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엽서, 안도현
주)
뒷마당의 대나무 옆 감나무가
웬일인지 올해는 열매를
하나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혼자만 너무 커버린 대나무가 미웠는지
일 년 내내 물만 주는 내가 야속했는지
그도 아니면
어디 아픈 데가 있나봅니다
서러운 올해의 감잎은
얼굴 더욱 붉게 물들어
자꾸 자꾸 내려앉기만 합니다
사랑은 항상
낮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가 봅니다