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by 돌쇠 posted Sep 11, 2016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새벽닭 울대 들에 나가 일하고

 

달 비친 개울에 호미씻고 돌아오는

 

그 맛을 자네 아능가

 

마당 가 멍석자리

 

삽살개도 같이 앉아 저녁을 먹네

 

아무데나 누워서

 

코를 드렁드렁 골다가

 

심심하면 퉁소나 한 가락 부는

 

그런 멋을 자네 아능가

 

 

 

구름 속에 들어가

 

아내랑 김을 메면

 

늙은 아내도 이뻐 뵈네

 

비 온뒤 앞개울 고기

 

 

아이들 데리고 낚는 맛을

 

자네

 

태고적 살림이라꼬 자네 웃을라능가

 

 

 

큰일 한다고

 

고장 버리고 떠나간 사람

 

잘 되어 오는 놈 하나 없네

 

 

 

소원이 뭐가 있능고

 

해마다 해마다

 

시절이나 틀림 없으라고

 

비는 것 뿐이제

 

마음 편케 살 수 있도록

 

그 사람들 나랏 일이나 잘 하라꼬 하게

 

 

자네 이 마음을 아능가

 

노인은 눈을 감고 환하게 웃으시며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주신다

 

(예 이 맛은 알만 합니더)

 

 

청산 백운아

 

                      할 말이 없다                     

 

산중문답-조지훈

 

 


Articles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