에 밥 한술 뜨시고 바다로 김하러 갈때는 아무리 옷을 많이 껴입어도 손발이 시려운것은 어찌 하지를 못하였지요.

 

추운날 목도리를 머리에 칭칭감고 바다에서 딴 김을 가지고 김공장이 있는 외할머니 동네로 올때마다,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보면서 안타까와 했지요.

 

외할머니 역시 평생 시골에서 고생하시다가 막판에 병으로 돌아가셨지요.

 

 

 

어머니는 할머니가 골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하셨지요.

 

항시 아팠는데 아프다 말도 제대로 못하시다가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와 하셨어요.

 

늘 어머니 당신도 그렇게 되지않을까 안타까와 하시지요.

 

어머니는 건강해보이는데 몸이 자주 않좋았어요. 어머니는 너무 자주 아프니까 이제는 아프다고 말을 하기도 그렇다고 하시면서, 웬만하면 그냥 참으시곤 하셨지요.

 

고갯길을 따라 많은사람들이 다른세상으로 가셨지요.

 

 

외할머니, 할머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평생 어머니를 힘들게 하시다가, 그야말로 벽에 똥칠하시다가 가신 삼대할아버니, 파도에 휩싸여 한꺼번에 가신 여러 아저씨들,

 

 

 

상여가 나갈때며는 소리를 잘하는사람이 선창을 하고 상여꾼들이 후창을 하지요.

 

언제나 상여소리는 구슬프지요.

 

 

남도소리의 구슬픔은 모두가 여기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김기림 시인의 “길”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서러움과 그리움을 잘 표현했을까 생각합니다.

 

 

 

시는 삶의 또다른 표현인가 봅니다.

 

 

 

다음에는 진도 팽목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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